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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영 Oct 01. 2023

시나브로 피어난 삶

 어린 시절에는 삶의 목적을 찾기보다 거창한 꿈이 더 좋아 보였나 봅니다. 얼마 전 책장을 정리하다 찾은 초등학교 문집에는 30년 후의 삶을 상상하며 쓴 글이 있었습니다. 그 글에는 판사가 된 나의 일상이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씁쓸한 웃음이 밀려오는 것은 허무맹랑한 내용 때문입니다. 글에서 저는 할 일 없는 판사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범죄를 일으키지 않아 재판할 일이 없는 세상, 지금의 눈으로 보면 말이 안 되는 상황 설정입니다.           

그런데 왜 저는 재판도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었으면서도 왜 판사가 되겠다고 생각했을까요?          

분명 제가 쓴 글인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어린 눈에 세상의 정의를 심판하는 법관의 모습이 나름 멋있게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볼 뿐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경험이 없으신지요? 무슨 일을 하며 살까?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학교에 근무하다 보니 아이들과 진로나 직업, 삶의 목적과 일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눌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가보지 않는 길을 먼저 갔다고 생각하는 저에게 질문도 하고 조언도 구하지만 사실 저 역시 제가 경험한 짧은 인생사에서 느낀 바를 조금 전달해 주는 수준에 머물 뿐입니다.          

 삶의 목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한 번 뿐이고, 우리는 자기의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싶어 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살려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큰돈을 벌어 가족과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는 작가가 되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독자들과 공감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 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요리사가 되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일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꼭 삶의 목적에 맞는 일만 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삶의 목적을 찾는 것도 힘든 것이지만 목적을 찾았다고 해서 그것을 자신의 일로 연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제약과 어려움을 가하며, 우리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항상 일치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기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삶의 목적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막연히 갖고 싶은 직업이나 꿈을 좇는 것과 달리 현재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단순히 성과나 목표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 삶의 의미와 방향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일은 자기 삶의 일부이며,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삶에 대한 책임감과 존중을 나타내는 것이며,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 속에서 시간의 무게가 만들어 낸 자기의 가치관과 인생철학을 바탕으로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찾고자 노력해 가는 것이 삶의 목적을 찾는 길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는 교사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제 삶의 목적에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지금 저는 거창한 삶의 목적과 같은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제가 현실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의 순간을 먼저 떠올려 봅니다.            

 지식의 씨앗을 심어주는 저의 몸짓에 따라 소통의 문을 열고 공감해 주는 학생과 만나는 순간이 누가 뭐라 해도 교사로서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때입니다. 교실의 한 구석에 자리 잡은 학생의 두 눈에 피어나고 있는 배움의 열정이 교사에게 전달되고 교사의 진심 어린 마음이 학생에게 전달되면 수업은 완성되고 교사와 학생 모두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이때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재미와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을 달리 표현하면 일이 주는 행복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일은 인생의 목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일은 우리에게 경제적인 안정과 독립성을 제공하며,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또한 일은 우리가 속한 사회와 커뮤니티에 기여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저처럼 학생들에게 지식과 가치를 전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삶의 목적을 찾는 것의 출발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사람들이 자기가 하는 일에 다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가 처한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 영향을 받으며, 때로는 자기의 선택에 대해 혼란스럽거나 후회하거나 불안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기 선택이 옳은지, 행복한지, 유의미한지를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가치와 목적을 재 정의하고, 삶의 방식을 조정하고,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찾기도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방법입니다.           

자기 삶에 어떤 가치와 목적을 부여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선택하는 것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능력과 장점을 강화하고, 자신의 행복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삶의 멈춤이 없듯이 우리 삶의 목적도 쉼 없이 바뀌고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우리의 삶은 시나브로 새롭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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