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의도가 없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도, 훅 들어오는 상대방의 말에
무방비로 후드득 차가운 눈을 맞았다.
나뭇가지 위에 쌓인 눈이
나무둥치 발길질 한 번에 후드득 다 떨어지는 것처럼.
순식간에 몸속 깊이 작은 세포 하나하나가 다 얼어붙었다.
오랫동안 보아왔던 눈이었다.
예고도 없이 떨어져 내릴걸 알면서도 그 아래 서있었다.
호기롭게 준비한 우산은 이미 뼈대가 부러지고, 천에는 구멍이 났다.
심장까지 얼어버릴 것 같은 차가움을 껴안고
파랗게 변해버린 입술을 부르르 떨며 무거운 마음으로
가벼운 미소 지어 보인다.
아무렇지 않은 듯.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 새 우산이 생길까?
푸르른 잎들이 사각거리는 나무밑에 설 수 있을까?
아마도 그때에는 단단한 우산 하나쯤은 품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