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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허물인생 23화

허물인생(23)

원동력

by 강도르

한정된 시간을 알차게 쓰기 위한 의지

사람이 움츠리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활동하고자 하는 반경이 조금씩 넓어진다.

왕관을 찾아 헤매던 그 해의 나 역시도 그러했다.

좀 더 움직이기 위해서 궁리했고, 누워있거나 맘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은 많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나를 움직이게 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금 생각해 보아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원동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많이 주시했었던 것 같다.

조금 쉽게 이야기하자면, 나를 움직였던 것은 책임감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떤 단체에서 어떤 직책을 맡는다면 이로 인해서 영향력이 큰 만큼 많은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울음보다는 웃음이 많기를 바랐다.

그게 나를 크게 움직였던 원동력의 중심이었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했던 내 의지였다.




새로운 시작


차가운 동계 입영훈련이 끝났다.

기간은 2주일밖에 안 됐지만 여름에 비해서 확연하게 낮아진 훈련 난이도와, 1년 동안 함께했던 선배들이 임관을 하고 떠난다는 사실에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선배들과의 1년은 힘든 일들이 많았다.
15년이 지난 지금 떠올려도 사실, 그렇게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 먼저 가 아니라, 힘들었던 것들이 먼저 떠올랐다.

단과 모임으로 모여서 매일 혼이 났던 기억들, 동기들과 으슥한 곳으로 불려 가 가혹한 얼차려를 받았던 일들,

알지도 못하는 일에 닦달하듯 심문을 받았던 것들 모두 무거운 기억이지만, 그럼에도 그 속에서도 인간적인 정이 쌓인 것도 있었다. 익숙하지 않았던 술자리에서 오갔던 말들, 후배들에게 피와 살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어갔던 말들도 모두 물 흐르듯이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선배들과의 더 하고 싶은 말들과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을 뒤로한 채 '좌우 반동'으로 군가를 주고받고 나서 선배들은 빛나는 오만 촉광의 다이아를 이마에 붙이고선 모두 최전방으로 떠나버렸다.

​빈자리의 아쉬움을 느끼기도 무섭게 새로운 후배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제는 우리가 선배가 된 것이다.
똑똑하고, 강하다고 자부하던 대학생들이 선발되어 왔지만 학군단의 연병장에 모이면 바보가 된다.

​마치 우리가 그랬듯이 후배들도 똑같았다.

그런 후배들의 모습을 뒤로한 채 동기들은 학군단을 이끌어가는 자치 근무자를 두고 옥신 각신했다.

​뭐가 중요했는지 모르겠지만 서로가 꼭 1학기 자치 근무자가 되기를 엄청나게 원했다.

​사실 나도 자치 근무자 후보였지만 누가 먼저 하는가가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누구 말로는 이 선빵의 이미지가 강하다나 뭐라나....

​내가 강하게 주장을 안 해서라고 하긴 그렇지만
앞서 얘기했던 가장 싫어하던 무리들이 결국 자치 근무자가 되었다.

탐탁지 않아 하는 동기들이 많았지만 사실 학군단이 대학 생활의 주가 되는 게 아닌 동기들 입장에서야 어차피 혼낼 선배들도 없고
중요한 문제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학기 초에 생활의 뼈대가 완성되자 굉장히 즉흥적인 성격인 나도 계획이란 걸 세우기 시작했다.



대학 생활 그 마지막​

벌써 대학교 4학년이 되고야 말았다.

남들과는 다르게 대학을 스트레이트로 다녔기 때문에 내 대학 생활 마지막이 오고야 말았다.
멋있게 보내고 싶었다.

찾아 헤매던 왕관도 찾았고, 그 무게를 견딜 각오도 되어 있었다.

​심지어 틈 나는 시간에 헬스도 했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정점에 있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태권도 동아리의 회장직도 맡게 되었다.
정말 여러 가지로 바쁜 한 해가 될 것이 예상되었진만, 자신 있었다.


한정된 시간을 알차게 쓰기 위한 의지


그것이야말로 내 원동력이었다.

앞으로 닥쳐올 여러 가지 위기가 이토록 무거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지만

인생에서 정말 진하게 보냈던 1년이 아니었나 싶다.

그 1년에 대해서는 더 자세하게 다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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