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의 서막
우선 이 글은 장거리 통근에 대해 징징대려는 글이 아님을 밝힌다. 그렇다고 추천하지도 않는다.
그저 10년 동안 내 삶을 돌아보고 그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생활과 또 그중 큰 부분인 나의 장거리 통근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고 싶어졌다.
20대 후반에 조금은 늦게 첫 직장에 들어간 나는 어떻게 2014년부터 2024년 지금까지 KTX로 계속 장거리 통근을 이어오고 있는 걸까?
어떤 형태로든 출퇴근 지옥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하루에 무려 두 번이나 이어지는 통근에 이건 아니다 싶은 날들이 태반일 것이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고된 출퇴근을 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은 직장인은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같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의 속내는 비슷할 것이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일하면서 이직도 쉽지 않으니까, 지금 회사와 일이 마음에 드니까, 그냥 어쩌다 보니, 불만이 있어도 또 나름의 재미가 있고 여기나 거기나 별반 다를까 싶으니까.
나의 경우에는 이 장거리 통근이 항상 직장생활에서 큰 문제였다. 이것 때문에 이직을 하고 싶어 졌었지만 잘 되지 않았고, 일을 하다 보니 적응하고 재미가 붙었다. 통근은 힘들었지만 요령이 생기고 차츰 적응을 하게 되었다. 나와 같이 기차로 출퇴근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그래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셀프 격려도 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이 긴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나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공감한다. 우선 많은 시간을 길바닥에 버려야 하고, 그 시간만큼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이런 사실을 알지만 여전히 험난한 출퇴근을 감내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직장을 옮겨라, 이사를 가라, 일을 관둬라. 나도 멀리서 나를 보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런데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뜻대로 되지 않기도 하고, 그런 결단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글을 쓰기 위해 돌이켜보니 별 볼 일 없는 똑같은 일상인 줄 알았는데 내 인생의 챕터가 몇 개나 넘어가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내가 어떤 일을 겪으며, 어떤 방식으로 통근을 하고 있는지 한 번 차근차근 돌아보려 한다.
자, 이제 칙칙폭폭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