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라 : 실크로드의 별빛 아래서
부하라의 주요 명소를 둘러본 후, 나는 이 도시의 숨겨진 매력을 찾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으로 향한 곳은 부하라 성채 근처에 위치한 볼로하우즈 모스크였다.
이곳은 기존에 보았던 우즈베키스탄의 웅장한 모스크들과는 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화려함 대신 우아함과 소박함이 어우러진 이곳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하늘을 떠받치는 듯한 나무 기둥들은 섬세한 조각과 화려한 채색으로 장식되어 있어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였다. 그 아래 서니 이곳은 신앙의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아늑한 안식처처럼 느껴졌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이브의 샘’으로 알려진 차슈마 아유브였다.
전설에 따르면 예언자 이브가 지팡이를 땅에 꽂아 이곳에서 샘물이 솟아났다고 한다. 하지만 여름의 더위 때문인지 샘은 말라 있었고, 차슈마 아유브의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을 직접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전설이 깃든 이 장소에서 잠시 머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건물 안을 들어가 보지는 못해서 아쉬웠지만 길을 다시 나섰다.
차슈마 아유브 뒤의 작은 공원 안에 자리 잡은 사마니드 영묘를 찾아갔다. 따가운 햇볕을 피해 공원의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쉬며 이곳에 다다랐다.
이스마일 사마니의 묘소인 이곳은 중세 이슬람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소중한 유산이었다. 정교하게 짜인 벽돌 패턴과 완벽한 대칭미는 단순한 건축을 넘어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크지 않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영묘는 천 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듯한 웅장함을 자아냈다. 고요하고 차분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과거 왕조의 영광과 신앙의 중심이었던 이 공간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지 상상했다.
오랜 시간 부하라를 탐험한 뒤, 호텔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호텔에 붙어 있는 이 레스토랑은 현지 손님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메뉴는 현지 요리보다는 유럽 음식을 우즈베키스탄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이 많았다.
나는 소갈비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부드럽게 익은 고기와 독특한 향신료의 조합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부하라의 밤을 즐기기 위해 다시 거리를 걸었다. 어두운 하늘 아래 조명이 켜진 건축물들은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낮에는 웅장하고 역동적이었던 부하라가, 밤에는 고요하고 신비로운 도시로 변모했다.
특히 조명이 비추는 건물들은 마치 시간을 초월한 보석처럼 빛났다. 조용한 거리에는 실크로드를 오갔던 옛 상인들의 발자취가 여전히 남아 있는 듯했다. 이 도시의 낮과 밤은 마치 전혀 다른 두 얼굴을 가진 존재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부하라의 밤은 말없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도 이 도시의 일부가 되어 잠시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