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팀을 바꾸자는 제안을 먼저 했지만, 나 또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10년 동안 익혀온 모든 업무와 전문성을 내려놓고, 낯선 환경에서 다시금 새로 적응하고 새로운 전문성을 또다시 쌓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확 몰려오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정말 팀을 옮기는 게 맞나?'
수십 번을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지만, 결론은 결국 하나로 귀결되었다.
'원래 새로운 도전은 두렵기 마련이지. 한 번 해보는 거야!'
그렇게 마음먹어갈 때쯤 선배가 찾아와서 본인도 고민을 많이 했고 나와 팀을 바꾸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음 절차는 각자 팀의 팀장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팀장들은 이미 익숙하게 일을 하고 있는 직원을 굳이 새로운 인원으로 대체하는 것을 별로 탐탁지 않아 할 것이다. 담당 업무를 인수인계 하고 새로운 담당자가 일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연한 조직 운영을 내세우고자 하는 관리자가 있다면, 이번 기회로 조직을 순환함으로써 구성원의 성장을 돕고 있다는 것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팀 팀장이자 실장은 후자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팀을 옮기고 싶다고 얘기했을 때 실장은 그다지 놀라지 않고 말했다.
"어차피 내 소속 팀 안에서 바로 옆 팀으로 옮기는 거니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야. 한번 좋은 기회를 찾아볼게. 조금만 기다려."
놀라기보다는 오히려 조직 운영 면에서 잘 된 일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동안 실의 구성원들이 순환이 없고 각자의 업무에만 십여 년씩 묶여 있어 딱딱한 조직의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미다. 일이야 어차피 같은 소속 안에서 바뀌는 것이니, 서로 도우며 업무를 해나가면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면담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실장은 인사과에서 전해 들은 '전환배치' 제도를 내게 알려왔다. 회사 전체적으로 연말쯤에 일괄로 전환배치 인원을 취합받아 인사발령을 낼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나는 이 소식을 선배에게 알렸고, 선배는 이미 소속 팀장과 어느 정도 얘기가 끝나 있었다. 결국 실 안에서 팀을 옮기는 것은 실장의 의지와 담당자들끼리의 합의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다. 그동안 이 과정이 왜 이리 어럽게 느껴졌던 것인지...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전에 조금 더 빨리 내 커리어의 성장을 도모해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내부적으로 전환배치가 되는 것이 잠정 확정되고 있었고, 인사과에서 정식 인사발령이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동안 10년 간 해온 일을 마무리하려고 하니, 어디서 끊고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인사발령이 연말쯤 날 것이라 예정되어 있어 이 팀에 남아 있을 기간은 대략 두 달 남짓이었다. 선배와 난 남은 기간 동안 차라리 먼저 서로 인수인계를 해주자고 얘기했다. 그래야 인사발령 이후에 각자 바뀐 팀에서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었다.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미래 비전을 위해 지금껏 해온 업무들을 정성스레 정리하여 공유해 주기 시작했다. 서로의 목표가 같으면 일은 훨씬 더 순조로워지고 강력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직 인사발령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미 각각의 팀 내에서는 소문이 쫙 퍼져있었다. 우리의 전환배치로 인해 업무가 조정되고 조금 더 고생을 하게 될 인원들은 우리의 책임감 없음을 비판했고, 반면에 유연한 인사이동의 좋은 예시를 만들어주어 고맙다는 인사도 있었다. 게다가 우리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깊게 이해하며 앞 길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똑같은 하나의 행동을 하더라도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의 차이는 엄청나게 컸다. 일을 하며 굳이 모든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것이 허황된 것임을 이번 기회로 알 수 있었다. 다행인 건 내가 옮겨 갈 팀장은 내가 온다는 것을 반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연말엔 대부분의 직원들은 자신들의 실적을 정리하며 올해의 업무를 슬슬 마무리하게 된다. 송년회에서는 올해 성과에 대한 축하도 있고, 내년으로 도모하고 기약하는 말들도 오간다. 우리 또한 인수인계 과정이 어느 정도 끝나가고, 각각 십여 년간 머무른 팀에서의 관계와 일들에 대한 정리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실제로 난 이 시점에 새로운 팀의 업무도 하나, 둘씩 맡고 있기도 했다. 팀만 옮기지 않았을 뿐 인수인계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팀에서 각자 적응하려는 노력을 이미 동시에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송년회의 마무리에서 난 기존에 남아있는 팀원들에게 말했다.
"저의 이동으로 인해서 업무가 과중되는 사람들에겐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그래도 새로운 비전을 찾아 이동하는 만큼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존에 제가 하던 업무는 OO과장이 맡을 예정이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궁금한 것들이나 도와드릴 일이 있다면 바로 옆 팀에 있으니까 제게 편하게 오셔서 얘기해 주셔도 됩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러고 얼마 뒤 연말이 끝나가는 시점에 공식적인 인사발령 공지가 나왔다. 전환배치로 팀 간의 이동이 확실시되었고,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다시금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내 인생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문이 눈앞에 열려 있는 것만 같았다. 물론 겁도 나고 두렵기도 하지만 내가 만든 길이고 이미 첫 발을 뗀 만큼 더욱 힘차게 내디뎌야 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새로운 팀에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