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시어머니가 며느리 잡아먹냐

시어머니의 반론, 얄미운 며느리

남편 본가에 갔을 때 남편 친구 부부가 놀러 온 적이 있었다. 남편 친구도 본가에 들렀다가 서로 연락을 하게 되어 보기로 한 거다. 그런데 아이가 어리니 따로 밖에서 보기도 어렵고 잠시 시댁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집에 들어오기 전 전화로 남편이 친구 아내분에게 오는 게 불편하지 않냐고 조심스레 물었는데 친구 아내는 “내 시댁도 아닌데 뭘, 내 시어머니 아니잖아?”하고 흔쾌히 들르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시어머니가 기분이 나쁘셨는지 쏘아붙이셨다.

 “야! 우리가 뭐 며느리 잡아먹냐?”

엄마 주변에 아들 가진 지인분들이 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친정 엄마를 통해 듣는 시어머니들의 생각은 주로 이랬다.

시어머니들은 억울하다. 며느리들이 일단 쌍심지를 켜고 시댁을 싫어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 스스로를 나름 요즘 시어머니라고 생각하며 며느리에게 잘해준다. 하지만 시어머니들끼리 모이면 어쩔 수 없이 며느리 흉을 보게 된다. 특히 사랑하는 내 아들을 조금이라도 고생시키는 것 같으면  더 싫어진다. 애들 온다고 하면 음식도 내가 다 하고 반찬도 며느리 입맛에 맞춰하려고 한다. 애들 가져가라고 하는 반찬도 아들보다 며느리가 좋아하는 반찬 위주로 만든다. 그런데 시댁이라고 와서 요리는 못할지언정 설거지도 안 하고 밥만 얻어먹고 가려는 며느리들이 이해가 안 된다. 혹여나 휴직 중이거나 직장을 관두고 육아하는 며느리의 경우, 하루 종일 일하고 와서 고생한 내 아들에게 동등한 육아의 무게를 지게 하는 것 같아 황당하다. 당연히 같이 해야 하는 것이 육아라지만 일하고 온 사람에게 애 목욕시키라고 하고 재우라고 하면 너무 힘들지 않겠는가. 일하는 며느리라면 모를까. 열심히 잘 키워놨더니 며느리 눈치 보며 사는 것 같고 며느리가 밥은 잘 챙겨주는지 궁금하지만 물어보지도 못한다. 요즘은 또 아들 집에 가는 거 절대 아니라고 해서 가지도 않고 아이 소식이 궁금해도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한다. 며느리들은 “오빠” 이 소리 한마디에 내 아들을 조정한다. 물건 드는 일, 무언가 고치는 일, 하다못해 쓰레기 버릴 때도 오빠 소리 하나로 다 해결한다.(흠… 연상을 만나는 아들은 아직 못 보셨나 보다.) 시어머니들도 나름 노력하고 있다. 가끔은 정말 이해가 안 가고 너무 이기적인 며느리들이지만 요즘 애들이 다 그렇다고 하니 내가 문제인가 보다 하고 덮어준다.

시어머니 입장에서 우리 어머니를 바라본 적이 있다. 내가 시어머니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며 글 쓰기를 시작했지만 사실 우리 시어머니가 아주 악덕한 분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오히려 시어머니께 감사해야 할 부분이 참으로 많다. 내가 어머니께 들은 말로 상처받았다고 하면 “넌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하시며 황당해하실 거다. 어쩌면 당신이 뭘 그렇게 잘못했냐며 억울해하실지도 모른다. 며느리 생각해서 반찬도 해주시고, 며느리 일하라고 아이도 봐주시고(이제 안 봐주시지만), 며느리 생일도 챙겨주시며 용돈도 주시고 명절 음식이나 제사음식을 며느리한테 혼자 다 시키지도 않으신다. 출산이나 아이의 돌, 이사와 같은 우리 가족의 큰 일에는 축하한다며 두둑이 금일봉도 챙겨주셨다. 나도 시어머니께 감사한 마음이 하나도 없는 그런 파렴치한 인간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잘한 사례들보다 그냥 나의 엄마를 생각하듯 시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누그러질 때가 많다. 그 어떤 이유보다 내가 우리 엄마를 떠올릴 때의 마음이 남편에게는 시어머니를 향한 마음이겠구나 싶을 때 응어리진 것들이 그나마 쉽게 녹아내린다. 그렇다고 해서 친정 엄마를 향한 마음과 시어머니를 향한 마음이 절대 동일할 순 없다. 시어머니도 똑같지 않을까. 아들딸을 향한 마음과 며느리를 향한 마음이 절대 같아질 수 없을 것이다. 그 부분을 인정하면 나도 시어머니 언행을 조금이나마 받아들일 수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으신 걸까?’라는 뿔난 마음도 ‘그러실 수도 있지’라고 다듬으며 참게 된다. 행여나 억울해할 우리 시어머니를 헤아리며 앞으로는 마음을 더 곱게 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