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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해 May 12. 2024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는 커서

나는 엄마가 싫어

 기질 : 성격의 타고난 특성과 측면들


 아이의 기질은 총 3가지로 까다로운, 순한, 더딘 기질이 있다. 까다로운 기질은 자극에 강하게 반응하며 고집이 세므로 부모와 갈등이 제일 많이 발생하는 유형이다. 순한 기질은 변화하는 환경과 자극에 큰 거부감 없이 쉽게 적응하는 이름바 '손이 안 가는 아이'라고도 불리는 유형이다. 더딘 기질은 환경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까다로운 기질에 비해 소극적인 편이기에 부모가 답답함을 느낄 순 있어도 덜 예민한 편이다. 전체아동의 10%가 까다로운 기질, 40%가 순한 기질, 15%가 더딘 기질에 속하며 나머지는 복합성을 띄고 있다고 한다.


 

 나는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였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데 엄마가 억지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그때는 얼마나 싫던지 엄마에게 업혀가면서 엄마의 머리를 마구 잡아당기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보내진 어린이집에서도 절대 얌전히 있지 않았고 낮잠을 자고 일어나 이불을 창밖으로 던지는 기행을 펼치기도 했다. 활발하기는 얼마나 활발한지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기놀이나 인형놀이에는 딱히 관심 없었고 축구차는 걸 좋아했다. 이런 개구쟁이, 말썽꾸러기 같은 강한 기질의 딸을 키우는 건 절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시절의 엄마는 참 우울했다. 아이를 씻길 힘도 없었을 정도니깐. 어쩌다 머리감기고, 어쩌다 목욕시키고, 어쩌다 양치시키고 그랬다. 잔뜩 주눅 들어있던 그 시절의 엄마는 날뛰는 망아지를 제압할 힘이 없었다. 제압할 생각도 없었다. 날뛰면 날뛰는 대로... 그래서 망아지는 열심히 날뛸 수 있었고, 억압받지 않을 수 있었고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통제를 배우지 못한 탓에 사회에서 적응하는데 나중에 많-은 애를 먹는다. 사회는 날뛰는 망아지를 받아주지 않는다.

 엄마의 요리가 먹기 싫었다. 엄마는 요리를 못했다. 엄마의 요리는 맛이 없다. 엄마에게 요리를 배우라고 했고, 인터넷에서 적힌 대로 따라 하라고 했다. 엄마는 요리책을 샀고 요리를 자기 맘대로 변형해서 나에게 먹였다. 맛이 없다. 맛이 없다고 하니 엄마가 속상해서 울었다. 속상해하는 엄마를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지 모르겠었다. 시키는 대로 따라 하면 되는데 왜 그걸 못할까, 우는 엄마를 위로하는 언니. 

 그 후론 내가 먹고 싶은 요리는 내가 했다. 블로그에 적힌 대로, 영상을 보고, 재료를 사서 직접. 초등학생 때부터 요리를 했다. 맛있는 음식은 내가 만드리. 요리는 물이 중요하다. 물=간이다.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기다려야 한다. 경험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니 어떤 요리든 조리법을 대충 봐도 맛있는 요리가 나왔다. 요리는 경험이고 요리는 센스다. 센스가 없는 엄마. 까다로운 기질의 딸.

 시간이 지나니 엄마도 어느 정도 요리를 잘하게 되었다. 그래도 엄마의 요리는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 음식은 플레이팅. 가장 중요한 보여주는 맛을 엄마는 간과한다. 여전히 엄마의 살림은 내 성에 차지 않는다. 냄비와 프라이팬을 주방에 너저분하게 늘어놓는 것이 맘에 안 든다. 오래되고 고장 난 것은 버려야 한다. 보이지 않게 깔끔하게 수납해야 한다. 엄마는 모든 살림을 너저분하게 늘어놓는다. 신문지를 바닥에 깔아 놓는다. 물건은 바로바로 치워야 하고 정리를 잘해야 한다. 엄마는 정리를 못한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물건을 쌓아두고 사용용도에 맞게 이쁘게 정리를 못한다. 모든 것이 너저분하다. 깔끔하지 않다.   


 "엄마는 그냥 애야." 언니가 말했다.

 "여보는 어머니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해." 남편이 말했다.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가지는 기대. 

 까다로운 기질의 나는 엄마에게 자꾸 많은 것을 요구하였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대부분의 요구는 무시하고 이상한 것을 들고 와 나의 요구라고 채워준다.  

 엄마에게 가지고 있는 적대감은 나의 기질이 제대로 수용되지 못한 데서 오는 반발심이다.

 기대를 하지 말자고. 

 싸우는 것도 기대가 있어서 하는 것이니까. 

 어른이 된 딸이 어린아이 같은 엄마를 품는 것은 쉬운 일이 절대 아니지만, 이젠 엄마 없이도 잘 사는 어른이 되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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