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주택사이 작은 빌라들이 밀집해 있던 어린이집에 젊은 엄마가 3살 아이를 데리고 방문했다.
"선생님 계세요? 저 수진이 엄마예요"
"수진이 어머님 너무 반가워요. 수진이 동생이에요? 언제 아기를 낳았어요. 수진이 잘 있는지 궁금했는데 "
"선생님이 수진이 참 예뻐해 줘서 수진이가 보고 싶어 해요. 선생님 준 옷도 지금은 작아졌는데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선생님 보고 싶을 때 옷 꺼내보더라고요. 제가 재혼을 해서 수진이 동생을 낳았어요. 전 남편이랑 이혼하고 지금 남편을 만났는데 총각이에요. 저는 애가 있다고 말했는데 남편이 괜찮다고 사랑하면 된다고 해서 결혼했어요. 제 사정 아시죠. 아무것도 없이 수진이만 데리고 이혼한 거요. 저 일해야 돼서 선생님께 수진이 동생 맡기려고요"
"고생 많이 했는데 걱정 말아요. 수진이 어머님 제가 수진이처럼 잘 돌봐줄게요 "
"감사해요. 선생님 수진이 동생 이름은 수현이에요. 아침 7시 40분에 차량 타야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퇴근하고 데리러 갈게요. 많이 늦을 수도 있어요"
"수현이 걱정은 말아요. 어머님도 꼭 식사 잘 챙겨 드셔야 해요. 두 아이 키우려면 힘이 있어야 돼요. 힘내요! 내일부터 수현이 데리러 갈게요"
대화를 마치고 수진이가 떠올랐다. 수진이는 내가 초임 때 만난 작은 아이였다. 20대 초반인 엄마는 수진이를 낳고 남편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헤어져 한부모로 수진이를 키웠다. 수진이는 늘 같은 옷을 입고 어린이집에 왔다. 수진이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깨끗한 옷을 물려주어도 되냐고 묻자 어린 수진이 엄마는 너무도 고맙다고 했다. 큰아이의 옷 중에 작아진 깨끗한 옷만 빨아서 다림질하고 가끔 새 옷과 양말을 헌 옷처럼 함께 넣어 수진이 엄마에게 전해주었다. 그 옷을 아직도 좋아해 준다니 학교에 간 수진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수진이 엄마를 보낸 후 안쓰러움 반과 걱정이 반이 생겼다.원장님께서 아침 당직을 순서를 정해 돌아가며 출근하자고 말씀하셨다. 교사들은 모두 네라고 대답했지만 모두 싫은 표정은 어쩔 수 없었다. 교사들도 누군가의 엄마여서 내 아이를 맡기고 올 수 없는 교사들은 서로 걱정이 되었지만 수현이 생각하며 서로 도와주기로 했다.
내일 당직은 내가 먼저 하기로 했다. 수진이를 보고 싶어서였다. 차량을 타고 수현이 집 앞에 도착하자 수진이 엄마가 아닌 수진이가 수현이를 데리고 나왔다.
"선생님 " 하고 반갑게 부르는 목소리에 나는 차량에서 내려서 수진이를 꼭 안아주었다
"예쁜 수진이가 데리고 나온 거야. 엄마 벌써 일 나갔어?"
"네 괜찮아요. 엄마가 같이 기다리다가 버스 시간 때문에 방금 갔어요"
"수진아 키 많이 컸다. 어린이집에 학교 끝나고 언제든 놀러 와.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었어. 선생님이 너 얼마나 예뻐했는지 알지"
"그럼요. 저 선생님 많이 보고 싶었어요. 진짜 갈게요. 학교 끝나고 심심했거든요 "
수진이는 학교가 끝나면 가끔씩 어린이집에 놀러 왔다. 슈퍼에서 수진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놀이터 그네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진아
선생님은 수진이가 놀러 오면 함께 아이스크림도 먹고 학교에 있었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아. 수진이도 선생님이 어린이집에서 속상한 이야기 너무 잘 들어주잖아. 우리 어른친구 어린이 친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