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개월 전에는 WSA 와인 아카데미 건물을 볼 때마다 '와~ 설렌다! 드디어 와린이 탈출하는 건가?' 싶어서 설렜다. 그러나 이제는 양면 30장 요약(본이라고 쓰고 빈칸 쓰기라고 읽는)을 쓰다 지친, 도리어 시험이 반가운 수험생만 남았다.
오늘도 내가 시험 준비하면서 썼던 암기 종이를 버리는데 거의 A4용지 한 뭉탱이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사무실에서 쓰는 A4 묶음 한 2개는 다 쓰지 않았을까 싶다.
시험 공부를 하다 지쳐서 전날 밤에 와인을 소재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구상하다가(추후 설명 예정. 일단 계획을 들은 지인들과 친구들은 '와, 나봄스럽지 않은, B급 갬성이야!'라는 평가를 해줬다) 밤을 꼴딱 새서 퀭한 눈으로 6월 25일, 새벽 5시를 맞이했다.
2023년 6월 25일.
나는 국제와인자격증인 WSET level2(중급) 시험을 치러 서울로, 구체적으로는 WSA 와인 아카데미에 갔다.
시험 장소 및 시험 준비물
우리나라에서 WSET 자격증을 시험 볼 수 있는 곳은 딱 3곳 뿐이다. WSA 와인 아카데미, 와인비전, 그리고 서울스쿨오브와인.
나는 WSA 와인 아카데미에서 시험을 쳤다.
왜냐고? 내가 여기서 공부를 했으니까. WSET level2(중급) 수강료 108만 원에는 시험 응시료 15만 원이 포함되어 있다.
시험 접수 기간에 수강 신청했던 학원 아이디로 사이트에 접속하면 시험 응시 쿠폰이 주어진 걸 볼 수 있다. 그걸 써서 결제하면 무료(라고 쓰고 내돈내산이라고 읽는)로 시험 응시료를 결제할 수 있다.
※ 이것도 나름 선착순이라 빠르게 신청하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날짜에 시험을 치지 못하는 참사가 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친절한 WSA 와인 아카데미시험 이틀 전에 시험 준비하라고 이렇게 세심하게문자도 보내준다.
시험 준비물은 간단하다.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 등), 연필 3자루, 지우개.
딱 3개만 준비하면 된다. 그러나 짐이 없는, 자유로운 몸을 선호한다면 카드지갑에 신분증만 넣고, 연필과 지우개는 생략해도 된다. 학원에서 지우개 달린 연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나와 10년 넘게 전우애를 쌓고 있는 샤프맨♥수능도, 취업 준비도 너와 함께 해서 모든 날이 행복했다...
나 같은 경우 어떤 시험을 치든, 시험을 칠 때는 무조건 고등학생 때부터 함께한 14년지기(이제 만 나이 쓰니까 한 살 깎을 거다) 전우, 샤프맨과 함께 해야 하기에 얘를 데려갔다. 시험 준비의 핵심은 본인이 마음이 편하도록 조치하는 거다.
시험 출제 경향 및 공부 방법(기출 포함)
출처 : WSA 와인 아카데미
시험은 평소 수업을 듣던 강의실에서 치뤄졌다.
시험을 푸는 시간은 60분(=1시간)인데, 실제 사람들이 나가는 시간은 30~40분이면 나가는 모양새였다. 아무래도 명확하게 알지 않으면 찍어야만 하는 객관식이라 그런 모양이었다.
시험지를 받아들고 든 생각이 크게 3가지였다.
1) 오, 평상시에 수업만 집중해서 들었으면, 복습만 확실히 했으면 논리구조로 풀겠구나!(= 수업 잘 들어라)
2) 변별력은 디테일이네. 교재를 한 토시도 놓치지 말고 꼼꼼하게 봐야 풀겠구나!(=디테일 깡패, WSET)
3) 부록 교재 별로 쓸모가 없네. 맨 뒤쪽에 있는 모의고사만 챙기면 되겠다!(=수강료 깎아줘)
부교재 필요 없어...=_=
시험을 직접 쳐본 결과, 시험 출제 경향에 따라 외어야 할 범위를 교재 단원별로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내가 봤을 땐 이것만 봐도 시험 통과는 무난할 것 같다).
< 교재 단원별 핵심 암기 영역 >
1. 와인 시음 및 평가
-시간의 흐름별로 와인의 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정도만 체크하면 됨
-화이트 와인 : 레몬-금색-호박색
레드 와인 : 보라-루비-가넷-황갈색
로제 와인 : 핑크-핑크&오렌지-오렌지
-level3에서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시험에 나와서 이 부분이 중요하겠지만 level2에서는 그리 중요하진 않음
2. 와인과 음식의 조화
-음식의 염분과 산이 와인을 마실 때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숙지해야 함
-음식의 단맛과 감칠맛이 와인을 마실 때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함
-교재 7쪽 표는 반드시 암기할 것(이번 시험에 출제됨)
3. 와인의 보관 및 서비스
1) 와인을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2) 와인을 서비스할 때 화이트/로제/레드별로 어떤 온도가 적합한지(구체적은 숫자까진 암기할 필요 없음, 9쪽 표 암기 필수)
3) 와인을 신선하게 유지, 보관하는 방법 알기
(ex 진공법과 덮개법의 차이 구분)
4) 와인 디캔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의점은 무엇인지(교재 10쪽 암기 필수)
5) 와인에서 자주 발생하는 코르크 오염 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지(ex 젖은 판지향)
4. 포도 재배 및 관련 라벨 용어
1) 포도나무 생장에 필요한 요소 및 광합성의 원리 설명하기
-포도나무 생장에 필요한 요소 : 온기, 햇빛, 이산화탄소, 물 양분
-광합성의 원리 : 물+이산화탄소 -> 당분, 산 생성
2) 계절별 포도의 생장 과정
-봄 : 개화, 꽃송이, 바람에 의한 수분 암기
-여름 : 결과, 베레종, 포도색의 변화(포도는 여름 중에 생장, 완숙이 완료되어야 함)
-가을 : 수확, 과숙
ㄴ달달한 스위트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 만드는 법(x3) : 과숙, 얼리기, 보트리티스(★x5)
-겨울 : 가지치기
3) 포도나무 생장과 포도 완숙에 환경이 미치는 영향
-기후, 위도, 언덕, 토양(★x5, 출제 빈도 매우 높음), 빈티지, 강우량, 서리 개념 숙지
4) 포도 재배와 관련된 라벨 용어
-지리적 표시(유럽 연합 외의 지리적 표시/유럽 연합 내의 지리적 표시) 반드시 숙지할 것(★x5, 출제 빈도 매우 높음, 19쪽 표 통으로 암기)
-참고자료 : 와린이들을 좌절시키는 No.1 범인, 지리적 표시(ft. 와인 라벨)
5) 달달한 스위트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 만드는 법(x3) : 과숙(늦수확), 얼리기, 보트리티스(★x5)
-각 개념별로 반드시 모두 자세히 설명(사용하는 포도 품종, 특징, 생산지, 양조 기법 등)할 수 있어야 함
-과숙(늦수확) 대표 품종 : 리슬링
-얼리기 대표 품중 : 리슬링
-보트리티스(귀부병) : 리슬링, 세미용(★x5)
→ 리슬링 챕터와 관련된 전반 사항은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 함
5. 와인 양조
1) 레드, 로제, 화이트 와인별 와인 양조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함
-레드 : 으깨기-알코올발효-압착-저장or숙성-포장(병입)
-로제 : 으깨기-알코올발효(단기침용 방식으로 포도 껍질(cap)을 잠깐 포도즙과 접촉 시켰다가 제거함, 발효 온도는 화이트 와인과 동일)-압착-저장or숙성-포장(병입)
-화이트 : 으깨기-압착-알코올 발효-저장or숙성-포장(병입)
2) 드라이 레드 와인 색, 탄닌 추출 기법 숙지(이번 기출)
-punching down/pumping over 기법 중요
(레드 와인의 색과 탄닌 부여가 목적임, 화이트 와인을 양조할 때는 쓸 필요가 없는 기법임)
3) 와인 양조 기법 숙지(★x5)
(1) 당분(이번 시험에 출제)
-당분을 더하는 이유 :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함
(와인 양조 중에 당분을 더하면 활동 중인 효모가 당분을 먹고 더 많은 알코올을 생산할 수 있다. 포도의 당도가 낮을 경우 와인 양조자는 추가적인 포도즙을 더할 수 있다)
-피노누아 국가별 생산지 모두 암기(생산지가 어느 나라에 속한지를 중심으로 구분하여 외울 것)
각 품종별로 이 정도 쓸 수 있으면 합격 무난하다
(2) 리슬링
-리슬링 품종 특유의 풍미(초록과일, 감귤류 풍미)
-늦수확, 보트리티스 연계 문제 출제
-독일의 리슬링 라벨 용어 출제
ㄴ란트바인, 크발리테이츠바인, 프레디카츠바인
ㄴ카비넷/슈페트레제/아우스레제/아이스바인/베렌아우스레제/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구분
(이번 시험에서는 [카비넷]의 특징을 고르는 것 출제)
-프리미엄 리슬링 생산지(호주) : 클레어 밸리, 에덴 밸리(이번 시험 출제)
(3) 사르도네
-샤르도네 = 양조기법이라고 생각하면 편함
-국가별 프리미엄 샤르도네 생산지 암기
(ex 부르고뉴 뫼르소, 퓔리니 몽라쉐 등)
(4) 소비뇽 블랑
-소비뇽 블랑의 특징
(높은 산도, 가벼운 바디, 식물성, 꽃송이, 젖은 돌, 패션후르츠향 등)
-프리미엄 소비뇽 블랑 생산지(ex 루아르 밸리 생산지)
-보르도 그라브 지방의 페삭-레오냥에서 세미용을 소비뇽 블랑과 블랜딩하는 이유는?(이번 기출)
(바디를 더해주고 와인의 숙성 잠재력을 높임)
(5) 게뷔르츠트라미너, 비오니에 구분
-게뷔르츠트라미너 : 낮은 산도, 높은 당분, 높은 알코올 도수, 복숭아, 살구, 리치, 장미향, 스위트 와인
-비오니에 : 낮은 산도, 높은 알코올 도수, 복숭아, 살구향, 드라이 와인
(6) 메를로 VS 카베르네 소비뇽
-체감상 이번 시험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관련 문제만 8문제 넘게 나온 느낌
-메를로를 카베르네 소비뇽과 비교하는 문제가 출제됨
(메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산도, 탄닌 모두 낮다)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은 교재 전체를 그냥 암기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7) 시라/쉬라즈
-시라/쉬라즈는 주로 호주 쉬라즈를 중심으로 문제를 출제하는 경향이 있음
-이번 시험에서 호주 쉬라즈 생산지(바로사 밸리, 헌터 밸리) 비교 문제가 출제됨
ㄴ바로사 밸리 : 올드 바인(포드 나무 나이가 오래된 지역) 지역, 나오는 와인 자체가 비싸다(=무거운 바디감, 높은 산도, 높은 탄닌, 익힌 검은 과일 풍미)
ㄴ헌터 밸리 : 호주 쉬라즈 저렴이 버전 출시(=가벼운 바디감)
→ 이를 통해 앞으로 시험 출제 경향이 같은 포도 품종이더라도 세부적인 생산지별 차이점을 묻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임을 암시함
(8) 가메
-붉은 과일 풍미, 약간 차게 서비스, 가벼운 바디감, 낮은 탄닌, 신선한 과일 풍미, 탄산침용향(바나나, 사탕향), 보졸레(플레리)만 암기하면 다 푼다
(9) 그르나슈/가르나차
-높은 당도, 낮은 산도, 얇은 껍질, 붉은 과일 풍미 특성 때문에 단독으로 와인을 빚기 보단 다른 품종과 블랜딩한다는 사실을 숙지해야 함
ㄴ프랑스 : 쉬라
ㄴ스페인 : 템프라니요
-그르나슈/가르나차 단독으로 힘 있는 와인을 만드는 생산지 : 프리오랏
-그르나슈/가르나차는 품종 특성상 로제 와인을 많이 만드는 편임(대표 지역 : 나바라)
(10) 템프라니요
-스페인 대표 품종, 중간 산도, 중간 탄닌, 붉은 과일 풍미 암기
-리오하, 리베라 델 두에로 매우 중요
-스페인 오크 숙성 용어 암기(이번 기출)
ㄴ호벤, 크리안자, 레제르바, 그란 레제르비(호벤 출제)
(11) 보르도, 부르고뉴(버건디), 론 밸리, 루아르 밸리별 와인 등급 체계 반드시 숙지할 것
(12) 이탈리아 와인 구분하기
-이탈리아는
(ㄱ) 북부(피에몬테, 베네토), 중부(토스카나), 남부(풀리아, 캄파니아) 지역별로 어떤 품종을 기르고 있는지, (ㄴ) 각 지역에서 기르고 있는 품종은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 구분
(ㄷ) 각 품종별로 레드 와인/화이트 와인/드라이 와인/스위트 와인을 제조하는지 알아야 함
-빈출 품종 : 코르테제, 가르가네가, 네비올로, 코르비나(아파시멘토 기법 반드시 출제되니 연관지어 생각할 것), 산지오베제
(13) 진판델/프리미티보
-화이트 진판델, 레드 진판델 특징 설명할 수 있으면 됨
(14) 세미용/푸르민트
-푸르민트와 관련지어 보트리티스 메이저 품종
-보르도 지방에서 세미용은 소비뇽 블랑과 블랜딩한다는 점 암기(이유 : 바디감 부여, 이번 기출)
-푸르민트는 헝가리 대표 품종으로 토카이 아수 와인을 생산하는 품종이라는 점, 산화 반응으로 카라멜향이 난다는 점 기억할 것(이번 기출)
(15) 피노 그리지오/피노그리
-~~베네찌에/베네치아 나오면 일단 저렴이라는 것만 기억하라(빈출 문제)
24~25. 스파클링/주정강화와인
[ 스파클링 와인 ]
-전통 병숙성 / 탱크 숙성 방식 와인 구분(이번 기출)
ㄴ전통 병숙성 : 샴페인(프랑스), 카바(스페인), 메소드 캡 클라시크(남아공)
ㄴ탱크 숙성 : 아스티, 프로세코 (둘다 이탈리아)
-전통 병숙성 양조 방법, 관련 용어(기로 팔레트, 돌리기, 배출, 도사지, 브륏, 드미섹) 모두 암기(이번 기출)
-각 양조 방식별로 어떠한 품종을 사용하는지 반드시 암기할 것(빈출 문제)
ex) 샴페인 - 피노누아, 샤르도네, 뫼니에
ex) 프로세코 - 글레라(사과, 멜론향)
[주정 강화 와인]
-셰리(드라이), 포트(스위트) 구분부터 시작할 것
-셰리 스타일(피노, 올로로소, 아몬티야도) 출제
ㄴ이번 출제 : 아몬티야도
-PX(페드로 시미네즈) 자주 출제됨
-셰리와 포트가 언제 주정 강화(알코올 도수를 높이는지)를 하는지 반드시 알아야 함(빈출)
ㄴ셰리 : 2차 발효 끝난 후 포도 증류주(알코올) 넣고, 솔레라 시스템에 들어감
ㄴ포트 : 알코올 발효 중에 포도 증류주(알코올)을 넣음
-셰리, 포트의 풍미, 색깔, 관련 용어 중심으로 암기할 것
향후 Queen 나봄의 방향은
고민하고 있다.
이대로 level2에 만족하고 와인 도서와 강의, 시음회에 참가하며 외연을 확장할지, 아니면 level3에 도전해서 조금 더 심도 있는(이쯤되면 정말 와인 전문가가 되는 셈) 와인 소양을 기를지를.
출처 : 자이언트펭TV
본의 아니게 휴직 기간이 길어져서 아직 시간이 있으니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해보려고 한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쉴 수 있는 시간이 흔치 않고, 와인을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와인 이외에 내가 챙겨야 할 것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므로. 다만 와인과 관련된 콘텐츠는 계속해서 생산할 예정이다. 3년 안에 와인 에세이를 쓰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꾸준히 와인 시음회, 관련 도서 독서, 강의 수강을 해나갈 예정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 삶이 WSET를 공부하기 전과 후로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와인을 조금 더 내 삶 안에 깊숙하게 들이면서 나의 외연과 내연이 모두 확장되었다. 와인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 글로 소통하고, 와인과 관련된 고전,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내면을 성찰하는 과정이 다른 무엇보다도 내게 깊은 감명을 주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