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란 무엇인가

삶은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떻게 끝나는가?

by ANDTAX

주변에 가까운 누군가의 생명이 떠나가면, 많은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삶이란 무엇이며, 죽음이란 무엇이고, 삶은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갖게 됩니다.


9788901247229.39b1a8ef-c23a-4430-994c-f607452c69cd?optimize=high&quality=70&width=600 그럼 '죽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교육과정 또는 경험을 통하여 생명의 탄생을 배우게 됩니다. 어렸을 적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들었으나, 그것이 엄마의 몸으로부터 출산한다는 것에 대한 은유임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해외는 황새가 물어다 준다고도 하니, 나름 한국에서의 표현이 조금은 더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은 남자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가 여성의 자궁에서 수정된 후 수정란이 되면서 착상되어 9개월가량의 성장을 통해 모체 밖으로 출산하고 자가호흡을 하게 되는 시작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러한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어느 시점부터 인간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생각보다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UpD1FY2RC6Re-VRqoXt6bE9vYMJy-jRAuD7ZXoW2hZZEJrtPy6AnlnQ2lJLozk4VvRzN-X-rCdem96It-fRuQ.webp 빛을 보지 않고 100일을 거치면 그때부터 인간으로 불릴 수 있다


일전 '등'이란 무엇인가( https://brunch.co.kr/@andtax1003/30 )를 작성하며 다양한 살인의 예시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일단 사람이 무언가를 죽였다고 전제해 봅니다.

(즉 처벌할 대상은 있고, 무언가가의 생명이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하는 것이 확정되었다고 전제합니다)


즉 죽은 대상이,


정자 또는 난자인 경우

체내 수정란인 경우

시험관 속 수정란인 경우

자궁에 착상된 수정란인 경우

착상되고 성장 중인 N개월 된 경우

태반을 형성하고 탯줄로 연결된 경우

출산을 다음 달로 앞둔 경우

출산 과정 중 모체 밖으로 나오는 도중 사망한 경우

출산 과정 중 모체 밖으로 자발적으로 호흡을 하기 전에 사망한 경우

출산 과정 중 모체 밖에로 나와 자가 폐호흡을 했으나 사망한 경우

출산 과정을 마쳤으나 출생신고 전에 사망한 경우


로 나누어볼 수 있겠습니다.


즉,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삶이 끝나는 시간은 인간이 언제 시작되었느냐는 질문부터 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삶은 우선 타의나 본능, 생물학적 반응에 따라서 일단 시작되긴 했기 때문입니다.




남성이 자위행위나 몽정으로 사정한 정자가 생명이라고 전제해 봅니다. 어쩌면, 자위행위 등을 금지하는 문화라면 해당 행위도 살인처럼 엄하게 다룰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정자를 죽이는(?) 행위를 처벌하면 초경이 지난 여성 또한 한 달에 한 번씩 처벌되어야 하며, 남성은 사정의 양이나 횟수에 따라 처벌되어야 하고, 심지어 피임을 하는 경우도 처벌해야 해서 결국 성립되지 않는 범죄가 될 것입니다

(사실 정자, 난자도 생명으로 보고 처벌하는 이야기는 농담입니다)




그런데, 수정란부터는 말이 달라집니다. 수정란은 과학적으로 환경이 갖춰지면 스스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인간의 처음 단위이자 생명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단위입니다('배아' 라고도합니다). 또한 종교에서도 수정된 시기로부터 생명으로 보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체외수정이나 난관수정 등 수정된 수정란이 잉태나 착상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 혹은 자연유산된 경우는 생명체가 되었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https://www.christiandaily.co.kr/news/115998


조금 나아서 착상 또는 잉태를 그 시작으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대체된 자궁과 동일한 설비에서 성장 중인 수정란의 경우 착상이나 잉태가 없다는 비판이 있겠습니다


다음은 신경작용, 즉 뇌파가 발생하는 경우를 생명으로 보는 경우입니다. 참고로 인간은 심정지가 아니라 뇌사의 경우를 사망시점으로 삼고 있는데, 이와 동일한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아주아주 예외적이나 뇌파가 없는 경우, 혹은 뇌파가 시작된 시기 자체는 보통은 쉽게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어느 순간 뇌파가 있어서 생명체가 되었구나!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음은 이제 생명의 분화에 따라 수정 후 14일이 지난 경우 나타난 원시선(기초신경계)이 있는 경우를 인간으로 보는 것입니다. 뇌파보다는 조금은 확실하고, 대한민국 생명윤리법상의 배아연구에 있어서는 원시선 생성 전의 배아연구를 허용합니다. 즉 신경이 생성되지 않은 수정란은 세포덩어리이고, 그 이후의 수정란은 인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수정설을 따르는 종교단체는 이에 대한 반대가 많았습니다.



미국은 개신교로 시작한 나라여서 그런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보수적이었던 과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준은 미국의 가치관과 더불어 미국의 의료기술에 따라 어디서부터 인간으로 볼 것인지를 검토한 사례가 있는데, '로 대 웨이드'라는 사건을 통해서 확인이 됩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625001500071



간단히는, 낙태를 하고자 한 여성이 낙태를 하고자 '성범죄를 당하였다'는 신고와 함께 낙태를 하고자 하였으나 해당 주에는 생명의 위험이 없는 경우 외에는 낙태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낙태를 허용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였고 결과적으로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시기(1분기), 여성과 태아의 선택권을 모두 고려하는 시기(2분기), 태아가 체외에서 생존 가능하여 태아를 보호해야 하는 시기(3분기)로 나누어 낙태의 제한적 허용을 선고하였고, 이로 인하여 미국 전역에 낙태죄 전면금지 규정은 사라지고, 한국 또한 그 여파로 낙태죄가 폐지되게 되었습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08131107001




민법은, 출산시점을 인간과 태아로 나눕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재미난 건 출산 중에도 태아가 죽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아기가 어디까지(?) 나와야 인간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 판례는 아기의 몸이 전부 노출되어야 인간이 된 것으로 봅니다(이름도 '전부노출설'입니다).



1280 앞으로 슬기로운 전공의생활을 보시게 되면, 위 글을 기억해 주세요

태아가 생명이고, 태아를 죽인 사람은 살인죄로 처벌한다면 낙태죄는 필요가 없으며,

태아가 생명이고, 태아를 죽인 사람은 낙태죄로 처벌한다면 법에서는 태아와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 법은 태아와 인간을 구분하고 있고, 태아를 인간보다 덜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극단적으로, 태아는 인간이 아니라는 관점이라면 누군가는 태아가 태어나기 전에 죽이는 것이 태어난 이후에 죽이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러한 결론이 남아선호사상이 극심하던 상황에서 발생한 여아낙태(사실 남녀 구분 없이 낙태율이 높았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확인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사건이나, 아니면 자신의 상속분 등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가족의 구성원이 태아를 죽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RLvmTzEZDCNv1lW9FpKkdqDLqmXtKf6JyHWn2LB_UznVUAZtzgkGPPywQxVBEEj1PWavS4gU6jeP1fV0unbBTQ.webp 생각해 보면 그런 장면이 있었긴 합니다


그런데, 적어도 우리의 재산과 가족관계를 규정하는 법률인 민법은 상속 간의 지분다툼이 있을 수 있는 태아를 죽인 경우 상속을 결격시켜 버립니다. 이미 태아의 아이는 상속인의 지위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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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반대로,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동안 아빠가 돌아가시는 경우 태아는 이미 상속인이 되어있으므로, 결국 이를 정리하면


인간은 태아인 경우 법적으로 인간으로 보지는 않는다.

인간은 태아를 죽인 경우를 태어난 인간을 죽이는 것보다 약하게 처벌했었다

인간은 태아인 경우에도 필요하면 태어난 인간과 동일한 지위를 준다


그럼 거꾸로 생각해 보면, 왜 법은 태아를 처음부터 인간으로 보지 않고 태아와 태어난 인간을 구분한 다음 인간과 동일한 권리를 주는 식으로 만들었을까, 이런 고민에 다다르게 됩니다. 옛날 낙태죄가 생길 당시에는 낙태를 하게 되는 다양한 경우, 사회적 필요성이나 인식과 함께 더불어 태아를 생명존중의 범위에는 넣어야 하는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처벌은 하되, 인간을 죽이는 것보다는 덜하게 처벌하자는 합의가 되었을 것입니다. 너무나 자식을 키우기 어려운 상황, 말할 수 없고 축복받을 수 없다고 포기한 임신 등 우리가 전부 다 헤아릴 수 없는 낙태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태아'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사회적으로, 인간적으로도 필요했습니다. 왜냐면 낙태가 아니라도 태아를 죽이고자 사는 의도는 충분히 발생하는 경우이며, 심지어 만삭의 낙태의 경우 유도분만 후에 영아 매매를 하는 등 우리가 상상하기도 어려운 범죄까지도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종교라거나, 산모 vs태아의 관계를 떠나서도 태아를 보호해야 할 사회적 니즈는 존재한 것입니다.


영아(10세 미만)의 경우, https://www.ytn.co.kr/_ln/0101_202307190413264532


법이 복잡할수록 법률이 국민을 보호하는 방법은 구체적으로 바뀝니다. '생명의 시작'이 무엇인지 논의하는 자리에 법률가가 왜 가야 하는 거 의문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가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자위를 하면 처벌받는 세상이나, 산모 또는 태아의 권리가 심하게 훼손된 세상에서 살 수도 있었습니다. 왜 법이 그렇게 복잡하게 되어있는지 비판하는 상황에서도, 법률은 균형을 위해서 더 복잡해지기를 선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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