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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een 나봄 Jun 01. 2023

달달한 와인의 도수는 '이것'으로 결정된다

"누나, 이번 어버이날에 대구 올 거지? 나 같이 먹으려고 특이한 와인 3병이나 샀다!"



홍홍이(나봄의 남동생)의 전화에 동생이 귀여워서 베시시 웃음이 나왔다. 첫째는 자기가 생각해도 '진짜 멋있는 아이디어다!'라고 자축했을 홍홍이가 대견했고, 둘째는 덩치는 산만한 녀석이 쪼그려서 와인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 상상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동생이 보내준 캡쳐본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와인이 아닌데-



와인이란 명칭을 붙였지만 엄밀히 말하면 와인이 아니예요




잠시 고민했다. 

누나한테 칭찬해 달라고 뒤에 모터 달린 것마냥 꼬리를 흔드는 동생에게 '이건 와인이 아니라, 그냥 술이야'라고 이야기할 것인지, 아니면 '오구오구, 내 동생 장하다!'를 말할 것인지.




출처 : 짤봇!



"세상에~ 우리 홍홍이가 누나가 좋아하는 자두랑 복숭아맛 와인을 샀구나! 이런 건 어디서 찾은 거야? 사진 속 색깔이 정말 예쁜데? 누나 좋아하는 핑크로 준비했구나! 요즘 바빠서 피곤하고 힘들 텐데 이렇게 시간 할애해서 찾아봐줘서 고마워! 대구 가면 같이 맛있게 마시자!"



때로는 마냥 이성적인 것이 현명하진 않더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질 줄 알아야 하더라.



방년 28세, 키 180cm, 

5월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자 예비군 훈련을 떠날, 건장한 대한의 청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죠?



상남자도 여전히 칭찬은 좋아한다. 

대략 5분 정도 폭풍 칭찬 세례를 하고 나니, 홍홍이는 '달달한 와인에는 짭짤한 치즈와 고소한 치킨이 필요하다. 누나를 위해 준비하겠다!'라는 답변을 끝으로 총총 떠났다. 



칭찬을 잘하면 동생에게 와인 안주로 프랑스산 블루 치즈와 굽네치킨 볼케이노를 얻어 먹을 수 있다.








WSA 와인 아카데미에서 와인 국제 자격증인 WSET를 공부하다보니 와인에 대한 이런저런 상식들이 많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내가 와인에 대해 잘못 알았던 점들도 많이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오늘은 내가 잘 몰랐던 부분들을 중심으로 와인의 스타일과 도수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려 한다.










개나 소나 와인이 아니예요

-와인은 무엇인가?




와인은 기본적인 전제가 <포도>를 사용하는 것이다.

WSET에 따르면 와인의 정의는 '막 수확한 <포도>의 즙을 <발효>시켜 만든 음료'이다. 와인은 포도즙 속의 당분을 효모가 먹으면서 배설한 알코올을 모아 만든 술(이 과정을 우리는 발효라고 한다)이다. 



와인이 만들어지는 방식



이 정의에 따르면 홍홍이가 산 술들은 와인이 아니다. 

복숭아 와인, 자두 와인은 복숭아와 자두의 당분을 발효시켜 만든 술일 것이다. 주재료가 포도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은 와인이 아니다. 아마 상품에 대한 차별화, 고급화 전략 때문에 '와인'이라는 말을 붙였을 것으로 보인다(뭐, 사실 술맛만 좋으면 된다).




출처 : 서울 신문




'막 수확한 <포도>의 즙을 <발효>시켜 만든 음료'라는 정의대로라면 위스키도 와인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위스키의 주재료는 보리이고, 증류의 방식을 통해 술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르마냑, 브랜디, 꼬냑도 와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포도로 만들긴 했지만 발효의 기법을 쓰지 않고, 증류의 방식을 통해 술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포도, 발효, 이 2가지 키워드가 와인에서 가장 핵심되는 키워드이다

만약 어떤 술이 와인인지, 와인이 아닌지를 구분하고 싶다면 1) 포도로 만들었는지, 2) 발효의 과정을 거쳤는지를 꼭 확인해보자!









와인의 스타일

-와인의 종류 3가지



통상적으로 와인은 스타일에 따라 1) 일반 와인, 2) 스파클링 와인, 3) 주정강화 와인, 이렇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일반 와인


일반 와인의 경우 알코올 도수가 8~15% 정도이다. 

도수가 15~22% 이상인 주정강화 와인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낮기에 영어로 'Light Wine'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체로 우리가 마트에서 접하는 11~12% 정도이고, 15%쯤 되면 와인 기준에서 꽤 알코올 도수가 높은 편이다.) 



출처 : 한국베버리지마스터협회




일반 와인의 이름을 결정하는 것은 크게 2가지 요소인데 

(1) 와인 산지를 붙이거나, 

(2) 포도 품종(ex 리슬링, 쇼비뇽 블랑 등)의 이름을 라벨에 붙이기도 한다

(이 부분은 추후 자세히 다뤄보겠다). 



일반 와인은 탄산음료나 샴페인처럼 입 안에서 기포가 팡팡 터지진 않는다. 그래서 영어로 Still Wine(영어로 Still이 고요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음)이라고 한다.




2) 스파클링 와인


앞서 말했듯 와인은 포도를 발효시켜 얻은 술이다.

포도를 발효시키는 원인은 효모인데 효모는 포도의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여기서 와인 제조자는 결정을 해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날려버릴 것인지, 아니면 가둘 것인지.



이산화탄소로 인해 생기는 기포가스파클링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이죠



이산화탄소를 날려버리면 그것은 1) 일반 와인이 된다. 기포가 터지지 않는단 의미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를 와인에 가두면 와인은 이산화탄소(여기서는 탄산가스라고도 함)를 함유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이 입안에서 기포가 팡팡 터지는 재미를 주는 스파클링 와인이 된다. 



샴페인이 대표적인 스파클링 와인인데, 주의할 점은 모든 스파클링 와인이 샴페인은 아니란 점이다. 와인에 샴페인이라는 명칭이 붙기 위해서는 반드시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만 생산되어야 하고, 샴페인을 만드는 과정, 포도 품종, 숙성 기간 등을 샴페인의 기준에 맞게 철저히 지켜야 한다.




3) 주정강화 와인


주정 강화 와인은 일반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15~22% 이상이다. 포트 와인, 셰리가 대표적인 주정강화 와인인데, 이 와인을 제조하기 위해 와인 제조자들은 주로 브랜디(혹은 알코올)를 와인 제조 과정에서 첨가한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포도만을 사용해서는 15~22% 이상은 높은 알코올 도수를 만드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출처 : 마리끌레르









와인의 스타일

-와인의 도수는 어떻게 결정될까?



앞서 설명했듯 자연적인 포도만으로 와인의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와인의 도수를 높이기 위해서 와인 제조자들은 포도즙에 브랜디와 같은 알코올을 첨가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와인의 도수는 무엇으로 결정되는 것일까?"



와인의 도수는 <포도의 당분>으로 결정된다. 

(모든 와인이 그렇진 않지만) 따라서 달달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 도수가 강한 확률이 높다.



와인이 만들어지는 방식




와인의 정의를 되짚어보자. 

막 수확한 <포도>의 즙을 <발효>시켜 만든 음료이 와인이다. 포도즙에는 당분이 포함되어 있고(우리가 포도를 먹으면 달다고 느끼지 않는가?), 이 당분을 효모가 섭취해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많이 먹으면, 그만큼 나오는 것도 많은 법이다(우리의 화장실을 상상해보면 쉽다). 효모 입장에서도 당분을 많이 먹으면 그만큼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배출되는 알코올이 많아지면? 당연히 알코올 도수는 높아진다. 



당도 높은 포도가 생산되는 지역은 주로 따뜻한 기후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내가 달달한 와인을 마시고 싶다면 따뜻한 기후에서 생산된 와인을 고르면 달달한 와인을 고를 확률이 높다. 물론 요즘은 꼭 포도 하나만을 가지고 당도를 결정하진 않는다. 



이렇게 생긴 기계로 포도 알맹이와 가지를 분리해요 :)




와인 제조자가 만드는 와인의 당도가 낮다고 판단했다면 추가로 포도즙을 넣을 수도 있다(효모에게 먹을 거리를 더 제공한 셈). 혹은 올해 생산된 포도의 당분이 너무 높아 와인맛의 밸런스를 해칠 정도라면 발효 과정 중간에 높은 도수의 알코올(주로 브랜디)을 첨가하기도 한다. 발효 중인 와인에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넣으면 열심히 활동 중이던 효모는 죽어버린다. 자연히 남아있던 당분은 당분대로 달달한 맛을 내고, 와인 제조자가 바라는 대로 높은 도수의 와인이 완성된다. 



포트 와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알코올 도수가 20% 이상인 포트 와인은 매우 달달하지만 그만큼 알코올 도수가 높아서 마시면 후끈후끈(제 기준입니다. 술꾼인 친구(혈관에 알코올 꼽고 다니는 스타일)는 눈 하나 깜박 안 하더라고요.)해진다. 









와인의 스타일

-달달한 와인을 찾아서



와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져서 일상 생활에서도 와인을 쉽게 구할 수 있다(당장 편의점만 가도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하고 질 좋은 와인들이 많다). 그러나 내 마음에 드는 와인을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좋은 것은 직접 먹어보는 방법이지만, 우리가 술고래가 아닌 이상 모든 와인을 맛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누군가에게 대접(여성분에게 대접하는 경우라면)할 때 와인을 선택하는 것은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출처 : 신세계그룹 뉴스룸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당도 높은 와인을 고르는 나름의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누군가 내게 와인을 선물해 준다면 꼭 이런 와인을 사달라는 정중한 부탁이기도 하다). 




와인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당도가 높은 와인들이 있다. 당도 높은 와인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2가지가 있는데(대체로 이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 포도 자체를 말리거나

(말린 채로 수확하거나, 수확하고 말리거나 / 대체로 말린 채로 수확한 와인이 훨씬 가격대가 높다), 


(2) 포도를 얼리거나


둘 중 하나이다. 




(1) 포도 자체를 말리거나

-포도를 말리는 방식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높이 평가하는 방식은 보트리티스라는 곰팡이를 이용해 귀부병(noble rot)을 만드는 방식이다.



보트리티스 곰팡이로 인해 귀부병에 걸린 포도못생겨도 저래야 맛난 와인이 나온다



귀부 와인(귀부 : 귀하게 상했다)이라는 것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보트리티스는 잘 익은 포도에서 살며 귀부병(포도 껍질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포도 안의 수분을 말려버림)을 유발하는 곰팡이이다. 이렇게 되면 포도의 당분, 산, 풍미가 극도로 농축되어 와인을 생산할 때 아주 단맛을 낼 수 있다.



언뜻 보면 건포도 만드는 느낌도 든다(실제로 귀부 와인을 마셔보면 건포도향이 좀 나기도 한다)



보트리티스의 활동을 잘 조절해야 귀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데 포도밭이 너무 습하면 활동량이 많아 포도가 썩어 버린다. 반면 너무 건조하면 곰팡이가 죽어버린다. 그래서 귀부 와인은 대체로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 소위 귀부 와인 3대장이라고 하면 




[1] 소테른 와인(ex 샤토 디켐)

-지역 : 프랑스(보르도)

-품종 : 세미용&소비뇽블랑

출처 : Wine21




[2] 토카이 아쑤

-지역 : 헝가리

-품종 : 프루민트

출처 : wadossi.com




[3]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지역 : 독인

-품종 : 리슬링




이 3가지인데, 개인적으로는 토카이를 가장 추천한다(접근성 때문). 토카이 내에서도 아쑤(Azsu)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 귀부 와인이다. Azsu가 '귀부병에 걸린 포도 알맹이'를 뜻하기 때문이다. 와인 애호가 카페에서는 최소 Azsu 5등급(10만 원 대, 물론 할인하면 5~6만 원 대도 가능) 이상의 와인을 추천한다. 





(2) 포도를 얼리거나

-건강한 포도를 겨울까지 기다려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포도가 얼면서 포도 내 수분이 얼어버리는데 이 과정에서 포도의 산도, 당분, 풍미가 농축된다. 포도가 얼어 있는 상태에서 압착하기 때문에 여타 다른 와인들보다 당도가 높은 편이다.

출처 : 뉴시스




이 방식의 결과물이 우리가 말하는 아이스와인/아이스바인이라고 불리는 와인이다. 아이스 와인은 주로 독일 북부, 캐나다쪽이 유명한 편이다. 보통 1ml의 와인을 만드는데 포도 1~2송이 정도면 되는데 아이스 와인의 경우 10송이 정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거의 아이스 와인만 먹는 친구에게 추천 받길




(1) 이니스킬린 골드 비달

-지역 : 캐나다

-품종 : 비달

출처 : SUNSET





(2) 벨트악스 피노누아 아이스바인 블랑 드 누아

-지역 : 독일

-품종 : 피노누아

출처 : 문재신와인클럽




(2) 시즌스 비달 아이스와인

-지역 : 캐나다

-품종 : 비달



※ 친구 말이 일단 아이스바인, 아이스 와인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대체로 달달하니 맛있다고 한다. 각자 재정에 맞게 고르면 된다.




(3) 귀부 와인 VS 아이스 와인

-귀부와인과 비교하자면 아이스와인은 좀 더 신선한 과일 풍미 위주이다. 반면 귀부 와인은 꿀이나 밀랍 같은 풍미가 특징적이다. 와인 by 와인이지만 귀부 와인이 아이스 와인보다 조금 더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 








피아노와 첼로가 장기인, 레이어스 클래식의  잔잔하고 부드러운 Sweet dream 연주. 


고단한 하루의 긴장을 풀어줄, 포도의 농축미를 자랑하는 와인 한 잔. 


달달한 와인에 잘 어울리는 풍미 있는 치즈와 올리브.


푹신한 침대에 기대어 읽고 싶었던 책을 읽노라면, 세상 그 무엇도 부러울 것이 없더라.


누군가 여왕에게 여왕만의 휴식 방법을 묻는다면-






"입 안을 즐겁게 해줄 달달한 와인 한 잔, 머리를 행복하게 해줄 책 한 권. 이 2가지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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