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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om P Jun 29. 2024

나로부터 떨어진 나

유체이탈은 아니지만...

 나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유체이탈은 아니지만, 머릿속에서 차근차근 나에 대해 곱씹어보았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수많은 자기혐오와 그것에 대한 방어기제, 자기 합리화와 자기부정...


 내가 나에게 이 물음을 던졌을 때, 나는 수많은 자기혐오와 그것에 대한 방어기제, 자기 합리화와 자기부정을 통해 진실을 감추었습니다. 그것들을 걷어내는 데에는 많은 정신력이 필요했습니다. 자기혐오와 방어기제를 뚫고 들어가니 자기 합리화와 자기부정이 다투고 있습니다. 이 둘 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니 마침내 내가 보입니다.


 나는 나약한 사람입니다. 심약한 사람입니다. 누구나처럼, 상처받고 상처 주는 사람입니다. 이것을 인정하는 데에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직 온전히 인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강해야 하고 상처받지 않아야 하고 상처 주지 않아야 한다는 엄중한 '나'의 명령에 내 자아는 금세 꽁꽁 숨어버립니다.


 자기 합리화의 벽도 두꺼웠습니다. 함부로 뚫고 들어가다가는 자기부정의 늪에 빠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자기 합리화에라는 벽에는 조그만 구멍이 있었습니다. 자기 긍정입니다. 무한한 자기 긍정. 사람들은 그것을 자존감이라고 부릅니다.


 구멍이 너무나도 작았습니다. 그 구멍을 키우려고 내내 되뇌었습니다. '나는 나의 편이다.'

 그렇습니다. 저는 무조건적인 저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저를 평가하고 단죄하는 자였습니다. 저는 저를 변호하고 합리화하는 자였습니다. 저는 저에게 납득이 되어야 하는 자였습니다. 저는 그렇게 스스로를 단죄하고자 하는 자였으며 스스로를 변호하는 자였습니다.


 하지만 자기 합리화와 자기부정 너머에는 상처투성이의 '나'가 있었습니다. '나'는 웅크리고 앉아있습니다. '나'는 혼자였습니다. '나'는 목소리를 잃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자기혐오와 방어기제, 자기 합리화와 자기부정들에 의해 학대당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인연으로 만나면 포근하고 악연으로 만나면 날카로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나의 진짜 모습은 나약하고 심약한 하나의 덩어리에 불과합니다. 혼자서, 목소리를 잃고, 스스로에게 학대당하고 있는 하나의 덩어리였습니다.


 그것이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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