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링 영업의 그림자: 홈플러스 사태와 카드사의 책임
18일 증권업계에 의하면, 홈플러스 자산유동화증권 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롯데·현대·신한카드 세 개 카드사에 대한 민원 20여건을 접수했다. 홈플러스 사태를 논하는데 왜 난데없이 투자자들은 카드사에 분노를 표출하는 걸까?
홈플러스는 매장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고객들은 물건을 결제한다. 이때 고객들은 바로 돈이 빠져나가는 체크카드가 아니라 나중에 돈을 지급하는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한다. 따라서 카드사는 고객들의 결제금액을 홈플러스에 대신 지급하고, 이후 고객들은 카드사에 값을 지불한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당장 운영자금이 필요했다. 나중에 카드사에게 돈(매출채권)을 받기로 약속했지만, 그 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그래서 홈플러스는 매출채권을 판매해 현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결국 카드사는 홈플러스의 매출채권을 사들였고, 홈플러스는 이에 대한 현금을 지급 받았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었다. 카드사는 매출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사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억 원짜리 매출채권을 98억에 사는 식이다. 이를 통해 카드사는 고객들이 100억을 갚을 때, 2억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매출채권을 계속 보유하면 카드사의 재무제표에 부담이 된다. 매출채권이 쌓이면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커져, 금융당국의 규제를 더 많이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드사는 증권사와 협력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SPC에 매출채권을 판매한다. 매출채권의 회수 위험을 SPC와 투자자들에게 이전하고, 동시에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 후, SPC는 이 매출채권을 바탕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고, 증권사는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10억원 당 약 100만원의 중개수수료를 얻는다. 투자자들은 고객들이 카드사에 돈을 갚을 때, 즉 매출채권이 상환될 때 원리금(이자+원금)을 받는다. 이렇게 기업이 보유한 매출채권을 현금화하는 과정을 '팩토링 영업'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팩토링 영업'은 카드사, SPC, 증권사보다는 투자자들이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하는 구조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카드사와 SPC의 관계다. 카드사는 자산(매출채권)을 SPC에 판매하고, SPC는 매출채권에 기초한 유동화증권을 발행한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가 매출채권을 넘기면서 그 대금을 SPC로부터 지급 받는다. 따라서 매출채권의 회수 위험은 투자자에게 전가된다. 둘째, 증권사의 중개 역할이다. 증권사는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중개수수료를 받지만, 유동화증권의 상환 위험에 직접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손해를 입을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셋째, 투자자들의 위험 부담이다. 투자자들은 매출채권에 기초한 유동화증권을 구입하고, 고객들이 카드사에 돈을 갚을 때 원리금을 받는다. 그러나 고객들이 돈을 제때 갚지 않거나 갚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원리금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카드사와 홈플러스의 재무 상황도 매출채권 회수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므로, 투자자들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에서 투자자들이 세 카드사에 민원을 제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은 롯데·현대·신한카드가 신영증권과 함께 유동화증권 상품을 설계하고 만든 주체로서, 발생한 투자 손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구조에서 가장 큰 위험을 떠안게 된 투자자들의 분노가 상품 설계의 핵심 당사자인 카드사들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 원문: 홈플러스 자산유동화 4000억 손실…카드사에도 불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