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2022년 2월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상호 국경은 폐쇄된 상태이다. 현시점 (2022년 08월) 우크라이나는 외교부 지정 여행 금지 국가로 대한민국 국민이 정부의 허가 없이 우크라이나에 방문하게 되면 관련법에 의해서 처벌받을 수 있다. 해당 여행 내용은 2018~2020년에 해당하므로 현시점과는 상이한 부분이 많음을 참고할 것.
내가 우크라이나에 가게 된 계기
나는 우크라이나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 대학원 시절 실습 때 같이 일을 했던 우크라이나인 박사님께 많은 도움을 얻었다. 그분과 친분을 쌓고 지내면서 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개인적으로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러시아어는 과거 우크라이나의 공용어였고 공용어가 폐지된 이후에도 러시아어는 우크라이나에서 널리 쓰인다. 러시아어만 알아도 우크라이나에서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내가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러시아로 유학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름의 동기부여가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러시아어를 빠르게 배울 수 있었고 그래서 우크라이나에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언어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문화나 역사에 관심이 생겼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그들의 나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생겨 우크라이나에 직접 가보기로 하였다.
어떻게 우크라이나에 갈 것인가? 비행기? 버스? 기차?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 키이우 까지 대략 직선거리 755 km, 도로상으로는 860 km 정도인데 당시에 우크라이나로 가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었다.
첫째로는 항공편이 있는데 항공편은 벨라루스 민스크나 에스토니아 탈린 등을 경유해야 했다. 왜냐하면 당시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크림반도 영토 분쟁 및 동부 우크라이나 내전으로 인해서 정치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고 상호 직항 항공편을 폐지한 상태였다. 과거에는 직항으로 한 시간 남짓하면 갔으나 최소 1번 경유로 4시간 이상이 걸린다. 그래도 다른 교통편과 비교하면 가장 빠르다.
두 번째는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가장 저렴한 방법이고 많은 회사가 운영을 하기 때문에 버스도 자주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17시간 이상 버스를 타야 하며 침대차가 아니기 때문에 여행 피로가 무지막지하게 쌓일 수 있다. 단기여행이라면 시도해 볼만 했지만 장기여행의 체력관리를 위해서 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내가 선택한 방법인데 야간 기차를 이용한 이동이다. 대략 10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이 또한 긴 시간이다. 그래도 기차의 모든 객차가 누워서 갈 수 있는 침대칸이다. 그래서 밤새 자면서 이동할 수 있어서 버스에 비해서는 피로도가 덜하고 그리고 숙박을 해결하면서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밤귀가 밝아 민감한 사람은 주변의 소리에 자주 깰 수도 있고 그리고 국경에서 출국 및 입국할 때는 강제로 기상해야 되기 때문에 잠을 끊어서 자야 한다. 대략 늦은 밤과 새벽에 두 번 기상하게 된다.
모스크바 키예프 역에서 출발!
키 옙스 키 역 앞 이곳에서 키이우로 떠나는 기차를 탈 수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 3호선 및 5호선 역인 키옙스카야 역에서 하차해서 출구로 나오면 키옙스키역으로 나오는 출구가 있다. 이곳은 키이우 방면의 열차가 출발 및 도착하는 역이다. 모스크바는 특이한 것이 있는데 모스크바에 있는 역들은 역의 주요 종착점 및 방향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키이우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역은 키예프 역, 벨라루스로 가는 기차가 있으면 벨라루스역 등등.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 서울역이 없고 부산역이 있는 셈이다. 그래서 모스크바에는 모스크바 역이 없고 모스크바 역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 처음 가는 여행객들에게는 다소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키옙스키역 앞쪽에는 상가가 위치하고 있어 유동인구가 항상 많은 곳이다.
역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안검색대가 나오는데 짐을 검사받고 안으로 들어가면 대합실 및 매표소로 들어갈 수 있다.
대합실에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친척들을 만나러 가는 건지 아니면 장사를 하러 가는 건지 커다란 보따리를 가지고 타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했지만 모바일이나 예약표로는 탑승할 수 없다. 따라서 매표소에 예약 내역을 보여준 다음 새로 발권을 이렇게 받아서 저 보딩패스를 이용해서 탑승해야 한다.
탑승시간이 다 되었다. 탑승 플랫폼을 찾아서 밖으로 나왔다. 눈 덮인 기차역은 사진으로 보는 게 가장 예쁘다. 실제로 가면 춥고 발이 푹푹 빠져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객차 번호와 시간 종착지를 확인한 후 기차에 탑승하였다.
기차 안의 색다른 풍경
기차 탑승전.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시키는 파란색 노란색 줄무늬가 그려진 기차가 인상적이었다. 탑승전 승무원에게 기차표와 여권을 확인받고 기차표에 적힌 좌석으로 가면 된다.
내가 탑승한 객차는 3등석으로 오픈된 침대칸이다. 영화 설국열차를 본 적이 있다면 설국열차의 꼬리칸을 연상하면 적절할 것이다. 참고로 2등석은 문이 달린 4인실 1등석은 문이 달린 2인실이다.
침대의 크기는 신장 182 cm의 남성이 누웠을 때 발이 약간 삐져나오는 정도이다. 객차마다 배갯잎과 이불이 제공되는데 침대에 그대로 깔고 자면 된다. 짐칸은 누워있는 의자를 들어 올리면 공간이 나오는데 그곳에 넣으면 된다.
당신은 왜 비자가 없죠? 한국인은 없어도 된다니까요?!
국경에 다다르자 모든 객차의 불이 켜지고 출국 관리 직원들이 기차에 탑승하여 승객들의 여권 및 짐을 확인한다. 비몽사몽 간에 여권을 가지고 직원에게 보여주었더니 비자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 한국인 관광객은 비자가 필요 없다고 말했더니 뭔가 이야기하며 규정집을 꺼내서 확인한다. 확인이 되었는지 웃으면서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주변 승객들이 수군거리며 한국인이 러시아 여행할 때 비자가 필요 없는가 물어본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곤 한다.
러시아 출국을 마치고 1~2시간 짧은 잠을 청하니 다시 우크라이나의 입국심사를 받게 되었다. 우크라이나의 입국심사는 간단하게 끝났다. 여권 확인하고 그냥 도장을 찍어주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의 입국심사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다른 외국을 나갈 때 무조건 비행기나 배로 가야 하고 육로로 다른 나라 땅을 밟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육로로 국경을 넘게 되었다. (국경 검문을 따로 하지 않는 유럽연합 국가 제외)
키이우 도착! 이어지는 여행을 위해 잠시 쉬어가자!
그렇게 한참을 달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역을 나서니 7시가 약간 안 되는 이른 시간이었다. 예약한 호텔이 역 근처라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휴식을 취했다. 밤새 잤는데도 기차에서 자는 것과 숙소에서 자는 것의 차이가 심했다. 만약 버스를 타고 왔다면 어땠을지 상상이 안된다. 피로를 풀고 다시 여행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휴식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