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이 할머니의 뜨끈한 참기름

성준이의 세상을 밖으로 꺼내준 선생님

by 아름드리

어린이집에 6살 성준이가 할머니 손을 잡고 들어왔다. 머리는 까치처럼 짧게 자르고 눈에는 눈물이 한 움큼 고여있었다. 또래보다 큰 성준이는 할머니 손을 잡고 머리를 푹 숙이고 있었다.


"슨생님 여기 우리 성준이 다닐 수 있어요? "


"할머니 성준이 몇 살이에요?"


"6살이요 근데 말을 너무 안 들어요. 엄마 아빠는 일하러 가서 1주일에 한번 오는데 나 혼자 성준이 집에 데리고 있을라니 힘이 너무 들어요. 한 달 전에 어린이집 다녔는데 거기 슨생님이 너무 힘들다고 해서 못 다니게 됐어요. 제발 우리 성준이 봐주면 안 될까요?


"할머니 힘드셨겠어요. 6살 반에 자리 있어요. 제가 성준이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저도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


"진짜요 슨생님 내 절이라도 할게요. 고맙습니다. 내일 올게요. 오늘 핸드폰 게임하는데 밥 먹으라고 했다고 숟가락을 던져서 내 얼굴을 맞았어요. 어찌나 아픈지 속이 너무 상해서 죽겠어요 "


"할머니 내일 성준이 손 꼭 잡고 오세요. 친구들이랑 기다리고 있을게요."


"네 슨생님 내일 날 밝자마자 내 일찍 올게요. 슨생님 덕분에 내 병원 갈 수 있겠어요. 다리가 너무 쑤셔서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할머니는 몇 번이나 머리를 숙이시며 고마움을 표현하고 돌아갔다. 사실 할머니말을 듣고 겁이 났다.


'내일 어린이집에 와서 친구들을 때리면 어떻게 하지. 밥 먹다가 친구들을 때리면 어떻게 하지'


원래도 걱정이 많았는데 오늘 걱정 하나가 더 생긴 것 같았다.

퇴근하던 길 속상한 마음을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어 어린 큰딸에게 성준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엄마 걱정 마. 내가 가서 엄마 지켜줄게. 성준이 나쁜 애 아닐 거야 혼자 놀아서 심심해서 그래"


"나보다 우리 딸이 어른 같네. 걱정 안 하고 엄마가 성준이한테 좋은 친구 해줄게"


위로해 주는 딸아이를 보며 내일의 행운을 미리 당겨 받아보았다.


아침 8시가 되자 어린이집 벨을 누르며 성준이와 할머니가 왔다.

"어서 와! 성준아 반가워요. 선생님이 성준이 담임 선생님이야"


"슨생님 성준이 안 온다고 울다 왔어요. 아침도 안 먹었어요. 병원 갔다 후딱 올게요 "


"할머니 걱정 마세요. 성준이가 할머니 보고 싶다고 많이 울면 전화드릴게요. 일 다 보시고 천천히 오세요

아침 간식도 점심도 잘 먹을 거예요"


"정말요? 슨생님 그럼 오랜만에 파마도 하고 올게요. 내 후딱 올게요. 고마워요 슨생님"


성준이는 곁눈으로 나를 쳐다만 보고 현관에서 할머니가 나가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성준이를 안아주려 하자 나를 밀어냈다. 힘이 어찌나 세었는지 내가 뒤로 세게 넘어지며 허리를 삐끗했다. 아픔을 감추며 성준이 옆에서 가만히 앉아 성준이를 바라봤다.


"성준아 울고 싶을 때까지 선생님이 기다려줄게요. 선생님 옆에 앉아 있어 줄게요. "

성준이는 5분 정도 울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유희실에 장난감으로 쳐다보고 블록과 자동차도 쳐다보았다. 울음소리에 힘이 점점 없어지고 나에게 시선을 주었을 때 얼른 성준이의 신발을 벗겨주었다.

성준이도 내 손길을 뿌리치치 않고 교실로 들어갔다. 친구들이 다가오자 친구들을 밀어냈다.


"애들아 오늘 멋진 성준이 친구가 왔어. 그런데 이 친구는 교실이 처음이라 조금 무서울 수 있으니까 교실 소개를 선생님이 해줄게요. 성준이가 친구들에게 갈 수 있는 시간 동안 조금 기다려주면 어떨까요?"


"좋아요. 선생님 나중에 놀자 성준아"


친구들은 착한 마음이 성준이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성준이가 놀이를 지켜볼 수 있도록 블록으로 주차장을 만들고 자동차를 가져와 친구들과 놀이를 시작했다.


"자동차로 경주놀이해 볼까요? 선생님이 어떻게 도와줄까?"


"선생님이 심판해주세요. 그리고 경주하는 길도 만들어주세요. "


"알았어요. 선생님이랑 경주길 만들어보고 싶은 친구 같이 만들어요"


우리의 놀이를 한참을 쳐다보던 성준이는 조금씩 블록도 만져보고 핸드폰보다 재밌는 놀이의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았다. 성준이는 또래 친구들보다 적응하는 시간이 긴 친구였다. 충분히 교실을 탐색하고 친구들과 선생님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며칠이 지나자 친구들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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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뒤 할머니께서 뜨끈한 참기름 한 병을 들고 오셨다.


"슨생님 우리 성준이가요 어린이집 맨날 가고 싶데요. 슨생님한테 나 정말 고마워요. 시장 갔다가 슨생님 줄려고 참기름 짜왔어요. 파는 게 아니고 직접 짠 거예요. 꼭 받아요. 성준이 좋은데도 많이 구경시켜 줘서 고마워요. 엄마 아빠 바쁜데 여기서 좋은데 많이 데려가서 고마워요"


"성준이가 어린이집에 적응 잘해줘서 제가 더 고마워요. 할머니 이렇게 따뜻하고 맛있는 참기름 받으니까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감사해요. 저 정말 잘 먹을게요"


신문지에 싼 뜨끈한 참기름 한 병을 사진 찍어두었다. 선생님으로 살아가기 너무 지치고 힘들 때 그 사진이 뜨끈한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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