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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Aug 04. 2024

9화. 개성과 과보에 대하여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모든 결과를 감수한다"




새벽부터 너는 책의 한 페이지를 나에게 전송했다.


밀의 자유론의 한 페이지이다. 새벽에 문득 내 생각이 났다고 했다. 좋은 글귀는 나누고 싶다며.


사람은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자신의 의견을 삶 속에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찰하고 있는 페이지였다. 하지만 표현한 행위는 결코 증발되지 않고 책임을 면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일단 책을 주문하였다. 아마도 내가 필요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요 며칠 개성을 발현한 과보를 치를 생각에 조금 울었다. 한번 시작한 눈물샘은 잘 마르지 않아서, 한 카페에서 터진 눈물은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천장을 보고 누웠는데도 귀에 눈물이 고여 고개를 한쪽씩 한쪽씩 돌려 귀에 담긴 물을 쏟아내야 했다.

별것 아닌 말로 눈물이 시작된 것으로 보아, 아직 내가 과보를 전부 치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충분한 과보를 치렀다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스스로 등을 토닥거릴 수 있을 때까지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데, 내 업보는 아직 내 등에 남아있었나 보다.


많은 고민이 들었다.

익명성이 좋아, 스트레인저들과의 소통이 좋아 가입한 브런치에는 지인들이 누적되고,

나는 이 공간에 나를 노출해 가면서 까지 진정 어린 글을 쓸 수 있는가에 대한 아이러니에 빠졌다.

이 또한 개성을 발휘하기 위해 내가 책임져야 할 과보라고 생각한다. 지인들이 나의 글을 이해해 주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저 '한나'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다.


그대들에 대한 욕심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가 A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A에서 파생되는 일련의 사건을 책임질 용기가 있는지. 난 그걸 고려하지 않고 몇 년을 넘게 살아온 것 같다.


나를 생각하며 새벽에 책의 귀퉁이를 보내준 너에게 감사하며.

진심 어린 조언과 충고, 그리고 나를 걱정해 주는 마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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