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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_부모가 되어서야

2025년, 나는 엄마가 된다. 1995년 우리 어머니가 그랬듯이.

by 두부맘


자고로 ‘부모가 되어보아야 내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하였던가? 임신을 하고 나서야 자꾸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눈물을 찔찔거리는 내 모습이 딱 그 짝이다. 글머리부터 같잖은 충고라니 웃기지도 않지만, 효도는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 두시라. 물론 나는 아직 남은 기회마저도 제대로 못 살리고 있는 못난 딸이다. 뭐, 한평생을 흡연자로 살아온 사람들도 ‘너네는 이런 거 피지 마라’ 따위의 이야기를 하니까, 얼추 그 비슷한 조언에 가깝다.


임신 중에 우울감을 느끼면 태아에게 다 전달된다는 게 진짜인지, 뱃속의 아이는 내가 어머니를 떠올릴 때마다 강한 발차기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곤 한다. 태동검사를 할 때 일부러 어머니 생각을 한다면 믿으시겠는가? 태생부터 효자라 우울한 나를 위로해 주기 위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자신의 생존을 위협당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행스럽기 그지없게도 태동의 우울감 퇴치 효과는 상당하다. (지금도 뱃속이 야단법석이다.)


임신과 동시에 간절히 빌기 시작한 소원이 있다. 아이가 건강하게, 그리고 부디 내가 아닌 남편의 성정을 타고 태어나길 바라는 것이다. 나의 개인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런 내 바람을 의아해하기도 한다. 그들은 내가 괜찮은 대학을 나와, 공백기 없이 좋은 직장에 칼취업을 한 데다가 적령기에 알맞게 결혼해 손주까지 안겨드리는 효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그렇게 평가한들, 나는 안다. 어쩌면 내가 어머니를 아프게 만든 장본인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래서 글을 쓴다. 이 글은 점차 흐릿해져 가는 어머니와의 추억에 대한 기록이자, 철부지 딸이 부모가 되는 과정 중에 느끼는 반성과 후회이자, 나조차도 이러하였으니 앞으로 나의 아이가 내 기대를 몇 번이고 저버리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자는 다짐이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입장에 놓여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 10대 혹은 20대 친구들에게 내 경험담이 닿는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위로가 되길 바라며 글을 써 내려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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