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장례

by 한나

바닥에 맞닿은 이마를 뗄 수 없었다. 보는 눈이 없다면 한참을 엎드려있고 싶었다. 이마와 바닥이 영원히 닿아있길 바랐다. 그저 바닥이 되고 싶었다.


이마를 바닥과 맞댄 채 수 초를 엎드려 있다.

수없이 많은 헝겊조각을 기우고 살았을 네 조각의 개수를 헤아려 본다. 남에 불과한 내가 갖는 죄책감은 얼마나 얄궂은가. 둘러싸인 사람들의 슬픔이 내 등을 떠민다. 두 번째 절을 올린다.


새벽녘에 널 찾아간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인 내가 슬픔을 표현하기엔 혼자인 공간이 더 적합하다. 떨어지지 않는 이마를 억지로 잡아뗀다. 네 앞에 엎드려 있던 시간이 오히려 평화로웠다.


너를 탓할 자격도 없는 스트레인저는, 너의 클로저들의 눈을 마주칠 용기가 없다. 그들의 해일 같은 슬픔을 내가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황망히 몸을 돌려 검은색 구두를 신는다. 수십 차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또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바람이 불고 차들이 지나간다. 각자의 고민을 떠안은 이들이 내 곁을 스친다. 멍하니 서 있는다. 어제 기웠던 내 마음의 조각들의 틈새가 벌어진다. 너의 틈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


검은색 옷을 입고 검정구두를 신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길가에 주저앉은 나를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수가 더 적어질 테니. 나는 마음껏 길에서 시간을 허비한다.


조각조각 이어 붙인 마음에는 결국 출구가 없는 것이 아닐까. 내 가슴팍을 손으로 더듬어본다. 사람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짐승 같은, 실격된 숨겨진 것들이 만져진다.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인가.


그 답을 찾기 위해 나 또한 너의 자리에 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끝없이 이어 붙여도 결국 흩어지는 조각들 사이에서, 나는 내 안의 허기를 바라본다.

그것은 애도이자 욕망이고, 슬픔이자 생의 본능이다.


너의 부재 앞에서 나는 내 삶의 이유를 다시 묻는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건, 그저 이 질문을 잊지 않는 일, 그 질문을 품고도 살아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keyword
이전 03화열하나의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