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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Mar 04. 2024

더하기가 아닌 빼기의 삶에 주목하라

성장 동행 : 오늘 하루 동기부여(8)

  현대 사회는 매우 바쁘게 돌아갑니다. 특히나 한국 사회는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고 있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삶의 만족도 또한 최하위라고 합니다. 통계청의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에서 자살한 사람이 1만 2906명이나 된다고 하네요. 삶의 만족도도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5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쩌다 이렇게 '불행한 자살공화국'이 되었을까요?


  저의 어린 시절부터 서른여덟 현재까지의 삶을 돌이켜보면 경쟁의 연속이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치열한 경쟁이었죠. 저는 아주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하므로, 한국의 전형적인 삶으로도 대변해 볼 수 있겠습니다. 저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결국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친구들을 제치고 상위권 성적을 확보해야만 했습니다. 상위권으로 갈수록 친구들과의 경쟁은 더욱 노골적이고 심화되었죠. 무엇이든 줄을 설 때 앞에 서야 유리하다는 것을 이때부터 자연스레 터득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든 들었을 때 알 만한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면 패배자로 인식되었습니다. 좋은 대학에 못 들어갔다고 해서 인생이 망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도 이때는 공부만 치열하게 하면 어느 정도 노력의 결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수능 시험만큼 공평한 게 없는 듯합니다. 사회에 나오면 더욱 불공평한 경쟁이 훨씬 많으니까요.


  대학에 가서도 결국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 걸 목표로 경쟁이 시작됩니다. 기본적으로 학점은 3.8점 이상 받아 놔야 하고, 공인 외국어 성적과 자격증도 고급 레벨로 확보해놔야 하죠. 대외활동으로 동아리, 공모전, 봉사활동, 인턴 등에서 뛰어난 실적도 있어야 합니다. 심지어는 SNS 팔로워 수와 아르바이트 경험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남학생이라면 군대도 다녀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스펙 쌓기 열풍으로 인해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오는 시점이 뒤쳐지고 있고, 치열한 경쟁에서 밀린 학생들은 취업을 포기하기까지 이르게 되죠.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하면 이 또한 패배자로 인식됩니다. 전체 취업자 중 대기업 취업자 비중이 10프로 수준인데도 말이죠. 즉, 10명 중 1명 만이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어떻게 취업까지 하게 되면 다양한 사회 경쟁 시스템에 노출됩니다. 먼저 직장에서는 고과와 승진을 목표로 실적 경쟁이 발생합니다. 누락되거나 뒤쳐지는 순간 이미 임원 코스의 자리는 경쟁자들로 다 채워져 있죠. 일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불공평한 경쟁 시스템을 깨닫는 것이죠. 직장생활도 이러한데 결혼시장으로 넘어가면 점차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 부모 자산과 노후준비, 스스로 일군 자산, 집, 차 그리고 외모, 키, 직장, 능력 등으로 종합적인 평가가 내려집니다. 아주 노골으로 말이죠. 하나라도 모자라면 결혼시장에서 B급으로 취급받기 마련입니다. 두가 A급과의 결혼을 원하는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B급 이하는 그들끼리 결혼하기보다는 결혼을 포기하기에 이릅니다. 괜히 잘못된 선택으로 미래가 불행해지기보다는 혼자가 낫다는 아주 합리적 판단을 하기 때문입니다. 막상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내 아이에게까지 치열한 경쟁에서 밀린 B급 인생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은 없을 테죠.


  요즘엔 이에 더해서 능력 경쟁도 굉장히 치열합니다. 회사에서 일로 능력을 인정받는 것과는 별개로 삶을 살아가면서 개인생활로 일구어 가는 능력도 경쟁하는 시대인 것이죠. 직장 외 수입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부터 주식과 부동산 등의 투자로 자산을 누가 더 빠르게 많이 불리느냐, SNS의 팔로워 수는 누가 더 많은가, 인간관계는 누가 더 뛰어난가 등을 경쟁합니다. 이러한 치열한 개인 능력주의의 경쟁 속에서 사람들은 조금 더 많은 것을 하고자 노력합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강의를 들으며 자격증 공부를 합니다. 일과 시간에는 회사에서 일하며 틈틈이 경제 상황과 주식시장을 모니터링하고, 퇴근하면서 유튜브로 재테크 영상을 시청합니다. 영어학원에서 수업을 들은 뒤에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대충 때우고는 본인의 SNS를 관리합니다. 잠이 들기 전에는 다양한 교양을 쌓기 위해 책을 읽습니다. 주말엔 모자란 공부를 하고 인간관계 확장을 위한 동호회나 모임에 참여하죠. 조금 더 발전적인 회사생활을 위해 이직 준비를 하며 자신이 쌓아온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본인이 원하는 성공을 위해 바쁘게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겨왔습니다. 남들도 다 하는데 내가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까 불안한 것이죠.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오직 '더하기의 삶'이 추앙받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사는 것이 정답인 양 치열하게 살아왔죠. 미디어에서는 불안 심리를 이용하여 스스로의 인생에 뭘 더 하라고 부추깁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주식과 부동산으로 남들 다 자산을 불리고 있는데, 뭐 하시나요? 투자 강의 들어야 합니다."


"남들 다 외국 가서 프리토킹하고 영어실력 쌓아서 외국계 취업하는데, 영어 공부 안 하시나요?"


"PT 안 받고 근육을 미리 안 만들어 놓으시면, 나이 들어서 근육 없어서 골병 납니다."


"남들 다 코딩 공부해서 네이버나 카카오로 이직하는데, 코딩학원 다니셔야죠. 소프트웨어가 미래입니다."


이런 것들을 하나씩 더해 삶에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나라는 존재는 없는 꼭두각시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다가 번아웃이 오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도 이르게 되죠. 세계 최대의 온라인 인디 음악 시장의 창시자인 데릭 시버스의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법>이라는 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에게는 '더하기 마인드셋'이 골수까지 뿌리 박혀 있다. 다른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고는 쉽게 생각하지만 무언가를 제거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우리의 더하기가 가득한 삶에서 빼는 삶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이유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뒤처질까 하는 불안 심리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렇게 모든 게 완벽한 팔방미인의 육각형 인간이 대체 얼마나 있을까요? 우린 더하기의 삶이라는 이상향으로 인한 허상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책에서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너무 적게 먹는 것보다 너무 많이 먹어서 죽는 사람들이 더 많다. 대부분의 사람은 짐과 책임, 우선순위가 너무 많다. 빼기는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가 짊어진 짐과 책임이 과연 우리 개인이 온전히 감당해야 할 몫일까요? 이미 불공평한 경쟁 시장에서 더하기의 삶만을 쫓다가 경쟁에서 밀리는 순간 우리는 설 자리가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급속도의 성장을 이룬 국가이기에 사회적 보장 시스템이 완전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개인에게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불공평한 사회 경쟁 속에서 수많은 짐과 책임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결과는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불행한 자살 공화국이 되어 버린 것이죠. 그럼 이 상황에서 개인이 취해야 할 행동은 무엇일까요? 더욱 경쟁 속에 스스로를 몰아붙여 더하고 더하고 더해야 할까요?



  저는 오히려 '빼기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양동이에 가득하게 고인 물에 물을 더 붓는다고 해서 흘러넘치기만할 뿐입니다. 고이고 썩은 물과 가라앉은 이물질들을 먼저 빼낸 후, 새롭고 신선한 물로 다시 채워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양동이에 있는 물은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깨끗함을 유지할 테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목구멍까지 가득 찬 바쁜 삶 속에서 더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은 스스로를 지치게 하기 딱 좋습니다. 물론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연마하면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일상의 빈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삶이 가득 차서 버겁다면 우린 이제 우리의 삶에서 무엇을 빼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하겠습니다. 정말 내가 모든 경제 지식을 섭렵해야 할까요? 정말 내가 근육을 빵빵하게 만들어야 할까요? 정말 내가 3개 국어를 능통하게 해내야 할까요? 정말 내가 슈퍼맨이 되어야 할까요?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 스페인의 수도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쓴 책 <아주 세속적인 지혜>에서 강조하고 있는 말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자신을 새롭게 정비할 줄 안다면 당신은 새로운 무대 위에서 또 다른 영광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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