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폴더 정리를 하다가 아이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의 표정을 발견하고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의기양양한 아이의 모습도 있고 다음 사진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억나지도 않지만, 울며 떼쓰는 장면에서는 아이의 원망 가득한 눈빛을 봅니다. 하지만 그 순간의 심각성보다는 오히려 아이의 그 표정이 주는 귀여움에 미소 짓게 됩니다.
이처럼 아이의 어린 시절이 그리움으로 크게 다가오는 것은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의 성장이 반갑기도 하면서 부담스럽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커온 세월만큼 품 안의 자식에서 벗어나려는 아이와의 대화가 힘들어지는 경우를 자주 만나고 보면 한없이 사랑스러운 아이의 관계가 힘들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많은 부모가 그렇듯이 물론 저 역시도 이성적으로는 이런 상황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실제 삶 속에서 겪는 다양한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세대 간의 간극을 넘어선 갈등의 소재가 되는 것도 분명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어린 시절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서 새로운 관심사와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부모와 아이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보니 서로의 입장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갈등을 불러옵니다. 부모인 저는 제 경험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아이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아이는 그것을 쉽게 거절해 버립니다.
아이의 공부나 친구 관계를 보면서 아이가 잘못될까 걱정해서 보이는 염려와 잔소리가 오히려 자기를 어린이 취급한다며 반발하는 것으로 종종 이어집니다. 부모의 과도한 간섭이라 여기기에 회피하고 벗어나려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고, 자기의 일을 하고 싶은 아이에게 부모의 행동은 자기에게 불편함과 압박감을 유발하는 존재일 뿐입니다. 더구나 부모의 기대치와 실제치의 차이가 나는 경우 그 갈등의 골은 깊어질 수 있습니다.
부모면 누구나 자녀가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좋은 결혼을 하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하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 아이 잘되라고 하는 소리라고 변명도 해 봅니다. 더 나아가 아이에게 부담될까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도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나름의 눈치로 부모의 기대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보모보다 더 큰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때로는 부모의 기대에 상처받고 견디지 못해 반발하기도 합니다.
다른 경우는 부모와 아이의 성격이 기질적으로 어울리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관심 분야에 몰두하며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경향을 보이는 부모와 감정적이고 직관적인 경향을 보이는 자녀의 관계가 만들어 내는 충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녀는 부모가 너무 냉철하고 비판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역으로 부모는 아이가 너무 감정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가 자기 세계에 몰입한 나머지 자기 생각을 자녀와 잘 공유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특히 부모는 자신의 논리 체계가 타인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녀와 의사소통이 어렵고,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소통하기 위한 적절한 대화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가장 흔한 가치관이나 세상 보는 방식의 차이가 불러일으키는 소통 부재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양측은 서로를 비판하거나 강요하는 것을 멈추어야 합니다. 가능한 상대방의 감정이나 생각을 충분히 듣고 존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상대의 감정이나 의견을 듣고, 그것을 인정하거나 존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화할 때는 비난이나 비판보다는 칭찬이나 격려를 많이 해야 합니다. 아무리 자녀라도 의견이 다를 때는 강요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타협하거나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이 지점에서 부모의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솔직하고 긍정적인 대화를 이끌어 내고자 노력하고 아이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과 존중을 보여줄 때, 아이와 대화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의 이 순간을 슬기롭게 넘기고자 하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밤새 원인 모를 울음에 잠 못 이루며 걱정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적어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만 이어간다면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와의 원활한 소통관계가 형성될 때, 부모과 자녀 사이에 더욱 깊고 행복한 관계를 만들 수 있고 이러한 모습이 담긴 소중한 순간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아이의 어린 시절의 사진이 지금 잔잔한 미소를 불러 오듯이 먼 훗날 지금의 모습도 소중한 추억의 한 장면이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