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분위기 파악하기

입사 11년 차의 새로운 팀 생존기(7)

by 똥이애비

새로운 팀에 와서 팀장의 의도를 파악한 뒤에 해야 할 일은 전반적인 팀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 팀의 구성원 중 내가 가장 늦게 합류한 인원이다 보니, 나름 객관적으로 이 팀의 분위기를 살필 수 있을 것이었다. 실 팀으로 승격되기 전에 이미 같은 파트원으로써 이들끼리는 꽤 오랜 기간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팀장도 실무자로 이들과 함께 일했었다. 팀으로 승격된 뒤에도 과거의 파트이던 시절의 전통과 분위기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었는데, 팀장이 새롭게 분위기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팀장 본인도 파트였을 때의 분위기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팀의 분위기를 파악하려면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 팀의 구성원은 팀장, 팀장보다 연차가 높은 부장, 연구원급 3명, 그리고 입사 11년 차 과장인 내가 있다. 팀으로 승격되면서 신규 TO를 2명 정도 확보하여, 올해 2명이 새롭게 입사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팀장을 제외한 팀원이 고작 5명뿐이고, 곧 7명이 될 작은 팀 조직인 것이다. 적은 인원의 팀에서 팀 분위기는 거의 팀장이 이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차, 과장급의 허리 라인이 없었다는 것은 연구원급들이 그저 팀장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었을 확률이 크다. 그렇다면 나머지 부장 한 명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 부장의 존재가 팀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였다. 장과의 갈등이 이미 공공연 해진 마당에 계속 이 팀에 남아서 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궁금했다.



팀장이 팀을 이끄는 방향은 명확했다. 조직을 키우고 업무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 연구원 3명은 부담스러워하면서도 팀장이 생각하는 방향을 수동적으로 따르고 있었다. 얼마 정도 생활하고 나서 연구원들이 내게 볼멘소리를 하는 것 중 가장 큰 빈도수를 차지하는 말이 있었다.


"과장님, 팀장님이 일을 너무 벌이시는 거 아니에요?"


어차피 똑같은 월급 받는 마당에 사람 충원도 없이 왜 이렇게 일을 몰아붙이는 건지 모르겠다는 의미이다. 팀장의 의도는 알겠지만 그들은 회사에 받는 만큼만 일하고 싶지 억지로 업무에 목메고 싶은 마음은 없다. 여기서 팀장과 연구원 3명의 간극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내가 이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함으로써 팀 분위기가 따로 놀지 않도록 해야 했다.


팀장은 참으로 외로운 존재였다. 신설된 팀이 흐지부지 없어지지 않도록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팀원들은 본인이 생각한 만큼 따라와 주지 않지만, 그러한 불만을 각각의 팀원들에게 쉽게 말하지는 못한다. 팀장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얼마 있지도 않은 팀원들이 이직이나 퇴사로 자리를 비으로 인해 업무에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그나마 한 명 있는 부장과는 관계가 그리 좋지 않아 팀 운영에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믿고 의지할만한 오른팔이 없다는 것이 팀장을 더 쓸쓸하게 했다. 팀장만큼 외로운 존재인 부장은 나름대로 이 팀에서 살아남을 전략을 세운 듯했다. 팀장을 제외하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인원과는 관계가 썩 나쁘지 않고, 일에 대한 열정도 충만하기 때문에 이 팀에 남아 본인의 역할만 충실히 해내자는 마음인 것이다. 팀장이 이끄는 팀의 방향과는 달리 독자적인 본인의 길을 가고자 했다. 그럴만한 실력과 노하우가 본인에게 충분히 있었으므로. 그럼에도 그 또한 외로운 길이었다.



팀원 개개인의 입장 차이와 그에 따른 다른 팀원들과의 관계를 바라보면, 팀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다. 내가 바라본 이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억지스러운 역동성'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겠다. 능력이 출중하고 조직을 키우려는 팀장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팀원들을 한 방향으로 모아서 끌고 가려고 애쓰지만, 팀원들은 자발적으로 움직이려는 동기가 없는 상황이다. 팀 분위기를 상세하게 파악할수록 내가 이 팀에 어떤 역할을 해내야 할지가 점차 명확해진다. 난 앞으로 이 팀의 분위기를 '억지스러운 역동성'이 아닌 '합의된 성장'으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중간의 위치에서 그 역할을 해내야 장기적으로 이 팀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합의된 성장이란 팀장이 팀원들을 어떠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전에 팀원들의 리소스가 충분한지, 이 방향이 각각의 팀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미리 합의한 뒤에 함께 발맞춰 성장의 계단을 밟는 행위다. 내가 해야 할 몫은 이 과정에서 팀원들이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팀장에게 부드럽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고, 동시에 팀장의 외로운 싸움을 지지해 주는 것이다. 다행인 건 팀장이 그리 꽉 막힌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팀원들도 팀장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생각하는 팀의 분위기로 바꾸는 일은 그리 어려운 과정은 아닐 것이라 여겼다. 어차피 대부분 팀의 분위기는 중간 연차 팀원들의 마음가짐에 의해 설정되므로, 이 팀의 중간 연차인 내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렇게 난 이 팀의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기로 했다. 이 팀의 발전과 나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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