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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티나인 Feb 12. 2024

한국어 교사 되기

다시 대학생

십년 전 쯤 일이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분이 계셨는데 오랜만에 연락하니 연락이 잘 안 됐다.

그러다 한참 후 연락이 왔는데 태국에 계시단다.

깜짝 놀라 태국에는 웬일이냐고 하니, 한국어 교사로 와 있단다.

코이카라는 단체를 통해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해서 시니어 교사로 가게 됐단다.

그분을 통해 처음으로 코이카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완전 내가 꿈꾸던 삶이었다.

외국에 나가 살아보고 싶었는데 일하면서 돈까지 준단다 숙식도 제공해주고 위험하면 정부에서 즉각 구조도 해준단다

기한이 끝나 한국으로 돌아오면 책도 내준단다 1년간생활 유지비도 준단다.

와 진짜 부럽다. 그분은 천주교신자여서 사명감을 가지고 먼 나라를 갔다고 하셨지만 허영끼 많은 나는 내 로망을 코이카가 실현 시켜 주길 바랐다.

여기저기 정보를 알아보니 한국어 교사 자격증이 있어야 뽑힐 확률이 높단다.


아시다시피, 십년 전에 나는 생계를 책임 져야 해서 다른데 눈돌릴 여력이 없었다. 먼나라에 가서 최저급여를 받고 살아가기에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어느 정도 가장의 무게를 덜어내고 오십줄에 들어서자  다시 그때의 꿈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누군가 세종사이버 대학 한국어과가 아주 잘 되어 있다고 추천해 주었다.

바로 등록했다. 자기 소개서도 쓰고 뭐 간단한 시험도 쳤는데 대체로 중등수준이었다.

국어는 뭐 눈 감고도 다 맞힐 수 있었고, 수학은 뭐라는지 몰라 부정시험을 쳤다(사가지 막내에게 와서 몇 개 풀어달라고 했다.이것도 모르냐면서 초등 5학년에 나오는 문제라고 쯧쯧 거렸다.

닥치라고 했다. 이거 부정 시험 아니냐고 했다.

닥치라고 했다.)

3학년에 당당히 편입했다.

십년 동안 우리 나라가 선진국이 된 건지, 여전히 내가 가난한 사람인지 사이버로 등록하니 전액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사이버라 무시 했는데 생각보다 퀄리티도 높고 교수님들 강의도 나름 괜찮았다.

교양과목도 제법 들을 만했다. 아니, 썩 좋았다.

그냥 공부하자니 재미가 없을 것 같아 나에게 내기를 걸었다.

이번 학기 무조건 A+ 다 받아 장학금 받기

뭐 어차피 오픈북인데 이거 못 하겠나

시험 전 교안을 프린트해서 쌓아놓고 1주일간 공부했다.

쌓아놓고 보니 6과목이라 양이 꽤 많았다.

오픈북이라 시간이 20분 정도밖에 안 돼 미친듯이 찾아야했다.

다 치고 나니 골이 징징거렸다.

세상 뭐 쉬운 게 없냐


당연히 올 A+일 줄 알았는데, 당연히 아니었다.

에잉~!!! 내가 그렇지 뭐

자기합리화가 기가 막힌 나는 어차피 자격증만 받으면 되는데 뭔 지랄이냐 깨끗이 포기했다.

성적은 포기하고 다른데 눈을 돌렸다.

대학공모전이 있으면 다 넣어 보기로 했다.

전자도서 공모전이 있길레 시어머님 병간호하는 병실에서 잠도 안 와 새벽까지 끄적거렸다.

 최우수상이란다. 상금도 십만원이란다. (일주일만에 바로 입금 되더라. 세종사이버대학 짱!!!!)

글치!! 마!!내가 이런 사람이야!! 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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