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웅보 Sep 24. 2022

기온의 바로미터

비자발적 전업주부의 우울

비자발적 전업주부의 우울     


22. 기온의 바로미터          



때아닌 가을 더위가 태풍과 함께 지나가고 일교차가 큰 본격 가을 날씨가 되었다. 각 가정마다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나타내는 모습이 있을 것이다. 에어컨 커버, 선풍기, 이불의 두께 등. 우리 집에서는 두 고양이의 물리적 거리가 바로 그러하다.     


우리 집 고양이들은 솔직히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 대놓고 나쁘지도 않고 썩 좋지도 않은 것이 딱 현실 남매 사이 같다. 종종 우당탕 싸우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작은 고양이가 서럽게 울면 큰 고양이가 무심한 척 다가와서 살피기도 한다.      


한 가지 명확한 건, 둘은 어지간해서는 잘 붙어있지 않는다. 큰 고양이는 가정 분양을 받았지만 작은 고양이는 아주 어린 시절 길에서 발견되었다. 오랜 기간 관찰 및 연구한바, 작은 고양이가 고양이 문화를 잘 교육받지 못하여 종종 고양이계의 룰을 어기는 것이 원인인 듯하다.      


일반적으로 고양이사회에서 그루밍(털을 핥아주는 행위)는 윗 서열의 고양이가 아랫 서열의 고양이에게 해주는 보살핌 행위인데, 우리 작은 고양이는 모두에게 그루밍 해주길 좋아한다. 작은 고양이가 그루밍을 해주려 하고큰 고양이가 저지하고작은 고양이는 억울하고그렇게 남매 싸움이 시작된다.     


보통 붙어있으면 그루밍을 하게 되다 보니 둘은 잘 붙어있지 않는다. 럼에도 불구하고 둘의 물리적 거리가 무척 가까워질 때가 있다바로 날이 서늘해지는 환절기이다.     


나와 애인님은 체네 온도계의 차이가 무척 크다. 나는 5월부터 10월까지는 거의 여름이다. 반팔, 반바지, 선풍기가 필수품이다. 두꺼운 솜이불은 한파라도 오지 않는 이상 꺼내지 않는다. 반면 애인님은 어지간해서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잘 찾지 않으신다. 그래서 이 시기 우리 집은 다소 혼란하다. 선풍기와 두꺼운 이불이 공존하고 당연히 별도의 난방은 하지 않는다.      


귀...귀여워...


추워진 날씨에 고양이들도 따로 기댈 곳이 없다 보니 최후의 수단이 서로의 체온이다. 이 시기만큼은 둘이 붙어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작은 고양이는 오빠 품으로 파고들지는 못하고 등에 찰싹 붙어 눕는다. 큰 고양이는 잔뜩 성가신 얼굴을 하면서도 작은 고양이를 밀어내지 않는다.    

  

항상 이렇게만 지내주면 얼마나 좋으련만그야 우리 욕심이고너희도 너희들의 사정이 있겠지. 침대에 오붓이 붙어있는 남매를 보며 살짝 열린 창문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귀여운 건 두 번 보자

  


※ 오늘의 잘한 일     


- 두 고양이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몸집이 커지고 잘 하지 않던 무릎 냥이도 해준다.


이전 21화 감정 솎아내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