EP 2. 조울증 입시생의 과거 실패담

by 언노운


* 4년 차 양극성 정동 장애 환우입니다. 2형 양극성 정동 장애를 진단 받았으며, 현재는 약물 치료와 자기관리로 증상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참 무섭다. 지금의 내가 그 당시의 나를 똑똑히 바라볼 수가 없다. 그때의 나는 위태로웠고, 불안정했다. 툭 치면 미끄러 넘어질 듯 아찔한 순간이었다. 입학하고 한 학기가 지났을 때, 편입을 결심했음에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유다. 나이도 나이지만,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볼 자신이 없었다. 과거를 딛고 나아가려면 과거를 제대로 '직시'해야 하는데,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었다.


이번 방학에는 용기를 내어서 과거를 되돌아보기로 했다. 입시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은 만큼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가 필요했다. 지금부터 챕터별로 N수를 정리해보겠다. 물론, 익명으로 운영하고 있는 계정 특성 상 약간의 조정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핵심 뿌리는 변하지 않았음을 미리 말씀 드린다.


Chapter 1. 조울증을 처음 알게 된 날부터 수능까지


내 조울증 증상은 약간의 피해망상과 우울증이었다. 약간의 경조증도 있었다. 입시에서 경조증은 '나, 명문대학교에 갈 거예요'였다. N수의 끝자락에서까지 그 믿음을 놓지 못했다. 매일같이 미친듯이 울다가 동생의 말 한 마디에 상처 받고, 방문을 걸어 잠그기도 했다. 일기장을 보면 가관인 말들이 많다. 차마 브런치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상스러운 말들을 내뱉었다. 그 정도로 나는 불안정했다. 당연히 공부는 전혀 하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간 죽을 것 같아서 정신과에 기어서 갔다. '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제가 정신병자라고요?' '저 잘못한 것도 없는데요?' 매일 부정의 연속이었다. 사실 그 마음 한 켠에는 의사에게 '정상인데, 조금 예민하네요' 라는 말을 듣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약을 먹다가 함부로 단약했다. 도서관에 앉아 있다가 혼자 분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울증 약 부작용이 너무 심했다.





내 블로그에는 이런 글이 왕왕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반드시 지나쳤어야 하는 구간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수능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고, 나는 또 다시 수능을 보게 된다.


Chapter 2. 수능을 여러 번 보다


사실 삼수 때 기억은 전혀 없다. 블로그를 보면 루틴이나 도서관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려 했던 흔적은 있는데, 그 당시 스쳐가는 잔상이 없다. 기억 나는 것은 지나친 강박과 지나친 열정이었다. 무엇인가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다 경조증의 신호였다. 대학 면접을 보러 갔는데, 내 꿈은 이 직업, 이 직업, 이 직업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크나큰 허상에 부풀어 있었다. 마지막 수능 2달은 전혀 공부를 하지 못했다. 매일 멍한 상태였던 것 같다. 이런 글들만 줄기차다.




다행히 4수 때는 증상이 완화되었고, 학원의 도움을 받아 합격증을 받아낼 수 있었다. 물론, 이때도 수능 1달은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 증상이 바뀔 때마다 약을 바꿨는데, 그것이 입시에 영향을 줬다. 학원 화장실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토를 하기도 했다. 운동도 병행했었는데, 전략이 없었던 탓인지 공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처졌다. 물론, 모의고사에서 인서울권 성적을 받았던 때도 있지만, 수능에서 미끄러졌다. 실전적인 공부를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3박 4일을 해도 부족할 지경이다. 어떻게 요약해야 하나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래도 얼추 내용들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의 입시 계획을 짜보려고 한다. 내 성향에 맞는 공부 계획도 함께 포함한다.





* 제미나이와 함께 계획했습니다.




1단계: 나를 지키는 '환경' 설정하기 (강제성 & 책임감 확보)

혼자서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할 때, 감정 기복과 완벽주의는 더 큰 힘으로 우리를 무너뜨립니다. 따라서 의지를 아끼고, 시스템이 나를 이끌게 만들어야 합니다.


강제성 있는 환경 선택: 4수 때 학원의 도움으로 합격증을 받은 경험은 매우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이는 '구조화된 환경'이 글쓴이께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추천 1순위: 기숙학원 또는 관리형 재수종합반: 기상, 식사, 학습, 취침 시간이 정해진 환경은 감정 기복에 따라 생활 패턴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는 가장 강력한 '울타리'입니다. '오늘은 공부할 기분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틈을 주지 않습니다. 추천 2순위: 관리형 독서실: 만약 개인적인 사정으로 종합반이 어렵다면, 휴대폰 제출, 출결 관리,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학습 시간을 체크하는 '관리형 독서실'을 활용하세요. 최소한의 강제성을 확보하는 장치입니다.


'건강한' 책임감 만들기: 스터디 플래너 검사: 완벽주의는 '결과'에 집착하게 만듭니다. 이 집착을 '과정'으로 옮겨와야 합니다. 부모님이나 신뢰하는 멘토(상담 선생님 등)에게 매일 또는 주 1회 스터디 플래너를 '검사'받는 규칙을 만드세요. 이때 중요한 것은 "계획을 100% 달성했는가?"가 아니라 "오늘 계획대로 책상에 앉아 실행하려고 노력했는가?"를 확인받는 것입니다. 책임감의 초점을 '결과'가 아닌 '성실한 과정'으로 옮겨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소그룹 스터디 (기상/착석 인증): 비슷한 환경의 친구 2~3명과 온라인으로 매일 아침 기상 시간과 독서실 착석 시간을 인증하는 스터디를 만드세요. 공부 내용을 공유하는 부담스러운 스터디가 아닌, '서로의 꾸준함을 응원하는' 최소한의 책임 장치입니다.


2단계: 나의 '성향'에 맞춘 공부 계획 짜기 (완벽주의 & 감정기복 활용법)


'실전적인 공부를 못했다', '전략 없는 운동은 효과가 없었다'는 과거의 분석을 바탕으로, 모든 계획에 '전략'을 더해야 합니다.


완벽주의 역이용하기: '최소 달성 목표(Minimum Goal)' 설정 완벽주의자는 'All or Nothing' 사고에 빠지기 쉽습니다. "10시간 공부 못할 바엔 아예 안 해!"가 대표적이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상적 목표'와 '최소 달성 목표'를 분리해서 계획을 짜세요. 예시: 이상적 목표: 수학 50문제 풀기, 영어 단어 100개 암기 최소 달성 목표: 수학 10문제 풀기, 영어 단어 20개 눈으로 보기 컨디션이 좋은 날은 이상적 목표를 향해 달리고, 감정 기복으로 힘든 날은 '최소 달성 목표'만이라도 해내는 것을 목표로 삼으세요. 최소 목표를 달성했다면, 그날은 실패한 날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방어에 성공한 날'입니다. 자기비난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습니다.


감정 기복 데이터화하기: '컨디션 로그' 작성 매일 플래너 한 켠에

①수면 시간 ②아침 기분(1~5점) ③복용 약물 ④주요 증상(불안/무기력/들뜸 등) ⑤오늘의 성공(아주 작은 것이라도)을 기록하세요. 이 기록은 나의 감정 패턴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가 됩니다. "아, 약을 바꾸니 3일 정도 졸리는구나", "잠을 5시간 이하로 자면 이틀 뒤에 무기력감이 오는구나" 같은 패턴을 파악하게 되면, 감정에 휩쓸리는 대신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됩니다. 주치의와의 상담 시에도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불안을 잠재우는 실전 훈련과 전략적 운동 실전 감각 훈련: 수능에서 미끄러진 경험은 '불안' 때문입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익숙함'을 만들어야 합니다. 주 1회, 실제 수능 시간표와 똑같이 OMR 카드까지 사용하며 모의고사를 푸세요. 시험장의 소음, 시간 압박감 등을 스스로에게 꾸준히 노출시켜야 합니다. 시험 불안은 '실전처럼 연습'하는 것만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전략적 운동: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운동에 '목표'를 부여하세요. 오전: 30분 가벼운 산책 (햇볕 쬐기). 목표: 세로토닌 분비 촉진, 우울감 방지 점심 식사 후: 15분 스트레칭. 목표: 식곤증으로 인한 졸음 방지, 집중력 환기 저녁 공부 후: 30분 달리기 또는 근력 운동. 목표: 스트레스 해소, 숙면 유도


3단계: 비상 상황을 위한 '멘탈 응급처치 키트' 준비하기

우리는 기계가 아니기에, 아무리 시스템을 잘 짜도 무너지는 날이 옵니다. 중요한 것은 무너졌을 때 '빨리, 안전하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약물 부작용' 대응 매뉴얼: 약을 바꾸거나 용량을 조절할 때는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여 **"적응 기간"**을 미리 설정하세요. "이번 주 3일은 약 적응 기간이니, 공부량을 50%로 줄이고 쉬는 시간을 늘린다" 와 같이 미리 계획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부작용을 '예상치 못한 불행'이 아닌 '계획된 변수'로 다루어야 합니다.


자기비난 스위치가 켜질 때 '행동 리스트': '나는 역시 안돼'라는 생각이 들 때, 즉시 실행할 행동 리스트를 포스트잇에 적어 책상 앞에 붙여두세요. 1.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5분간 창밖 보기 2.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기 3. 가장 좋아하는 노래 1곡 듣기 4. 미리 써둔 '나를 응원하는 편지' 읽기 5. 멘토/친구에게 "오늘 좀 힘들다" 짧은 메시지 보내기 이 리스트는 부정적인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것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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