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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아름 Sep 25. 2023

새가 앉을 나뭇가지 하나만 있어도

나도 누군가의 작은 우주가 되는 것을

아직은 9월인데도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면서 따뜻한 옷과 방이 그리운 때가 되었다. 특히나, 이렇게 비가 내리면 더욱 그렇다. 같은 밤인데도 어두움의 질감과 색감이 두텁고 무겁다. 그래서 거리를 밝히는 조명이 더욱 따스하고 빛나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고단했던 날에 더욱 감사하고 행복했었지

삶에 있어 감사도 사랑도 그런가 보다. 좋은 날엔 감사가 그리 사무치지를 못했던 것 같다. 너무도 기뻐서 감사하다는 고백을 하면서도 기쁨에 취해서인지 감사의 기억이 약하다. 어렵고 고단했던 날들을 생각해 보면 그래도 감사가 뼈에 사무쳤다. 누군가는 배고픔에 수 십일을 굶을 수밖에 없었을 때 소금 한 알이 요기가 되었다고 했다. 죽음을 앞둔 처절한 고통 앞에서 또 다른 하루를 존재할 수 있어 너무도 감사했다고 했다.


그랬던 날들이 나에게도 분명 있었다. 하루하루의 날들이 정해진 분량에서 삭감되어 나가던 열여섯 살 나이에 난 모든 것에 감사했고, 너무 감사하다 못해 감격해 매일 눈물을 흘렸다. 살아서 노을을 볼 수 있어서 감사했고, 밤하늘의 별도 달도 볼 수 있어 행복했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어 기뻤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다 아침이 되어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벅찬 감동에 감사했고, 또 오늘도 살아있구나 함에 감사했다. 그랬었다.


어둠이 깊을수록 빛이 찬란하듯 삶이 고단하고 어려울수록 더욱 감사의 고백을 드렸다. 고단한 삶의 길에 한 줄기 온기라도 느껴질지라면 그 온기가 온통 나를 감싸는 것만 같아 그리도 행복할 수 없었던 그런 시절들이 있었다.




새에게 앉을 나뭇가지 하나만 있어도

행복이라는 것이 거창한 태평양이나 대서양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간장종지만 한 곳에도 있을 수 있다. 흔하디 흔한 봉지커피 한 잔이라도 세상과 바꿀 수 없을 만큼의 행복을 줄 수 있다. 행복도 사랑도 감사도 모두 그러하다. 가녀린 두 다리를 가진 새가 편히 쉬기 위해서는 많은 자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뭇가지 하나라도 그저 두 발을 놓을 자리만 있으면 된다. 그것으로 족하다. 새는 그 작은 나뭇가지 위에서 쉼을 얻고, 더 나아가 그 가지는 새에게는 포근한 안식처이자 새가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작은 우주가 된다.


인생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를 사랑해 주고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 많이도 필요 없다. 사람들의 시선을 비교적 의식하지 않고 사는 나는 일찌감치 그런 생각을 했다. 내 주변 인물가운데 10명을 떠올려본다면, 그중 한 명에서 두 명은 나를 정말 좋아하고, 한 두 명은 나를 싫어하고 나머지는 관심조차도 없다. 그런데 인생은 누군가 나에게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면 온 세상이 나를 그렇게 대한다고 착각을 한다. 그렇지 않다. 대부분은 관심이 없거나 알지 못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아껴주는 사람도 있다. 진실로 그러하다.




작은 우주여도 사랑과 감사는 충만해

그 작은 좋아함과 애정이라 할지라도 나에게는 우주가 되고 내가 다리를 쭉 뻗고 나의 빛을 발할 수 있는 별이 되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우주가 되고, 그 누군가는 나의 우주가 되며 나는 그 안에서 위로와 사랑을 얻는다.


빛이 위대함은 한 줄기라 해도 어둠을 물리칠 수 있는 위력이 있기 때문이며, 작은 우주가 위대함은 여리디 여린 행성이라도 품어주며 존재케 해줄 힘과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어둠이 깊을수록 빛이 빛을 더하듯 삶이 고단할수록 감사와 사랑의 강도는 더해진다. 쌀쌀한 바람이 몸에 파고들지만, 지금 이 시간 나의 작은 우주 안에 마음을 녹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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