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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영 Oct 01. 2023

따뜻한 잔소리

  퇴근하고 집에 오니 아내가 산책을 나가자고 했습니다. 쇼파에 편하게 누워있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건강을 생각하라는 잔소리의 시작을 막기 위해 무거운 몸을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걷지 않아서 길 안쪽으로 가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있었고 아파트 단지 건널목을 건널 때는 차 조심하라고 아내가 소리쳤습니다. 마음속에서 ‘나도 다 보고 있고 알아서 걷고 있는데, 날 뭐로 보고 계속 잔소리하는 거야’하는 생각이 들어 약간 화도 났지만, 뒤돌아본 아내의 얼굴에서 진심 어린 눈빛을 발견하고 나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짧은 산책 시간에 아내가 쏟아내는 말들이 잔소리일까, 아니면 걱정하는 마음일까?      

순간, 아내의 관심과 애정이 느껴져서 더 행복한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 부부는 산책을 하며, 일상을 함께 나눕니다. 아내는 나의 무심한 행동에도 항상 내 곁에 머무르며, 스트레스로 지칠 때, 나에게 잔소리라는 따뜻한 말로 위로해 줍니다. 아내가 나를 위해 걱정해주는 모습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인생이라는 항해에서 아내의 잔소리는 등대와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나의 아내, 나의 등대는 항상 내 곁에 머무릅니다. 그녀는 끝이 없는 관심과 애정으로 나를 향해 빛을 발하며, 나의 더 나은 모습을 위해 끊임없이 도와줍니다.      

인생이라는 항해는 한 때는 평온한 하늘과 고요한 바다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거센 파도와 막막한 안개로 인해 어려움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그 바다 위에 늘 등대와 같은 아내의 잔소리가 있습니다. 아내의 잔소리는 마치 끊임없이 빛나는 등대의 빛처럼 보입니다. 그 빛은 어둠 속에서도 나를 인도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줍니다. 삶에서 헤매이며 방황할 때, 아내의 말 한마디는 내게 안정과 희망의 빛을 불어넣어줍니다. 

그러기에 그녀와 함께라면, 어둠이 깊더라도 등대의 빛처럼 함께 갈 수 있음을 믿게 됩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일상의 순간에서 바로바로 실행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평범한 한 사내이기에 일상에서 아내가 하는 잔소리를 들을 때면 불쾌하다고 말합니다. 

     

얼마 전에도 갑작스럽게 다친 허리 통증 때문에 병원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통증의 빠른 치유를 위해 의사가 권하는 대로 주사 치료를 아무 생각 없이 했습니다. 아내는 물리치료와 투약치료를 건너뛰고 시술부터 하는 의사의 과잉진료와 그것을 분별력 없이 수용한 저의 태도를 나무랐습니다. 아픈 데 어쩌란 말인가? 화도 났지만 조금 지나 생각해 보면 아내의 잔소리가 나에게는 달콤한 관심과 애정의 표현임을 깨닫게 됩니다. 너무 서두르다 혹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염려가 깔린 질책인 것이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사랑의 무게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잔소리는 나에게 소중한 관심의 표현이야. 내가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항상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당신의 잔소리가 끝날 수는 없겠지만…….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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