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화 가방이랑 데굴데굴 굴렀다

진짜 너무너무 아파

by 아름드리

묶어준 머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짜증 내는 큰딸과 간신히 입혀준 티셔츠가 마음에 안 든다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아들을 보며 내가 땅으로 꺼진 것만 같았다. 딸아이의 양갈래 머리를 다시 풀러 하나로 묶어주고 아들이 원하는 파워레인저 티셔츠로 입혀준 후 내 화장은 1분 만에 대충 바르고 머리는 바람이 드라이를 해주기를 바라며 대문밖을 나왔다.


"너 때문에 늦었어. 맨날 파워레인저 티셔츠 입으면 냄새나"


"내 마음이거든. 맨날 맨날 입을 거야. 메롱"


어김없이 싸우며 등교하는 길 친구가 등교하는 모습을 보더니 큰 딸이 크게 소리쳤다.


"엄마 나 실내화 가방 안 가져왔어? 어떻게 나만 실내화 안 신고 못 들어가 "


"오늘만 그냥 들어가면 안 될까? 엄마가 실내화 가방 다시 가지러 가면 어린이집에 늦을 거 같아"


"아~~ 앙 싫어 나 그럼 학교 안 가. 실내화 가방 없이 안 갈 거야~~"


너무 큰 소리로 울어대는 깐깐한 딸아이 때문에 실내화 가방을 가지러 집에 다시 가기로 했다.


"그럼 여기서 기다려. 동생 어디 못 가게 잘 지키고 있어야 돼. 알았지 엄마 금방 갔다 올게. 울지 마"


나는 미친 듯이 뛰어갔다. 딸아이 방으로 헐레벌떡 뛰어가서 실내화 가방을 가지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우리 집은 비탈길에 있다. 내리막길에서 너무 세게 달려 쳇바퀴 도는 다람쥐처럼 데굴데굴 굴러 버렸다. 몸이 붕 뜨는걸 느꼈다. 엄마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너무 놀라 울음을 터트리며 나에게로 뛰어왔다. 정말 태어나서 이렇게 아픈 건 처음이었다. 온몸에 타박상에 네 번째 손가락이 돌에 찢겨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엄마 죽었어. 일어나 엄마 죽지 마 아앙~~ 엄마 살려주세요~~ 아앙"

"내가 실내화 가방 가져다 달래서 미안해. 엄마 일어나 죽지 마"


내가 죽은 줄 알았던 아이들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엄마 괜찮아. 실내화 가방 때문이 아니라 엄마가 너무 빨리 뛰어서 그래. 실수야 일어나 볼게. 조금 기다려봐. 학교 데려다줘야 되는데 어떻게 하지?"


마침 지나가던 큰아이 친구 엄마가 큰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작은 아이는 학교 안 병설유치원에 데려다주었다. 아이들은 울먹이며 학교에 가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조금 앉아서 쉬어보니 일어날 수 있었다. 다행히 지각하지 않고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출근한 내 모습을 보고 옆반 선생님이 약상자를 가지고 왔다.


"구급차를 부르지 이렇게 하고 출근한 거야. 어깨 다 까졌어. 파스도 붙여야겠다. 손가락 밴드만 붙여도 되겠어. 많이 부었어?"


걱정해 주며 치료해 준 옆반 선생님이 참으로 고마웠다.


"고마워요 선생님. 내가 갑자기 출근 안 하면 우리 반 애들 어떻게 해요. 아파도 어린이집에서 아파야죠"


"맞다. 나도 다리 깁스하고도 출근했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직업을 왜 몰라줄까? 서럽다"


옆반 선생님이 마음에 상처에도 밴드를 붙여준 듯 위로가 되었다.

퇴근하고 우리 아이들과 함께 퉁퉁 부은 손을 돌보러 병원에 갔다. 2주 정도 깁스를 해야 한다고 했다.


'미안한 내 손가락.... 이제야 너를 돌볼 수가 있었네. 내 손 꼭 할머니 손 같다. 일을 너무 많이 했어 .다 나으면 처음으로 네일아트해봐야지. 내 손 위로해 줄 겸 '


손가락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딸아이는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엄마 내가 앞으로 실내화 가방 잘 챙기고 동생이랑 싸우지 않을게. 아프지 마"


"알았어. 앞으로 엄마도 실내화 가방이랑 준비물 잘 챙겨줄게. 너 때문에 다친 거 아니니까 속상해하지 마. 엄마도 아프니까 우리 맛있는 저녁 사 먹자. 아픈 기념으로"


"아픈 기념 키키 그럼 자장면 먹자. 엄마 내가 파워레인저 돼서 엄마 지켜줄게"


"고맙다 아들"


정의를 지키는 지구의 용사 파워 레인저 아들과 엄마 걱정뿐이 딸과 액션영화 같은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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