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인사발령 이후에 자리가 재배치되었다. 바로 옆 팀으로 옮기는 것이라 그리 큰 부담은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낯선 분위기라 살짝 움츠러들었다. 내 왼쪽으로는 팀장 자리에서 밀린 부장님이 자리했고, 내 오른쪽으로는 자리가 비어있었다. 나와 함께 일하게 될 신입사원의 자리로 미리 배정되어 있었다. 내 뒤쪽으로는 이전에 내가 몸담았던 팀이 있는데, 뒤통수가 따갑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팀을 옮기고 잘하는지 감시하는 눈빛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리라.
새로운 긴장감이 새로운 활력으로 다가올 때쯤 팀장과의 면담이 진행되었다. 팀을 옮기기 전에 대략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지는 이미 합의를 이뤘지만, 팀을 옮기고 나서는 첫 면담이라 구체적인 계획들이 오갔다. 팀장이 말했다.
"어때? 막상 몸까지 오니까."
"아직 어색하네요. 빨리 적응해야죠."
지난 팀에서는 터줏대감처럼 있었지만, 이 팀에서는 마치 신입사원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팀장도 웃긴 모양이었다.
"하하, 그렇게까지 긴장 안 해도 돼. 내가 대략 얘기하긴 했지만 여기는 새로 생긴 팀이라 할 일이 무지 많아."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일부터 하나씩 시작해야 하고, 프로세스를 새롭게 만드는 일들도 많을 거야."
팀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곧바로 내가 온 것이라 나는 오히려 타이밍이 좋다고 생각했다. 팀이 성장하는 만큼 나도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팀의 운명이 곧 내 회사생활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었고, 아마 팀장도 나와 마찬가지의 상황일 것이다. 내가 답했다.
"네, 열심히, 아니, 잘해보겠습니다."
"그래, 열심히가 아니라 잘하는 게 더 중요해. 내가 미리 얘기했지만 사람 하나 뽑아서 밑으로 붙여줄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맡아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말이야."
도대체 나에게 얼마나 많은 일을 시킬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신입사원까지 뽑아서 함께 일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하니 살짝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이런 내 심정을 눈치챘는지 팀장이 이어서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조 과장 적응할 때까지 내가 충분히 서포트해 줄 거니까."
"예. 부담이 좀 되네요. 빨리 적응해야 할 텐데..."
"모르는 게 있으면 혼자 앓고 있지 말고, 곧바로 나한테 물어봐. 그게 빨리 적응하는 길이니까."
"예. 감사합니다."
팀장은 이미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팀 운영도 본인이 하던 업무 스타일에 맞게 합리적이면서도 빠르게 추진하고 싶어 했다. 팀장이 분위기를 가볍게 풀어보려 새로운 주제로 얘기를 시작했다.
"팀원들이랑 관계는 괜찮지?"
"예, 문제없습니다."
팀에는 부장님 한 명 외에 나머지 인원들은 내 후배 사원들이었다. 하지만 팀이 만들어지기 전 파트였을 때부터 팀장과 함께 일해온 친구들이라, 나보단 이 팀에서의 경력과 전문성이 훨씬 높았다. 다행인 건 다른 파트였음에도 친하게 지내왔던 터라 모두들 내가 이 팀에 오는 것을 반가워했었다. 역시나 사람 일이란 건 어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관계는 원활하게 유지해 놓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생각에서 빠져나올 때쯤 팀장이 말했다.
"우리 술은 언제 마시지? 조 과장 술 잘 마신다고 소문났던데."
"아이, 아니에요. 그냥 즐기는 거죠. 전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래? 그럼 다음 주 목요일에 마실까?"
"전 괜찮은데, 다른 팀원들도 그때 되나요?"
"아니, 조 과장이랑 나랑만."
"아, 단 둘이요?"
"왜? 싫어?"
"아뇨, 너무 좋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면담 끝."
"네, 수고하셨습니다."
생각해 보니 회사생활 하면서 상사와 단 둘이 술 마셔 본 일이 처음 있는 일인 듯했다. 대부분 단체 회식 때 술을 마시거나, 친한 동기와 후배들과는 술을 마신 적은 많다. 하지만 회사 선배 또는 상사와는 셋, 넷씩은 모여서 마셔도 단 둘만 술 마신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새로운 팀에 와서 새롭게 하는 일이 벌써부터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