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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영 Oct 01. 2023

고속열차를 세워 스마트카로

 사상 유례가 없는 폭염 속에도 도서실에 앉아 지식의 세계로 빠져든 학생들, 열정과 꿈을 품은 마음으로 앉아있는 빛나는 별들을 보며, 교육 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교육 속에 놓인 학생들은 마치 빠른 열차에 타고 있는 학생들이라 비유할 수 있다. 열차는 빠르게 달리지만, 학생들은 너무 빨리 달리는 도중에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와 방향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지나치게 시험에만 초점을 두고, 단기적인 성적에 집중하면서 실제 학습의 목적과 의미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학업적인 압박을 크게 느끼는 것에 비해, 학교 교육에서의 창의성과 독립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학생들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나서서 제각기 이론과 방법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현실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미궁 속에 빠져들고 있다는 느낌만 강하다.


얼마 전 학생과 면담 중에 공무원 공부를 접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이 특성화고에 입학한 이유는 지역인재 9급 공무원 합격을 목표였는데, 9급 공무원의 처우가 너무 열악한 것 같다고 판단했기에 대학 진학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수능 준비는 특성화고에서 하기가 너무 어려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학생이 가고 싶은 상위권 대학들이 특성화고 재학생 선발을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에서 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은 수능 위주로 하고 있지 않은데 선발은 수능으로 하는 모순된 평가 체계인 것이다.           

특성화고는 취업을 위한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장점이지만,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발견하는 기회를 제한할 수 있기에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에게는 제한된 교육 선택권이 주어질 수 있다는 태생적 한계점을 지닌다.           

입학 전에 생각했던 것과 현실이 다르다고 느꼈을 때, 또는 공부하는 과정에서 적성과 맞지 않다고 느꼈을 때, 다른 길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교육 현장이지만 실제 현장은 그럴 수 없음이 아쉽게 다가왔다. 취업을 위주로 하는 특성화고에서도 60%가 대학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열정과 목표를 발견하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들은 하고 있지만, 허울 좋은 문구가 아닌 현장이 과연 그런 곳인가 질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사회구조의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수립을 위해 우리 어른들이 무엇을 하고 있나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연계를 강조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새로운 교육은 새로운 평가 방법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학교 교육이 단순한 학문적 지식에만 국한되지 않고, 예술, 체육, 직업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을 통합적으로 접목하여 학생들의 다양한 장점을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다가오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양성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리라 믿는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들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 방법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 토론, 실험 등을 통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느낌을 키우는 환경의 조성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공부한 아이들에 대한 평가도 그에 맞추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능이라는 획일화된 잣대가 아닌 창의성, 협업 능력, 사회적 책임 등을 평가하는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다양한 능력과 자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평가이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입시정책을 결정하는 이들의 손에 의해 결정된 현행제도가 올바른 방향인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특성화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교육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특성화고에서 먼저 시범사업을 추진해 왔다. 아마도 다양한 평가 결과물을 확보해 왔으리라 짐작한다. 그러한 결과물이 현장에서 실제로 학생들에게 도움 주는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 교육의 변화가 목적도 모른 채 빠르게만 달리는 열차가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진로 방향에 적합한 스마트카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도 적극적인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 없다지만 시대의 큰 흐름에 맞게 인력의 양성을 추구하는 교육 문제에 대한 접근은 더 신중하고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특성화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획일적이지 않은 다양한 인재를 길러내는 시작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출산 시대 소중한 아이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은 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만의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우선 교육 관계자들이 먼저 희망의 사다리를 설계하여 아이들이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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