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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해 Oct 04. 2022

10. 핫플 강릉이 이렇게나 가까운 곳이라니

봄이 안 오면, 봄을 찾으러 가야지.

서울에서 지낼 때부터 강릉이 핫한 여행지로 많이 떠오르고 있었다. 친구도 강릉은 혼자 여행 다니기에도 좋은 곳이라고 했었다. 춘천에서도 강릉까지는 2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횡성에서는 1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인제에서 속초와 양양, 고성을 다녔듯이, 우리는 강릉을 열심히 다녀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겨울이 긴 횡성은 3월이 와도 4월이 되어도 추웠지만, 그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봄의 축제들이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사시사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커피거리의 안목 해변 말고 조금은 한산한 경포 해변을 찾았다. 봄바람이 예쁘게 핀 꽃잎들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가만히 서서 흔들리는 꽃들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여리고, 언젠간 시들지도 모른다는 찰나의 꽃들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은 산책로를 지켜주고 있었다. 즐거운 여름바다, 고요한 겨울바다, 그리고 새로움을 준비하는 따뜻한 바람이 일렁이는 봄 바다는 처음이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장소도 찾았다. 분명 비수기이고 평일인데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고대하며 찍었지만, 몽환적인 날씨에도 불구하고 바라던 만큼 예쁘게 찍히진 않았다. 하지만, 결과보다도 이곳을 찾으러 가는 설렘과, 드디어 다녀왔다는 의미는 또 다르게 다가왔다.


내가 들렀던 강릉의 카페들

요즘 강릉 주민들이 자주 찾는 핫플이 명주동이라는 소식을 듣고 명주동을 찾았다. 아기자기하니 개성 넘치는 카페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모두 명주동에서 조화를 이루었다. 명주동 거리는 아기자기하고 볼거리가 많아서 걸어 다니길 추천한다. 주민들이 사는 곳이니 정숙은 필수.


가고 싶다고 체크한 곳은 많았으나, 현실적으로 하루에 2군데 들리기도 바빴다. 그리고 강릉은 한 두 번가서 모두 즐기고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한적하지만 웅장한 자연이 품어주던 인제, 여름의 텐션이 기대되는 양양과 속초와는 다른, 다양한 곳이 개성들이 어우러진 강릉은 또 다른 재미였다. 강릉을 열심히 탐방하고 다니던 시절은 사실,


춘천에는 이렇게나 아름다운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고, 춘천 부귀리에서 간신히 벚꽃 막차를 탔을 무렵, 전라도 쪽에선 이미 겹벚꽃이 한창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피곤해하는 짝꿍을 설득해서 전라도의 겹벚꽃도 보러 다녀왔다. 


너무 먼 거리를 운전하게 해서 미안했지만, 전라도의 겹벚꽃은 피로를 가시게 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렇다 하기엔 보조석에서 자리를 지킨 나는 애초에 피곤하지 않았다는 게 사실이지만. 내 들뜸을 지켜준 짝꿍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


이 무렵 나는, 차디찬 횡성을 견디지 못해서 봄을 찾으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여행은 끝이 있고 즐거운만큼 아쉬움도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사진을 찍으며 웃으면서 시간을 보내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즐거우면서도 때때로 충전되는 우울감에 답답하고 다시금 무기력해졌다.

외로움일까? 

어쩌면 극복할 힘조차 없는 내 상처였을까? 

자연을 즐기고, 여행을 다니는 것 이 외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불안감일까? 

다양하게 나를 채워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럴수록 빈 공간이 더 뚜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가 놓친 건 무엇일까?


횡성에 도착해서 보니, 바로 옆에 얼어있던 시냇물이 몸을 일으켜 봄의 변주곡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작 봄은 바로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걸 모르고 전라도까지 다녀왔던 것이다. 어느덧 나무 가지 끝에서 싱그럽게 빛나고 있는 연두색의 잎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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