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년이 어떻게 지나간 건지 모르겠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대략 스쳐 지나가는 일들이 떠오른다. 팀을 옮기기로 마음을 먹고 전환배치를 신청한 날, 인수인계를 주고받은 날들, 팀장과 술을 마시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방향을 맞춘 날들, 새로운 일에 적응하고 또 다른 일들을 새롭게 추진했던 날들, 팀원들과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던 날들, 신입사원과 소통했던 날들, 적응보단 성과에 집중했던 날들, 그리고 그 성과를 인정받은 날. 1년 간의 사건이 매우 압축되어 내 머릿속을 흘러간다. 입사 11년 차가 되어도, 새로운 팀에 합류하여도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그다지 크게 변하는 건 없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의미를 갖고 회사생활에 임했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번 아웃은 왜 오는 걸까? 나 같은 경우는 똑같은 일상이 몇 년간 반복되면서 직장인으로서의 성장이 멈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기존 팀에 있으면서도 다른 방향의 성장을 도모하고 확장하였으면 번 아웃을 탈출하는 데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때 당시에는 매일 똑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조차 싫어서 굳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냥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최대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한 회사에서 다른 팀으로 옮기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팀이 생기자마자 나는 그 팀으로 빨리 옮겨 가길 원했다. 새로운 팀으로 몸을 옮기면, 내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직장인 11년 차인 내가 새로운 팀으로 옮겨서 찾은 직장인의 의미는 먼저 '업무의 확장성'이다. 기존에 하던 업무와 유사하지만 조금 더 성장성이 있는 분야에서 일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사람'이다. 새롭게 구성된 팀원들과 이미 친분이 있었지만, 같은 팀에서 일을 함께 하면 훨씬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특히나 새로운 팀의 신임 팀장은 다른 선배들을 제치고 젊은 나이에 팀장이 될 만큼 능력이 뛰어나서 배울 점이 많았고,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면 나의 멘토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마지막으로는 '정착'이다. 입사한 지 10년이 넘어가고 가정이 생기면, 내 발로 직접 나가지 않는 한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찾게 된다. 이번이 세 번째 팀이지만, 이 새로운 팀의 원년 구성원으로서 팀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여 팀이 안정적으로 회사 내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나 또한 이 회사의 마지막 팀으로서 오래도록 자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새로운 팀에서 1년을 보내고 난 후 팀장에게 인정을 받아 좋은 고과를 받은 것 외에도 앞서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직장인으로서의 의미들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것에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고 싶다. 아직 기초적이지만 업무 영역을 상당히 넓힐 수 있었고, 팀장과 팀원들과의 관계도 단단하게 결속되었으며, 팀이 회사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었다. 이렇게 1년이 마무리되고 곧이어 새로운 팀으로 오게 된 지 2년 차가 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적응'이라는 단어는 내 일에서는 없어져야 할 테다. 확장된 업무에서 조금 더 전문성을 갖춰야 할 것이고, 팀 내부뿐만 아니라 유관부서 인원들과의 관계도 점차 다져져야 할 것이다. 게다가 팀이 안정화를 넘어 성숙의 단계로 접근하도록 또 다른 나만의 역할을 해내야 할 것이다.
입사 11년 차의 새로운 팀 생존기는 오늘의 발행을 끝으로 마무리되지만, 나는 회사에서 또다시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직장인으로서의 생존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에 관련된 글들은 다른 매거진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발행할 예정이니, 생존 신고는 그곳에서 계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번 연재가 새롭게 취업을 했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거나, 나처럼 같은 회사에서 전배를 통해 새로운 팀에서 업무를 시작하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직장인의 완생을 위해 드라마 <미생>의 대사로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