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서, 브랜드를 짓는 중입니다」
“서울 말고, 지역에서도 창업할 수 있어요.”
나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런데 그 말이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처음 구미에서 창업을 결심했을 때,
나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했다.
지역에도 기회가 있다
로컬의 가치는 아직도 많이 비어 있다
서울보다 느리지만, 더 깊이 갈 수 있다
이 말들은 여전히 내 생각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 줄을 더 덧붙인다.
“그만큼 어려운 길이다.”
내가 구미에서 브랜드를 짓는 동안 마주친 현실은 이랬다
정보의 한계
→ 지원사업, 공간, 전문가에 대한 정보가 적고, 흩어져 있다
기회의 편중
→ 서울 중심의 행사, 유통, 홍보가 여전히 주류다
관심의 부족
→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는 분위기 자체가 적다
→ 때로는 “그걸 왜 해?”라는 시선을 견뎌야 한다
왜 계속 구미에 남아 있을까?
내가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이 남지 않으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브랜드는 결국 맥락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도시에서 느끼는 불편함,
이 지역 사람들이 가진 고민,
그게 나의 브랜딩 아이디어가 되었다.
서울에서 뻗어나가는 게 아니라,
구미에서 뿌리내리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키우고 싶었다.
더 많이 연결되는 일이 된다
창업은 비즈니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을 구성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역 창업자’라는 말이
그저 주소지를 뜻하는 게 아니라
이 도시의 시간과 공간, 사람을 함께 살아내는 역할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로컬에서 창업하는 건,
더 많이 묻고
더 많이 참아내고
더 많이 연결되는 일이 된다.
요즘 나는 이렇게 정리한다.
브랜드란,
결국 ‘어떤 세계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답이다.
그리고 그 세계는
내가 발 딛고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
나는 구미에서 내 세계를 만들고 있다.
혼자서, 천천히, 그러나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