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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Dec 22. 2023

4남매와 노후 주택에서 미니멀라이프 실천 도전기

엄마의 로망인 주택에 살아보니

19평 거실 정리하는 모습


19평 구축 아파트에서 6인 가족의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했다. 집은 작지만 베란다가 3개나 있고 넓어 여름엔 물놀이도 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장난감을 모두 베란다에 놓고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해두었다. 작은 방 베란다에는 트램폴린을 놓아두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해뒀다. 아파트 길 건너편에는 큰 공원도 있었다. 코로나가 한참일 때도 공원 덕에 나름 잘 버티며 살 수 있었다.

남편의 이직으로 이사를 해야 해서 SNS에 이벤트까지 하며 이사 갈 집을 고민했다.


한참 미니멀라이프에 심취해 있던지라 20평 안 되는 평수의 아파트와 29평인 지금의 집을 고민했다.

작은 집에서 생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6인 가족이어도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면 작은 집에서도 살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댓글들에는 노후주택이긴 해도 마당이 있고 1층이라 아이들이 층간 소음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지낼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관리해야 할 영역이 많고 10평이나 넓어지면 힘들 것 같았다. 집 보러 올 때 들어서는 입구부터 돌계단이라 어린 아이들에게 위험할 것 같고 너무 낡아 이 곳은 아니라 생각하고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다. 다른 집들을 알아봤는데 너무 비쌌다.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이 곳으로 이사 오게 되었다. 

가득 찬 가구와 짐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벽은 곰팡이로 도배되어 있었다. 습하고 결로현상이 심한 집이라 장판 밑도 흥건했다. 이사 오자마자 다음 날 급하게 도배를 하고 며칠동안 거실에서 생활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했기에 큰 가구들이 적어서 가능한 이야기다.

9월이어도 늦더위로 엄청 더웠는데 락스칠하고 바닥 말리기 위해 보일러까지 가동시키고 곰팡이 제거에 힘썼다. 단열벽지도 붙였는데 며칠 뒤 곰팡이들이 또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시 방들의 짐을 다 거실로 빼고 곰팡이를 제거했다. 거의 한 달을 곰팡이들과의 전쟁을 치뤘다. 전세인데 계약 때 조금 낮춰 계약하게 되어 도배, 장판 비용을 우리가 지불하기로 했다. 싱크대에 물도 새고 여름이 되니 작은 방 천장과 벽, 거실 창쪽 천장에도 물이 샜다.

도배 장판해도 다시 생긴 곰팡이 제거중

그래도 나와 가족이 사는 집이기에 '지금 이 곳에서 행복하기 위해' 매일 가꿔가며 살겠다고 노력했다.


봄에는 떨어진 벚꽃 잎 쓸기, 여름에는 잡초 뽑기, 가을엔 낙엽쓸기, 겨울엔 눈쓸기 등 관리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한참 더운 날에는 뒷동산에 나무가 많아서인지 모기가 많아 아이들 팔 다리가 성할 날이 없었다. 뱀도 두 번이 나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집안에서는 온갖 벌레들과 깜짝 놀라며 만나 인사한다. 이제는 웬만한 벌레들은 아이들이 알아서 처리한다.

겨울엔 창문이 얼어 고드름이 생겨 잘 열리지 않는다. 그나마 세탁기가 주방에 있어 배관이 얼지 않아 감사하다. 구축 아파트에서는 베란다에 세탁기가 있어 배관이 얼어 고생했던 적이 있더랬다.


엄마가 여러모로 애쓰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그 어느 집보다 이 집이 제일 좋다고 한다.

다음에 이사 갈 집도 주택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흙 놀이 하다가 물 틀어 뻘도 만들어 놀고 텃밭에 작물들을 심고 수확의 기쁨도 맛봤다. 여름에는 마당에 수영장, 미끄럼틀까지 놓아 두어 물놀이를 했다.


숲 체험을 따로 갈 필요가 없었다. 마당에서 개구리, 사마귀, 사슴벌레, 방아깨비 등 여러 곤충들과 만났다. 가을에는 함께 낙엽 쌓아 만든 낙엽이불에 누워보기도 했다. 솔방울, 밤, 도토리를 줍고 겨울엔 눈썰매 타고 눈싸움하고 눈사람을 만들어 놀았다.

아파트에서 살 때 누리지 못했던 마당 생활을 통해 자연 친화적으로 살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 놀이터 흙이 아닌 자연 흙을 만지고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보낼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친구네 식구가 1박 2일로 놀러 와서 함께 마당에서 고기도 구워먹었다. 가장 큰 주택 생활의 로망이었다. 주말에 독점 육아를 해야 했고 아이들이 어리고 많아 캠핑을 한 번도 도전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터치 텐트도 치고 캠핑의자를 놓고 캠핑놀이도 원없이 했다.

아이들이 집에서도 층간소음 신경쓰지 않고 신나게 뛰어놀 수 있어서 감사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기에는 마당에서 필요한 물건들도 많고 철마다 사용해야 할 물건들이 있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매일 불필요한 물건, 쓰임을 다한 물건들을 비워가며 더 쾌적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 키우면서 살면서 한 번쯤 주택에 살아보고 싶은 로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경험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엄마는 힘들 수도 있지만 조금 젊고 힘 있을 때 살아보시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집 보러 오신 분들이 계약하신다고 했는데 대출이 안 되어 취소가 되었다.

아쉬운 마음을 부여잡고 다른 부동산에 집 내놓을 때 빌라는 들어가지 말라고 구축이라도 아파트로 들어가시라는 조언을 들었다. 이 집은 전원주택 같은 빌라 형태이다.

어떻게 그런 집에 들어가셨냐는 말도 들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희는 재밌게 잘 지냈어요' 라고 말했다. 정말이다. 재밌게 잘 지냈다.

이 집에서 정리 멘토로 삼고 있는 tvN ‘신박한 정리’의 이지영 대표님의 유튜브 채널 <정리왕>에도 출연했으니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고 기쁜 생활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https://youtu.be/49seBflrZSE?si=c0ienk-KY88Vryww

아직도 결로 현상으로 곰팡이와 싸워야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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