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팀이 생겼다. 회사에서 새로운 팀이 생긴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한 덩어리의 새로운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팀에서 그 새로운 업무를 맡기엔 한계가 있고, 새로운 분위기에서 활기차게 추진해야 할 명분을 갖고 새로운 팀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팀은 회사의 과도한 기대와 평가를 동시에 받게 된다. 나는 새로운 팀이 생기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보통 연말쯤 조직 개편이 되면서 해산하는 팀이 있고, 새롭게 짜이는 팀이 있다. 새롭게 만들어진 팀 중 나의 경력을 확장시킬 수 있을만한 팀을 발견했다. 이 팀은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파트'라는 소규모 단위로만 존재했다. 파트가 모여 팀이 되고, 팀이 모여 실이 되고, 실이 모여 센터가 되는 식이다. 한 팀의 세 개의 파트 중 한 파트였지만, 새롭게 팀으로 승격하면서 회사에서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인원 구성은 일단 파트원으로 있던 직원들을 모두 그대로 팀원으로 끌고 왔다. 파트라는 구성이 소규모이다 보니, 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했다. 새로운 팀의 팀장으로 선임된 사람은 파격적인 인사로 인해 기존 선배들 두 명을 제치고 새로운 팀의 팀장으로 자리했다. 이 신임 팀장은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경력직으로 이 회사에 나보다 늦게 입사한 사람이었다. 나와 같은 팀의 각기 다른 파트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 생활을 하며 자주 마주쳐도 일로 엮일 일은 크게 없었다. 이 사람이 팀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분명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주변 관계가 그리 원활하지 못해서 팀장까지는 하지 못할 거라 판단했던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쳐다도 못 볼 부사장님의 눈에 들어 이번 팀장 인사에서 그의 선택을 받은 것이었다.
그리하여 새로운 팀의 초기 구성은 이랬다. 마흔셋의 젊은 팀장이 이끌고 그 밑으로 팀장보다 경력과 나이가 많은 두 명의 선배가 있고, 나이와 경력이 팀장과 비슷한 한 명의 중간 실무자와 회사에 입사한 지 5년 정도 된 세 명의 저연차 실무자가 존재했다.너무나 적은 인원이었지만 신규 인력을 몇 명 더 배정받기로 하고 조직을 키워나가는 것으로 합의가 된 듯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너무나 파격적인 팀장 인사로 인해 해당 팀의 경력이 더 많은 두 선배가 반기를 든 것이다. 실장과 센터장과의 면담을 통해 한 선배는 다른 팀으로 옮겨갔고, 나머지 한 선배는 일단은 해당 팀에 머무르기로 했다. 팀장은 새롭게 선임되자마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매우 불편해했고 나머지 한 선배도 차라리 다른 팀으로 가서 새롭게 인원을 구성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었지만, 윗사람들의 회유로 인해 당분간은 불편한 관계가 유지될 것이었다.
다행인 건 저연차 실무자 3명은 새롭게 선임된 팀장을 잘 따르고 있었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다 온 팀장이기에 선진적인 팀 문화를 주도하고자 했다. 불필요한 업무 절차와 보고를 최소화했고, 좀 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능력 위주의 평가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과 재택근무 등 업무 시간의 유연함은 자율적으로 팀원들에게 맡겼다. 이런 모습들에서 실무자들은 만족스러워했고, 본인들의 업무에서 새로운 비전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인원에 비해 부여받은 업무가 상당히 많아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신규 인력이 절실히 필요한 듯 보였다. 회사에서는 큰 기대를 갖고 해당 팀을 구성하였지만, 실제로 그 기대에 부흥할 업무를 하기 위한 인력은 너무 적은 것 또한 이 팀의 문제였고 팀장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중간 실무자가 한 명 있었다. 이 분은 입사한 지 13년 차 정도 되는 분이었다. 팀장과의 관계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후배들과도 잘 지냈다. 옆에서 보기엔 별 다른 무리 없이 이 팀에 자연스레 합류된 상태였다. 팀이 막 생기기 시작했을 때 이 선배와 친분이 있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하던 일이 팀으로 승격돼서 좋겠네요. 이제 승승장구할 일만 남은 것 같아요."
내가 과도한 표정과 몸짓으로 그를 띄워주려고 하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냐, 나도 사실 고민이 많아... 팀은 새로 생겼지만 어차피 내가 하는 일은 바뀐 게 없거든. 나도 새로운 업무로 확장하고 싶은데 말이야..."
대화를 나누어보니 그도 나와 같이 동일한 업무가 반복되어 매너리즘에 빠진 듯 보였다. 게다가 새로운 팀에서 해야 할 새로운 업무는 팀의 성장성을 고려하여 저연차 팀원들에게 돌아갔고, 중간 실무자인 이 선배는 기존에 파트에서 하던 업무가 팀에서도 그대로 배정된 것이었다.
나는 여기서 기회를 포착했다. 신규 팀의 중간 실무자와 내가 전환배치 되어 일을 하게 되면 각자의 업무 확장이 가능하기도 하고, 팀의 상위 단위인 실이 같기 때문에 실장과 팀장만 설득하면 충분히 유연하게 팀을 바꿀 수 있을 것이었다. 나는 중간 실무자 선배에게 직접적으로 말했다.
"선배! 그럼 저랑 팀 바꾸실래요? 저도 지금 이 팀에서 배울 게 크게 없는 것 같아서요. 서로에게 도움 되는 일인 듯한데... 어때요?"
선배는 처음엔 당황했다가 이내 표정을 바꾸어 한참을 고민하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내게 말했다.
"나도 사실 네가 하는 업무에 관심이 있긴 했었는데... 그럼 우리 일단 서로 각자 팀장님들께 얘기해 보자."
그렇게 우리는 다시 팀으로 돌아가 팀장에게 말할 기회만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문제는 실장이 우리 팀의 팀장을 겸임하고 있었기에 실장님께 직접 얘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이번에 팀을 옮기지 못하면 한동안 또 아무런 활기 없이 로봇처럼 반복되는 회사 생활을 이어갈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