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금 부족한 아이가 오늘 내게 다가와 물었어.
"귀걸이가 바뀌었네? 내일은 뭐 하고 올 거야?"
푸흡 하고 웃음이 났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지.
"내일은 동그란 모양을 하고 올 거예요"
"내일은 예쁘겠네."
귀를 의심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 찬찬히 날 뜯어봤을 녀석 생각에 '푸흡'이 아닌 '푸합'이 될 뻔했지. 게다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낫겠다는 말에 정말 폭소할 뻔했어. 게다가 내일은 토요일이라서 등교를 하지 않는다고.
나는 매일 수업하기 싫다, 집 가고 싶다를 구호처럼 외치는데, 아이들은 변함없이 날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복도에서 마주쳐도 달려오고, 지나치면 뒤돌아 불러주고, 밥 먹다가도 손을 흔드는 녀석들.
학교에 적응 중인 교사라는 것을 핑계로 뒷걸음질만 치는 나에게, 녀석들은 항상 먼저 다가와줘. 적응도 적응 나름이지 벌써 9월인데 사실 적응 핑계는 머쓱하기도 해.
그래서 조금씩 인정하고 있는 중이야. 난 내가 몸담은 이곳을 사랑하게 되고 있는 중이라고.
동료들의 사소한 관심에, 다정한 말투에 매일 감동을 받으며, 녀석들이 쏘아대는 사랑의 화살에 뭇매를 맞는 중이라고.
그때의 그 창밖풍경이 보이지 않아도,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나의 교무실에서 바라보는 빌딩 숲 또한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고.
어제 한 편의 시를 읽었어.
이런 구절이 있더라. "요즘도 너는 너하고 서먹하게 지내니.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아직도 매일매일 일어나니."
나와 나는 가까워지는 중이야. 너는 어떻니? 여전히 너는 너와 서먹하게 지내는지, 쉬운 고백들을 참아내느라 꿈속에서도 이를 다물고 있는지. 너는 너의 공간에서 발돋움할 준비를 끝마치고 있는지.
이렇게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떠나가지 못하고 있는 이 여름처럼
여전히 뒤를 돌아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언제나 뒷모습만 보였던 지난봄의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