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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승 Sep 17. 2022

흔들리는 나무, 흔들리지 않는 우정!

-공복, 시인, 효자.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 날이다. 공복을 선출하는 날이다. 근데, 출마하는 그대들은 公僕(공복)의 의미를 아는가?! 설마, ‘空腹(공복)에 먹어라’의 공복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없겠지. 먹는 걸 좋아하는 거 보면. 선출직이든 아니든, 공무원은 공복다워야 하니까 처음부터 확실하게 ‘시비’를 거는 거다.     


뭔, 쉰 소리냐고요?! 당신들 공복으로서 자신 없으면, 아예 꿈꾸지 말라는 소리다. 그 자리에 딱 알맞은 사람을 추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내 친구, 엄광0이다.      


잠시 소개한다. 첫째, 공공성이 투철하다. 어느 날, 어머니의 의료 관계 행정업무와 관련하여 행정복지센터에 갔다. 업무를 기다리던 중, 벽에 걸려 있는 ‘심장박동 제세동기’가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살펴보았다. ‘심장박동 제세동기’의 사용 연한이 지났다. 기계 작동이 안 될 수도 있는 거였다. 염려됐다. 공무원을 불렀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공무원이 ‘이래저래’ 설명하며, 교체해 놓겠다고 했단다. 알았다고 하고, 업무를 본 후 나왔다.      


한 달 후, 똑같은 업무를 위해 행정복지센터에 갔다. 본능적으로 그 ‘심장박동 제세동기’ 쪽으로 눈이 향했다. 확인했다. 그냥, 그대로였다. 공무원을 불러서 말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만일, 어느 사람이, 심장박동의 문제로 인해 쓰러져서, 이 심장박동 제세동기를 사용해야만 할 때, ‘고장’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면, 어떻게 하려고 그럽니까?!” 공무원이 사과했다. 예산 핑계를 대면서, 이래저래 돌려도 가며. 즉각적으로 교체할 것을 약속받고, 돌아왔다.      


다시 한 달 후, 똑같은 업무로 행정복지센터에 갔다. 결론만 말한다. 심장박동 제세동기가 바뀌어 있었단다. 사용 연한 표시 종이만! 종이만 바꾸면, 죽었던 ‘심장박동 제세동기’가 제대로 작동되어, 심장이 펄쩍펄쩍 잘도 뛰는 이 놀라운 기적!      


그거까진 확인하지 않았단다. 사용 연한을 연장하여 사용할 수 있는 거였겠지. 그렇다면, 왜 진즉 ‘종이’를 바꾸지 않았을까요! ‘심장박동 제세동기’가 공공성을 투철하게 지닌 사람의 관심에 들어온 게 죄다.      


[그나저나, 이름이 왜 이런가! 행정복지센터가 뭔가! 센터가?! 공공기관에 왜 다른 나라 언어를 사용하는가! 정부는 즉각적으로 교정하라! 교정하라! 아름다운 우리 말로! (독자들, 이 부분에서 너무 정치적인 문제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심장박동 제세동기’는 어떻고? 제세동기? 여러분, 아는가? 나? 알고 있다! 열심히 찾아봐서 지금은 정확히 알고 있다. 급한 일 발생했을 때, 옆에 두고도 ‘뭔 뜻인지 몰라’ 사용 못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지금은 이 ‘심장박동 제세동기’를 좀 쉬운 말로 쓰기로 한 것 같기도, 아닌 것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뭔 말이냐고요? 관심 두고 찾아보라는 말씀이다. 그렇게 해야 나라가 발전한다. 공복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친구가 되려면, 이 정도의 문제의식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광0, 어때, 괜찮았어?!]     


둘째, 문학성과 감수성이 뛰어난 ‘시인’이다. 직접 그의 시를 감상하자. ‘오늘 낮에 본 산이 생각나서 ㅎㅎ’라며, 문자메시지와 함께 보낸 시다. 전문이다.      

 

<흔들리는 나무>

                   엄광0     

5월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오후

눈앞에 보이는 산에 맘껏 푸르름을 뽐내는

숲이 잎을 출렁이며 카드섹션을 한다

산에서 푸름이 눈앞으로 밀려오는 소리

푸른 소리는 우리를 편안하게 감싸주고

푸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밀려오는 나른함

나른함을 날려 보내는 푸르고 선선한 

바람은 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와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나무를 흔들고

다시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바람을 느낀다


어떠하신가! 엄광0 시인의 시심이?! 만일, 엄광0이가 공복이 된다면, 관내에 있는 사람 모두는 ‘푸르름’의 세계에서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매일 ‘바람소리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며 아주 행복하게 살 것이다.     

‘시인은 신이 말을 걸어 주는 자’(장석주)라고 하지 않았나. 神通旁通(신통방통)한 거다. 공복의 자격은 人證(인증)을 넘어 神證(신증)된 거다.      


셋째, ‘효자’다. 편찮으신 어머님을 살펴 드리는데, 그 ‘지극 정성’이 가히 형언하기 어렵다. 상세하게 설명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생각만 해도 벌써 눈물 난다. 공복으로서, 시민을 충분히 잘 살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부분은 여기서 멈추겠다. (본인은 난리 친다. ‘효자가 아니’라고.)      


내가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이 글의 성격을 알지 못하겠다. 무슨 정치 선전문인지, 지방선거 출마 선언문인지, 한 표 달라는 건지, 도대체 뭔가? 나도 모르니, 당신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밀고 나가 보겠다. ‘글은 이렇게 쓰는 거’라는 엄광0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 네 책임이다. 광0이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비교적 오랜 기간을 공복으로 있었다.      


당시, 이런저런 일로 나쁜 마음을 가졌었다면, 적지 않은 돈도 챙길 수 있었다고 한다. 광0에게는 언감생심 ‘어찌 감히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으랴’ 이다. 공공선에 대한 의지와 실천이 확실했던 거다. 국회의원도 뜻이 있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몰라봤던 거다. 미련하게도.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이 아니라나, 뭐라나’. 그 험난한 과정을 어떻게 여기서 다 풀어낼 수 있으랴!      


광0이의 公共善(공공선)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더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치겠다. 광0이 요즘 하루 일상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어머님 살피고, 점심 즈음에는 주로 연수도서관에 있다. 독서한다. 누구처럼 잠자는 거 아니다. 가끔 바람 쐬고 싶으면, 점심 겸 도서관 근처에 있는 맥도널드에 간다. 요즘 광0에게 불만이 생겼다. 그래선 안 된단다. 글쎄, 맥도널드 커피값이 천원에서 200원이 올랐단다. 무려 200원이나! 무려 200원씩이나!     


어떻게 된 건가? 당신들은 왜 놀라지 않는가? 커피값이 200원이 올랐다는데! (솔직히 고백한다. 나도 그 이야기 듣고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근데, 공공성이 투철한 광0이의 판단은 달랐던 거다. 200원이 문제가 아니란다. 서민이 즐겨 하는 품목의 물가가 20%가 올랐다는 게 문제란다. 그게 공공성이 투철한, 공복이 되기에 충분한 사람의 시각이다. ‘요즘 물가 장난 아니다. 서민들, 물가 걱정 없이 다 잘 살아야 할 텐데’. 이렇게 걱정한다. 공무원, 정치인 또는 공공정책에 관한 진심 담긴 우려와 제언은 여러 방면에서 샘솟는다. 맥도널드 본사 앞에서 시위는 하지 않았다. 아직은.     


분명히 밝힌다. 광0이는 지금은, 아니 앞으로도 공복으로서 지낼 마음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광0에게 연락하지 마라. 때는 늦었다. 새벽이 되니, 공복감이 밀려온다. 다음 ‘선거에 나가라’는 뜻인가보다. 그거 아니다. 태승아, 너 출출한 거다. 빨리 자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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