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분노케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의 호화 생활
많은 국민들은 권력자들의 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들의 사생활이 궁금한 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그들의 사생활이 사생활로 끝나는 것이 아닌 국가의 일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들은 어떤 집에서 음식을 먹으며 어떤 차를 타고 다니며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권력자들이라 함은 대다수 국민의 비해서 생활수준이 높을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높은 생활수준에 맞는 삶을 살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다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삶을 숨기고 겉으로는 검소한 척 하지만 뒤에서 다른 삶을 누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이런 위선적인 행동을 좋아할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일반 국민들은 보이는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라고 바보 취급을 해버리는 것이니까.
그래서 지금부터 소개할 곳은 그런 이중적이 었던 권력자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장소이다. 소개할 '메지고리야'는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의 별장이자 지금은 국립공원이다. 이곳은 우크라이나의 4대 대통령인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개인 별장이었지만 그가 탄핵되어 러시아로 망명한 이후에는 국가에 환수되어 국립공원이 되었다. 키예프 시내와는 조금 떨어진 키예프 근교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오늘 이곳을 또 소개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정치사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메지고리야 정문이다. 이곳에서 표를 사서 들어가면 된다. 사진을 찍으려 하니 어떤 한 아가씨가 포즈를 잡아준다. 뭘까? 분명 모르는 사람인데 반갑게 활짝 웃는 모습. 당시에는 황당했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추억거리를 남겨준 아가씨에게 고맙기도 하다.
여행 내내 같이 다닌 어느 노부부가 있는데 이곳으로 오는 버스를 같이 타고 오는 중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친해졌다. 공원을 구경하는 내내 설명도 해주시고 사진도 찍고 재밌는 분들이었다. 남편분은 엔지니어, 부인은 학교의 교사라고 했는데 러시아어를 배우고 있던 단계라 그들의 대화를 한 70퍼센트 정도 이해했던 거 같다.
메지고리야의 지도. 총면적이 138헥타르로 여의도 면적의 절반 정도이자 평으로 환산하면 거의 42만 평의 거대한 부지의 공원이다.
이곳이 메지고리야의 중심 건물이다. 이름은 클럽하우스 혼카라고 하는데 핀란드 회사 혼카라는 곳에서 지었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고 있다. 2010년경에 지었는데 자재와 안쪽의 인테리어까지 모두 포함해서 950만 달러 (한화 117억)에 달한다고 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 이후 우크라이나는 경제 불황에 시달리고 었는데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탄핵 이후에 이런 내용이 알려져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었다.
저택에서 조금만 걸어 옆으로 가면 분수와 사우나도 있다.
저택 옆으로 넓게 펼쳐진 골프 필드도 있다.
15세기의 갤리온 모양으로 만든 유람선이다. 그가 이곳에서 얼마나 호화로운 생활을 했을지 감이 안 온다.
노부부의 말에 의하면 원래는 이곳이 작은 강이었는데 별장을 위해서 둑을 쌓아 바다와 같은 넓은 호수를 만들었다고 한다.
공원 안쪽에는 그의 개인 차고도 있다. 독일 이탈리아 소련 등지에서 모은 클래식카와 오토바이 등이 전시되어 있다.
별장안에는 동물원도 있는데 이곳에 오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셈이다.
그저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여겨지는 이곳이 사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세워진 곳이라는 것이 정말 슬프게 다가왔다.
때는 2008년 세계경제위기로 인해 우크라이나 또한 경제 침체에 빠지게 되었다. 그 경제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3년에는 외환 보유고가 터무니없이 부족해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빅토르 야누코비치 행정부는 외국에 차관을 요청하였고 유럽연합 그리고 러시아에서 차관을 제의해 왔다. 이때 우크라이나는 친유럽연합 세력과 친 러시아 세력으로 양분되어 정쟁을 일삼고 있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는 친 러시아 성향의 인물이었기에 러시아의 차관을 선택했다. 이어서 야누코비치 행정부는 유럽연합 사전 가입을 위한 절차인 유럽연합 무역협정을 철회하였다. 이 서명을 기대했던 유럽연합 가입 지지 세력들은 무역협정 서명 촉구를 위한 시위를 시작했다.
3개월 동안 지속된 반정부 시위는 결국 유혈 사태로 이어졌고, 2013년 11월에는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100여 명의 사람들이 사망하였다. 당파와 정치적 성향을 떠나 대통령의 유혈진압 사건은 전 국민을 분노하게 하였고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2014년 2월 22일 의회에서 대통령직을 파면당하고 러시아로 망명을 떠났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탄핵 이후 많은 시민들이 그가 살던 별장에 몰려들었다. 평소에 그는 키예프 근교의 조촐한 집에 살고 있다고 그가 말했지만 모두가 거짓이었던 것이다. 앞서 사진에서 봤던 공원의 시설들 헬기장, 골프장, 호화 내부 장식, 950만 달러의 저택, 금으로 된 수도꼭지, 고급 승용차 수십대, 주유소 등등..... 과연 조촐한 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의 실체를 본 국민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부패한 대통령 야누코비치도 축출했고 혁명이 성공한 듯 보였지만 이후 러시아 개입으로 인해 그 여파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크림반도 합병 ,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쟁 그리고 지금은 러시아의 대대적인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는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문제기 때문에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나로서는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감히 엄두도 안 나는데 그저 평화적인 방법으로 더 이상의 피해 없이 해결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