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혁명의 허구
'열심히'에 올인한 내탓이었다 - 농업혁명의 허구
이집트 동북부로부터 메소포타미아 이란고원까지 이어지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시작된 농업혁명 또한 실패로부터 진화했다. 수렵과 채집에 의존해 살던 인류는 작물 재배를 시작했고 이는 정착 생활로 진화되었다. 그러나 정착 생활은 수렵 생활보다 훨씬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이는 집단생활이 더 유리한 삶으로 진화되었다. 또한, 더 많은 작물 재배를 위해서개간을 해야 했고, 노동자는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끊임없는 노동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자연재해를 만나면 한해 지은 농사를 망쳐 집단의 생존과 유지가 어려웠을테고 이러한 위기는 전쟁으로 이어졌고 전쟁의 승리자는 더 많은 소유를 하게 되었다.
2000년대 초 몽골에 유례없는 폭설과 한파로 2000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한 일이 있었다. 2021년에도 폭설로 인해 내몽골과 몽골의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가축을 잃은 유목민은 도시로 가서 도시빈민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지금까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가면 도시를 둘러싼 구릉 지역에 게르를 설치하여 도시가 게르로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도시로 넘어온 유목민들이 형성한 거처인 것이다. 겨울철이면 게르로부터 나온 석탄 연기가 분지인 울란바토르 전체에 쌓여 30m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스모그가 심할 정도다. 농업혁명 이후 수천년이 지난 지금의 인류도 자연재해를 만나면 여전히 생존에 타격을 입는다. 자연은 위대하다. 인간은 나약하다. 인간은 스스로 자연과 싸워가며 진화해야 했다. 그렇게 인간의 뇌는 점점 발달해가고 인간군집은 서서히 세력을 확장해갔다.
나도 마찬가지다.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한 사업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업을 펼쳤지만 해당국의 전쟁, 정책의 급작스런 변화, 세계 금융위기 등은 나의 예상밖에서 나와 무관한 이유로 나의 사업을 망가뜨렸다. 내 탓이 아니었다. 경제탓, 전쟁탓, 탓할 것들이 너무 많았지만 탓해봤자 소용없었다. 나같은 소시민은 고래등에 새우등 터지는 숱한 경험을 거치며 스스로 발전, 진화하지 않으면 생존은 끝이었다.
실제, 2011년 몽골에서 건설공사로 한창 잘 나가다가 한국으로 돌아올 때의 나의 모습이 바로 그랬다. 당시 교량 설치공사를 대기업으로부터 수주받아 진행한 나의 사업이 대기업이 부도나자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는 자연재해로 농사를 망치고 전쟁터에 끌려가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 농민과 다를 바 없었고 폭설로 인해 몰살당한 가축을 뒤로 하고 도시빈민의 삶을 선택해야만 했던 몽골의 유목민, 그 모습이었다.
농업혁명의 허구 속에서도 인류는 더 많은 잉여를 통해 농업의 진화를 이루어냈고
몽골의 자연재해는 다른 유목민들에게 새로운 산업화의 기회를 제공했듯이
외부환경에 의해 직격탄을 맞은 나도 나에게 또 다른 도전을 부여해야만 했다.
이제는 나와 상관없는 그 어떤 일에 있어서도 내 인생이, 내 가족의 삶이, 내 미래가, 내 꿈이 타격을 받으면 안될 정도로 더 굳건하게 인생을 세워놔야겠다는 현실적인 자각을 갖게 했다.
열심히 일했고 죽어라 고생한 나는
이제 외부환경에 탓할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
그렇게 나에게 벌어진 사태를 나 스스로에게서 원인을 찾고
다시 도전하며 진.화.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