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과 방향 맞추기

입사 11년 차의 새로운 팀 생존기(6)

by 똥이애비

팀장은 나보다 6살이 많지만 경력직으로 이 회사에 나보다 3년 정도 늦게 입사했다. 처음엔 같은 소속이지만 다른 파트에 있었기에 업무가 겹치는 일이 없어, 그냥저냥 지나가다가 인사만 나누는 사이였다. 그러다 한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1년 간 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다. 이후로 그는 회사에서 여러 가지 상도 많이 받고, 사내에서 전문가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는 호불호가 강한 인물이라 그를 따르는 동료가 있는 반면에 극도로 싫어하는 동료도 있었다. 왜 그런가 자세히 살펴보니 그의 성향 자체가 맺고 끊는 게 확실한 부분이 있었고, 관계지향적이라기 보단 성과주의가 더 뚜렷하기도 했다.


회사의 전략적인 조직 개편으로 파트가 승격되어 팀이 새롭게 신설되었고, 그는 본인보다 선배인 부장들을 차례로 제치며 팀장 자리에 올랐다. 그가 일하는 방식이 부사장 눈에 들어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진 것이었다. 다른 팀장보다 젊은 팀장이었던 그는 가장 우선적으로 팀을 빠르게 키워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가 팀에 소속되어 있던 다른 인원과 전환 배치가 되어 이 팀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와 많은 얘기를 나눴고, 그는 내가 이 팀에 오는 것을 반가워했었다. 다행히 그가 나의 업무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트가 팀으로 승격된 것이기에 이제 새로운 팀으로써 업무 영역도 넓히고, 팀원도 빠르게 늘려 나가야 하는 미션이 이 팀에 가장 주요한 숙제였다. 팀장뿐만 아니라, 이 팀에 오직 6명뿐인 팀원들 모두 그 방향을 인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나 또한 새롭게 시작하는 팀에서 함께 성장하기 위해 방향을 맞추기 시작했다. 나와 전환배치 된 전 팀원의 업무를 인수인계받았지만, 그보다 내가 맡아야 할 업무 영역은 훨씬 더 넓었다. 회사의 필요에 의해 이 팀이 신설된 만큼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명확하고도 많았다.



새롭게 팀을 이끌게 된 팀장과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나는 어찌 보면 당연히 서로의 방향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팀장은 팀을 성장시켜야 할 것이고, 나는 그 속에서 개인적 성장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 기본적인 전제 하에 우리는 함께 연초부터 자주 술을 마시며 세세한 일들을 도모하고 있었다. 팀원 모두와 회식을 하기도 했고, 친한 팀원 몇 명과 함께 회포를 풀기도 했으며, 팀장과 단 둘이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팀장은 술 마실 때마다 내게 이렇게 말했다.


"조 과장이 빨리 커야 돼... 내가 무조건적으로 밀어줄 테니까 한번 최선을 다 해봐!"


"네 그래야죠. 저도 이 팀에 큰맘 먹고 온 거라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이야... 절대로 배신만 하지 마! 내가 가지고 있는 거 다 퍼줄 거니까 배신은 안된다..."


"저도 이제 나이가 차서 어디 함부로 못 가요. 이 팀에서 자리 잡아야죠. 많이 도와주세요."


팀장이 내게 요구하고 있는 것을 요약하면 딱 두 가지였다. 앞으로 팀이 자리 잡는 5년간은 자리를 지키고, 누구보다 빠르게 새로운 업무를 익혀 전문성을 갖출 것. 간단해 보이만 어려운 일이었다. 입사한 지 11년이 되었고, 이 번이 세 번째 팀이지만 앞으로 5년이 지나면 16년 차로 내 나이는 42살이 되어 있을 터였다. 그 나이가 되면 새로운 곳으로 가서 적응하는 것보다는 현재 있는 곳에서 확실히 자리 잡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게다가 웬만한 열정이 있지 않으면 11년 차에 새로운 업무를 누구보다 빠르게 익힌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난 반드시 해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팀에서 도태될 것이라 여겼다. 스스로를 벼랑 끝에 세우는 것이다.



방향을 맞춘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요구사항을 하나로 모아간다는 뜻이다. 팀장의 요구사항은 확실히 파악했으니, 내 요구사항을 펼쳐 보여줄 때다. 나는 팀장에게 말했다.


"팀장이 일찍 되셨으니까, 빨리 팀을 키우셔서 남들보다 빠르게 원으로 올라가세요. 그래야 제가 따라 올라가니까요."


"그래, 조 과장이 많이 도와줘야 빨리 올라가지."


"일을 벌여서 팀원도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은 많아저야 할 것 같아요."


"인원 달라고 계속 윗선에 보고 할 거야... 조금만 기다려봐."


팀장과 나는 이미 이 팀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도출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팀장은 빠르게 임원으로 승진하고, 나 또한 빠르게 전문성을 갖추고자 하는 것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지향점이 같다는 사실에 우린 서로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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