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 또한 내가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태어나고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거야. 어느 시골 마을에 70대 노인이 혼자 살고 있었대. 그 노인에겐 4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장손만이 결혼을 하지 못했었다고 해. 그렇게 장남이 40대 후반에 접어들었을 무렵, 드디어 그가 아내를 맞이해 마을로 돌아왔대. 그의 아버지인 노인은 물론 어릴 적부터 그를 봐왔던 마을의 어른들 또한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줬대. “아이고 우리 철수가 드디어 결혼했단다~” 하는 소리가 마을 곳곳에 울려 퍼졌지. 비록 마을과 집은 부유하지 못했지만, 그들 부부는 무엇보다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대. 물론 젊은 아내와 마을의 노인들이 처음부터 조화롭게 섞인 것은 아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대. 그렇게 저물어 가던 노인마을에 젊은 활기가 돌기 시작한 지 딱 일 년이 지나, 부부의 결혼기념일인 1월의 겨울이 찾아왔어. 그리고 그때 어느 철없는 아이 하나가 활기찬 울음을 터뜨리며 나왔다고 했지. 그렇게 몇십 년 만에 마을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대. 아이가 태어나고, 동네 노인들은 하루를 멀다 하며 부부의 집에 찾아와 아이와 함께 놀았기 바빴어. 적적한 마을이 오랜만에 웃음으로 가득 찼다고 했지. 그런 그들 사이에서도 단연 가장 기뻐한 이는, 평소 장손, 장손 노래를 부르던 노인이었어. 그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고, 손자에게 무엇이든 해줬다고 해. 그렇게 그들 가족은 꿈만 같은 시간을 보냈대. 하지만 이런 달콤한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어. 아이가 태어난 해의 여름, 돌연 노인이 먼저 떠나 버리고 만 거야. 연초 아이의 탄생을 알리던 신성한 울음이 통곡으로 변한 거지. 그의 장례식에서 아이는 그저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울 뿐이었어. 다만, 이때만은 모두가 아이였어. 그렇게 장례가 치러지며, 많은 손님들이 모였지. 그렇게 많은 이들이 왔기에 이런 얘기가 나왔다나 봐. “다아- 미련이 읎어져서 그른 길 끼다. 다들 그리 울지만 말어라.” 누가 이리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다른 이들도 어렴풋이 알지 않았을까. 그의 원동력은 하나 남은 장남이란 걸.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는 누구보다 장손을 아꼈던 거 같아. 물론 미련을 원동력으로 살아간다는 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나는 들을수록 마음이 참 싱숭생숭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