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건 결국 1년 간 이뤄낸 성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입사 11년 차인 내가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적응을 하더라도, 실적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연도는 새롭게 팀에 합류했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적응만 잘하도록 해.'
이렇게 말하는 윗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 말은 신입사원에게나 할 법한 얘기이다. 특히나, 나처럼 입사한 지 10년이 넘은 사람에게는 적응은 알아서 하는 거고 새로운 일에서의 성과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기대이자 압박이 있는 것이다. 이를 알고 있기에 뒤늦게 팀을 옮기면서 이 부분이 제일 부담스럽기도 했다.
새롭게 탄생한 팀에서 새롭게 팀에 합류한 11년 차 직장인은 어떠한 성과를 보여줘야 할까? 신임 팀장은 새롭게 탄생한 팀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를 원한다. 그렇다는 것은 회사에서 우리 팀만의 역할이 확실히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좋은 건 회사가 돌아가는 프로세스 안에 우리 팀의 업무가 자연스레 녹아들어 가는 것이다. 팀장은 이러한 업무들을 팀에 내재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처럼 팀장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성과를 내는 첫 번째 단계다. 팀원의 성과는 결국 고과라는 성적표로 1년에 한 번 평가를 받게 된다. 고과권을 쥐고 있는 팀장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어찌 보면 팀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일 수 있다.
난 이 팀에서 적응하는 동시에 팀장이 팀을 키우는 방향에 맞게 새로운 업무를 하나씩 물고 왔다. 보통 팀원들은 일을 쳐내고 자신이 맡은 일을 최대한 축소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어차피 받은 월급이 똑같다면, 최대한 일을 적게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새로운 팀의 다른 팀원들은 팀장이 일을 벌이는 것을 그다지 내켜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새로운 팀에서 내 역할이 자리 잡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팀장이 벌이는 일을 우리 팀에서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스스로 마련해야만 했다.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팀장은 나의 지원이 분명 힘이 되었을 것이다. 팀장이 팀을 발전시키는 방향에 맞게 일을 추진하는 것이 성과를 내는 두 번째 단계다. 이 과정에서 다른 팀원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을 수 있는데, 둘 중 하나의 태도로 대처할 수 있다.
1) 팀장과 팀원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역할을 더한다.
2) 나에게 불편함을 보이는 팀원을 무시한다.
나는 첫 번째 태도를 가졌다. 팀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소통하였으며, 내가 벌인 일은 내가 스스로 마무리하고자 노력하였다. 내가 일이 많아지더라도 다른 팀원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했다. 팀장이 새롭게 벌이는 일은 거의 내가 받아왔다. 팀장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동시에 팀장에게 말하기 어려운 팀원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를 자처했다. 그렇게 새로운 팀에서 팀장과도 팀원과도 긍정적인 관계 형성에 주력했다. 새로운 팀에서 성과를 내는 세 번째 단계는 구성원과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태도다.
나는 이처럼 1년 동안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업무를 하나씩 착수해 냈다. 5년짜리 국책과제 두 건을 따왔고, 신기술을 도입했으며, 개발 협의체의 일원이 되었다. 대학 및 기관과의 협력관계를 새로이 구축했고, 유관부서 담당자들에게 우리 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홍보했다. 성과를 내는 마지막 단계는 내가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일들을 보기 좋게 포장하는 것이다. 과장까지는 아니더라도 과시는 필요하다. 내가 이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재라는 것을 대, 내외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회사와 팀장에게 나의 실력과 위치를 지속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단계를 순차적으로 다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고과권자(팀장)의 의도 파악하기
2) 팀장과 팀의 방향에 맞게 업무 추진하기
3) 업무와 관계된 구성원들과 협력관계 구축하기
4)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업무를 대, 내외적으로 과시하기
이렇게만 한다면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업무를 적응함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실적까지도 낼 수 있을 것이다. 난 이러한 단계로 새로운 팀에서 1년 동안 나름대로의 성과를 달성했다. 그 결과 팀을 옮긴 첫 해임에도 불구하고 팀장은 내게 회사생활 1년 성적표로 A라는 고과를 주었다. 1년 동안 고생 많았고 축하한다는 팀장의 응원과 함께 말이다. 팀장은 올해 23명의 전체 인원 중 단 두 명에게만 이 고과가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때서야 난 입사 11년 차에 옮긴 새로운 팀에서의 실적 부담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내가 단계적으로 이룬 실적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결과를 얻어 냈기 때문이다.물론 운도 어느 정도 따라줬을 것이다. 그래도 분명한 건 일 년 만에 새로운 팀에 아주 잘 적응해 냈다는 것이다. 팀원들 모두가 적응의 여부보단 실적의 수준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