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또 여기에
최근 철도 파업(일주일 정도 지속)으로 기차 편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하루는 평소보다 1시간가량 일찍 출근하는 날이었다.
광명역에서 상행선은 플랫폼이 1,3번이고 하행선은 2,4번이다.
보통 난 내가 탈 기차의 시간을 외운 뒤 2번이냐 4번이냐 플랫폼을 확인한 뒤 시간이 거의 다 되면 플랫폼으로 내려간다.
기차표를 사서 다닐 때는 그 기차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기차역에도 훨씬 일찍 가고 플랫폼에도 미리미리 내려가게 되는데 어쩐지 출근은 그렇게 잘 안 하게 된다.
서울역은 서울역이 해당 기차 편의 첫 역일 때가 많아 기차에 미리 타있을 수도 있는데 광명은 어차피 그 시간이 돼야 기차가 들어오니 이렇게 추운 겨울엔 플랫폼이 추워서 미리 안 내려간다.
구구절절 이렇게 쓴 이유는 사건 당일 나는 출근 시간이 바뀌었는데 평소와 똑같이 행동한 것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내가 타려던 기차는 4번 플랫폼이고 잘못 탄 기차는 2번 플랫폼이었고, 내가 타야 하는 건 58분인가 그랬고 잘못 탄 건 54분인가 그랬다.
나는 광명-오송 구간만 검색하니까 그 사이에 광명-대전 (오송 안 섬) 구간 열차는 아예 검색에 안 뜬다.
평소 타던 시간이 아니다 보니 내가 탈 기차 앞에 오는 다른 기차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저 그 시간쯤 내려가 도착한 기차를 플랫폼도 안 보고 자연스레 올라탄 것이다.
아침에 아기 등원도 일찍 시키느라 정신없음 상태라는 변명도 조금 덧붙여본다.
자리에 앉아 편히 가던 중 승무원을 만나 검표를 했는데 정기권을 다시 한번 보여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차 오송 안 가요! 대전 가서 표사서 다시 돌아오세요 ‘라는 것이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어쩐지 기차에 자리가 많았다. 이 시간은 이런가? 했는데 그게 아니고 천안도 오송도 안 서니 출퇴근 족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대전 도착 시간을 보고 돌아올 기차부터 예매해야 했다. 제일 빠른 기차는 SRT여서 앱부터 깔았다(나는 탈일이 없어 앱도 안 깔아놨었다). 참고로 코레일 앱에서 검색해도 검색이 되고 SRT 앱으로 연동이 된다.
도착 후 30-40분 뒤쯤 오송으로 가는 기차가 있어 이걸 예매한 뒤 한숨을 돌려보려 했으나 너무 웃기고 슬프고 어이가 없었다.
결국 일찍 출근하려던 계획이 무산되고 원래 출근하는 시간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뭐 한 거야 나. 더 안 늦은 게 다행이다 싶었지만.
아 내가 대전을 과거 두 번 다녀왔는데 복직하고 이 일이 또 벌어지는구나~ 이제 또 5년 뒤쯤 한 번 가게 생겼구나~ 허허허 이런 해탈한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경력직답게 놀란 가슴을 빠르게 진정시키고 대전역 성심당에 가서 튀김소보루를 샀다. 기차 시간을 오백번 확인하면서….
부끄러운 마음과 한께 과 사람들과 튀소를 나눠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직원들도 있어 사 오길 잘했다고 느꼈다. 이게 바로 럭키비키구나.
하늘에서 내 브런치 글감을 내려주신 것 같아서 사진도 찍었다.
그래도 출근하면서 원치 않게 가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