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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아름 Sep 25. 2023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는 순간이 왔다하여도

이래도 저래도 나는 나였고, 나의 할 일을 변함없이 해왔다는 것을…

왕소금에 절인 배추 같던 일상을 벗어나고파 큰 마음을 먹고 도전한 탈출이지만 예상치 못한 건강상 문제로 난관에 맞닥뜨려있다. 돌아가자니 멀고, 움직이자니 몸이 무겁고…’ 대관절 어째란 말이냐’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시간이다. 비우고 싶어서, 나만을 위해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자고 시작한 일정이지만 생각만큼 되지 않는 것은…. 아마도 텅 비워진 시간의 어색함도 있겠으나 낯선 곳에서의 설렘보다 막막함이 주는 긴장감과 그로 인한 불편함인지도 모르겠다. 세상 어디를 가도 겁 없이 잘 돌아다니는 나임에도 컨디션이 저하되고 몸이 아프면 세상 이길 장사가 없다. 그런 과정 중에 즐길거리를 찾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루틴을 이어가는 것이 지금은 해결책이다.




남의 인생을 대신  것도 아니었는데

사람이 참 웃긴다. 내가 정말 웃긴다. 나를 찾고 싶었다. 지금껏 숨 가쁘게 살아온 지난날들… 돌아보면 남은 것이 무얼까? 페이퍼로 출력하면 족히 책 열댓 권은 넘고도 남을 통장과 그 부피에 정녕코 비례하지 않는 잔고, 여기저기 흩어진 가성비 낮은 부동산, 1TB짜리 외장하드 4개를 가득 채운 수많은 내 흔적들…. 뭔가 온 힘을 쏟으며 달려왔는데… 내가 나로 살았지 누구의 인생을 대신  것도 아닌데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외장하드에 담긴 수많은 문서와 자료들이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지는 못한다. 내가 입었던 삶의 옷들을 그저 나열해 주는 하나의 옷장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그중에서도 하나만 남기라고 한다면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나를 표현할  있는  하나의 문장을 나는 여전히 찾지 못했다. 너무 많아서일까 아니면 스스로 위축되어 버린 것일까? 왜 인생은 알면 알수록 위축이 될까? 의식이 행동을 제약하는 까닭이겠지? 이론은 잘 알면서 나의 의식을 의식하는 내가 안타깝다. 그러나 이런 나 자신이라도 나와 평생 동행하며 가야 할 존재이기에 다독이고 위로하며 사랑해줘야 하겠지… 나마저도 나를 위로하지 않는다면 누가   길을 함께 쉼 없이   있단 말인가.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목적은 무엇인지 그조차도 계획하지 않고 쓰고 있다. 누구를 위해 글을 쓴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었지만 쓰다 보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샘물처럼 뭔가 마음에 평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저 쓰는 것이 좋아서, 그리고 무언가 쏟아낼 수 있다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글인데….. 쓰다 보니 지금은 방황을 하고 있다.  사람을 의식해서이다. 의식이라는 것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지만 때론 사람을 쪼그라들게 만들기도 하나보다. 나를 보더라도 말이다. 한 편의 나는 무엇을 쓰고자 하는 것이며 왜 쓰는 것인지를 자문하지만, 한쪽 편의 나는 전혀 대답할 생각조차 없다. 그저 내 생각들을 기록하고 나누며 누군가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또는 작은 위로라도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소박한 기대감으로 글을 써왔다는 정도 외엔 머릿속이 하얗다.


내가 살아온 삶은 어떠한가? 대학 졸업 후에도 7년을 더 공부했고, 학위를 마치고서도 끝없이 공부를 했다. 처절하리만큼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난 누구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조금은 슬프지만, 그런 생각을 끊임없이 해야 나의 빛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스스로 위로해 본다.




여전히 나는 나의 일을 하며 살아온 나였다

별 다섯 개 달렸다는 호텔에서 머물며 다양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해본다. 온갖 치장을 한 근사한 여인들과 젊은 청춘들, 아침부터 샴페인을 마시며 해장을 하는 것인지 오늘의 알코올파티를 시작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 정원 사이를 거닐며 사진 찍기에 바쁜 이들, 일생에 한 번 있는 웨딩포토를 찍으며 한껏 이 가을을 느끼는 사람들, 그 와중에 열심히 나무를 가꾸며 풀을 매고 이곳 저곳을 청소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감정도, 그리고 역할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그 누구도 타인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우리가 무엇을 먹든, 입든, 어디에서 일하든  모든 행함은 여전히 우리 삶의  부분으로 남아지게 된다. 그럼에도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기 어려운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그렇게도 어려운 것인가? 자신을 정의하는 것이 말이다.

못나도 나고, 잘나도 나고 불행해도 행복해도 여전히 나는 나일뿐이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별과 달이 그 빛을 잃지 않고 각자 할 일을 하며 가듯이 말이다. 구름에 가려진 태양은 여전히 태양의 일을 하며 유유히 여유만만하게 우주의 중심을 잡는다. 정의만 못했을 뿐이지 지금까지 할 일을 하며 꿋꿋이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는가. 남은 얼마간의 시간 동안, 나와의 깊은 만남을 가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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