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결정 / 오가와 요코

모작 | 다시 쓰는 이야기 #6

by 다운
XL.jpeg


'은밀한 결정'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다. 길어야 100년. 그 안에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우리의 결정도 그 안에 모두 끝나야 했다.


이주선에는 ‘인간만’ 태우기로 했다. 휴머노이드는 허용되지 않았다. 문제는 둘을 어떻게 구별해야 할지였다. 휴머노이드는 이제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인간과 구별될 수 없었다. 굳이 구별해야 할 필요성조차 희미해져 우리는 하나의 인류로서 살아왔다. 아주 오랫동안.


그러므로 ‘소멸’이라는 규칙을 발견해 낸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소멸은 휴머노이드에게만 적용된다. 인간은 소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처음에는 구체적이고 특정하며 드문 단어로 시작했다. 북극곰, 곤줄박이, 몬스테라 같은. 소멸을 겪지 않는 것이 판별된 ‘인간’은 이주선으로 보내졌다. 단어는 점차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것으로 결정되었다.


기억 사냥의 본질을 알게 되면 모두가 이주선을 타려고 할 것이므로 모든 것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기억 사냥은 공포와 억압의 상징이어야 했다. 그렇게 ‘판별’의 긴 과정이 은밀하고도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히 진행되었다.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 길고 긴 과정이었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7화희랍어 시간 / 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