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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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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가람 Feb 18. 2024

#단상3. 감정의 부유물

무작정 올라탄 지하철에 방향이 있을리 만무했다.

어디든 가야한다는 '무의식'에 무게를 지우고싶지

않아 목적지는 애초부터 정하지 않았다.

그냥 왔고, 천천히 둘러보니 이곳이다.

왜 이곳에 왔는지,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지

따위의 의식적 물음은 '무의식'과 어울리지 않는다.

돌아가고 싶다는 또다른 '무의식'과 만나는

그 순간까지 이유 없이 걸을 뿐이다.

그게 굳이 힘들게 찾아낸 이곳에 오게 된 이유쯤이다.

가끔 어떤 생각이, 혹은 기억이, 추억이, 아픔이

가슴에 '쿵'하고 부딪히는 순간엔 아주 오래전

침전되어 있던 감정이 가슴 전체를 부유하고 다니는

듯하다.

좀체 가라앉지 않는다.

아마 돌아가고 싶다는 또다른 무의식과 만나게 되는

그 순간은 이 감정이 다시 가슴 속 바닥 한참 아래로

침전되는 순간일테다.



하루의 기억(감정)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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