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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아빠 Sep 06. 2022

독박 육아? 가사분담?


나의 아내는 3년째 육아휴직을 하고 전업 주부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돈 때문에 구한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돈 벌러 가는 것을 고역으로 여긴다. 그래서 번갈아 가며 육아와 집안일을 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현재 내가 외벌이를 함에도 나는 집안일을 집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개그맨 정종철 씨가 매스컴에서 "가사 분담은 하는 게 아니다. 집안일에 네일 내일이 어디 있나?"라고 한 말을 듣고 반은 동의하면서도 반은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아내의 나이는 22살, 나의 나이는 27살이었다. 나는 고등학생부터 결혼생활을 꿈꾸었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 생활에 대해 많이 생각해두었다. 그리고 나의 아내 또한 일찍 결혼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우리는 연애 초기부터 결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확실하게 못 박은 2가지 사항이 있었다. 첫 번째는 자기 집은 자기가 챙기고 커버할 것. 내가 처가를 챙겨준다고 챙겨줘 봐야 서운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고, 처가의 요구를 내가 거절하면 장인어, 장모님과 내가 서로 감정이 상할 수 있다. 그래서 본인 집은 본인이 챙기고 싶은 만큼 챙기고, 응하기 어려운 요구는 본인이 커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고 아내도 동의하였다.  두 번째는 각자의 시간 존중하기. 나는 체력과 정신력이 약하다. 특히 싫어하는 일을 할 때는 거의 반송장이다. 그나마 좋아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뛰어난 체력과 정신력을 보이지만 사실은 미래의 체력과 정신력을 대출해온 것이기에 꼭 체력과 정신력을 보충할 시간이 필요했다. 연애 시절에도 날 잡아 연락도 안 하고 혼자 잠자고 먹고 공기를 쳐다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아내는 배려해주었다.


연애 시기부터 나름 잘 세운 원칙 덕분에 신혼생활도 무난했다. 결혼하고도 같이 사는 것만 달라졌지 연애와 똑같은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다 아이를 갖기로 하고 대대적인 정비가 이뤄졌다. 그중에서도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원래 우리는 가사분담을 하지 않았다. 서로 맞벌이하고 서로 일하기 싫은데 돈 번다고 힘든데 누가 뭘 하든 무슨 상관이겠나? 그래서 가사를 분담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돌아갔다. 그러나 외벌이가 되고 전업주부가 되니 이제 가사분담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아기가 생기면 모든 생활 패턴이 아기의 생활 패턴으로 맞춰지기 마련이다. 돈 벌고 들어와 애 보면 이미 바닥난 정신력과 체력이 마이너스가 되기 십상이다. 아내도 하루 종일 애 보고 집안일까지 하려면 피폐해지기 일수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쌍둥이 별이와 빛이를 관찰하고 기록한 것을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회의를 거쳐 생활계획표를 짰다. 아이들 생활계획표를 짜고 우리의 생활계획표도 짰다. 서로 돌아가며 육아를 하고 가사분담을 하여 효율을 추구하여 각자의 정신력과 체력을 회복할 개인 시간을 확보해야 했다.


"쌍둥이 키우느라 힘드시겠어요." 이런 말을 엄청 많이 듣는다. 이런 말을 들으면 우리는 항상 그냥 "아~ 네~"하고 뜨뜻미지근하게 대답한다. 사실 우리는 그렇게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보다 힘들지 않은 이유는 다 이 잘 짜인 생활계획표 덕분이다. 나는 교대근무를 하여 평일에도 꽤 쉬는 편이라 휴무일에 육아와 집안일의 지휘권을 쥔다. 아침에 퇴근하고 바로 아이들과 산책하고 아내가 아이들 점심 차리는 동안 운동을 하고 아이들 점심 먹는 동안 내가 우리 부부가 먹을 음식을 한다. 점심 후에 나는 아이들과 한숨 잔다. 일어나면 아내는 헬스장을 간다. 아내가 돌아온 오후 3시경부터는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다 오후 7시경 잘 훈련된 쌍둥이 덕에 이른 육아 퇴근을 한다. 이런 한 치의 낭비도 없는 생활계획표를 만들기까지 우리 네 가족은 엄청난 피와 땀을 흘렸다.




요새 독박 육아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부모가 되고 생각해보니 참 화가 나는 말이다. 말에는 힘이 있다. 독박이라는 말이 나쁜 것을 혼자 뒤집어썼다는 말인데 육아가 나쁜 것이란 말인가? 아이를 돌보는 게 그렇게 싫단 말인가? 참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자식 보기에 창피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물론 오죽하면 이런 말이 나오고, 이런 나쁜 말이 태어났겠냐만은 그래도 생각 없이 육아와 아이들을 탓하는 말을 쓰는 것은 문제다. 부모가 되면 어휘 하나도 뜻을 곱씹어가며 써야 한다.


주위에 육아나 가사에 배우자의 협조가 안 되는 동료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으면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상의하고 적어서 붙여놔." 앞서 말한 개그맨 정종철 씨 말은 이상적인 부부일 때 가능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40대 중반 상사와 대화하다 굉장히 놀란 적이 있다. 그 상사는 "나는 집에 있으면 일단 쉬다가 아내가 바스락 거리면서 뭘 하기 시작하면 쫓아가서 '뭐 도와줘?'라고 물어봐."라고 말했다. 내가 놀란 이유는 저 정도만 해도 상위 클래스의 남편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집안일을 어떻게, 뭘 할지 모르기 때문에 아내에게 관심을 갖는 법을 배운 것이다. 이것만 해도 사랑받기 충분한 남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내 말을 들어야 신수가 펴.", "그냥 하라는 대로 해 그게 제일 편해." 이런 말을 들으면 숨이 턱턱 막히고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냥 또 "아~네~."하고 만다. 저런 수동적인 태도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고, 굉장히 무책임한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도 저렇게 생각한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만약 인식 수준이 낮아 발생하는 것이라면 가사를 주도하는 쪽에서, 혹은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쪽에서 주도적으로 앉혀놓고, 문제점에 대해 인식시키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고, 명확한 가사분담을 나누도록 상의하고 합의하여 조금이라도 가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능동적인 역할을 부여하여 정하고 벽에 붙여놔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부분에 대해서는 터치하지 말고 전적으로 믿고 맡기고, 맡은 사람이 끝까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느리지만 인내심을 품고 정석적인 방법으로 가는 게 항상 안전하게 정답에 이르는 길이다.




서로 아껴주고 애틋해하며 좀이라도 더 움직여주는 것이 부부의 도리. 부부의 도리가 바로 서야 가정이 평안해지고, 그 가정이 안정적인 울타리가 되어 아이를 지켜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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