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과 물의 관계
설탕군은 귀티 나는 하얀 얼굴에 달콤함이라는 중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남자다. 자신감이 넘치는 설탕군은 어디에서나 주목을 받는 것을 즐기며, 늘 사람들에게 호감을 준다. 그러나 그의 자신감은 종종 질투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클럽이나 파티에 참석해서 주변 사람들과 인기 끌기를 좋아하는 설탕군은 한 파티에서 맑고 투명한 여인을 발견한다.
물양은 개방적이고 쾌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항상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며, 삶을 즐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친근하고 사교적이어서 쉽게 새로운 사람들과 친구가 되며, 매력 넘치는 비주얼과 밝은 미소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물양을 보고 첫눈에 반한 설탕군은 그녀에게 다가가 매력을 뽐내는 동시에 물양의 주변을 돌며 다른 남자들이 오지 못하게 막는다. 하지만 설탕군이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통화로 자리를 비울 때면 멀리서 그녀를 지켜보던 곰팡이군과 박테리아군이 그녀를 유혹해 온다.
잼을 만들고 있는 내가 봤을 때 설탕과 물의 관계가 이렇다.
설탕은 물을 꽉 잡고 있기 때문에 설탕이 있으면 물을 필요로 하는 박테리아나 곰팡이가 살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설탕으로 만든 잼은 자연스럽게 보관기간이 길다.
그러면 잼을 만들 때 수분만큼의 설탕이 부족하면 어떻게 될까?
설탕이 물을 꽉 잡고 있지만 부족한 설탕이 모든 수분을 움켜쥘 수는 없다. 자유로워진 물에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곰팡이나 세균이 침투해 자칫 잼이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냉장 시설이 취약했던 옛날에는 보통 잼을 만들 때 과일과 설탕의 양을 1:1 비율로 완성했다. 이렇게 많은 양의 설탕을 넣어 실온에서도 오랫동안 보관해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내가 일본에서 잼을 배울 때 선생님은 3년이 지난 잼을 내어주시기도 했다. 잼을 개봉하지 않았다면 고당의 잼은 몇 년의 보관기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잼을 만들면 단점이 있다. 아무래도 설탕을 적게 넣은 잼보다 상대적으로 과일의 맛을 풍족하게 느낄 수가 없다. 요즘에는 냉장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잼을 개봉 후에 상온에서 보관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설탕을 적게 넣는 추세다. 보통 과일과 설탕의 비율을 2:1 정도로 넣는 데 이렇게만 넣어도 별일이 없다면 1년의 보관기간을 가질 수 있다. 개봉 후에는 잼을 냉장보관으로 베스트는 2주 내에 소비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설탕대신에 알룰로스, 스테비아, 에리스리톨등 대체당을 이용해서 잼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대체당들도 설탕만큼 수분을 잡아줄 수는 없다. 그래도 기술의 발달로 설탕으로 만든 것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한 보관기간을 가진다. 보통 시중에서 파는 대체당 잼들은 3~5달 정도의 보관기간으로 판매되고 있다.
베이커리카페를 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이 빵 너무 달진 않나요?'가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당에 얘민한 편이다. 그렇다 보니 저당 관련 식품이 인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잼을 정의하는 당도가 나라마다 다른데 미국 같은 경우는 65 브릭스가 넘어야 잼이라고 하는 반면 일본 같은 경우는 40 브릭스만 넘어도 잼이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아시아 쪽이 당도에 더 얘민한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