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 기쁘고 감사해
왔던 길로 가야 하고,
하던 대로 해야 하고,
먹던 것만 먹고,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하며,
한번 보고 들은 것은 다 기억하는 아이.
세상은 이런 내 아이를 자폐라고 부른다.
나는 자폐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절망감이 싫어서 ASD(Autism Spectrum Disorders)
또는 오티즘이라고 바꿔서 말하곤 한다.
내 아이의 다름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수없이 많은 날들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 채웠던 지난 시간들이 참 아깝다.
우리 아들은 그냥 조금 다를 뿐이다.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전염병에 걸린 것도 아니다.
여느 사람과 다를 것 없이
울고 웃고
먹고 싸고
말하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다.
다만 표현이 어렵고 조절이 힘들 뿐..
그것이 이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크고 작은 어려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코 뛰어넘지 못할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수없이 많이 존재하고
우리 아이도 그중 한 명일 뿐이다.
분명 남들이 갖지 못 한
자기 자신만의 뛰어난 능력으로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어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거라고 믿고 있다.
이런 믿음이 생기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긴 시간 동안 내가 느꼈던 아픔과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또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들도 정말 많다.
남들에게는 그저 당연한 것들이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나도 기쁘고 감사한 일이 된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이고 쌓여 오늘이 되었다.
아직 부족해도 최선을 다해 크고 있는 우리 아들을 보면 정말 고맙고 대견한 마음이 든다.
그동안 내가 쉬지 않고 해 왔던 수많은 노력들이 밑거름이 되어 이렇게 좋은 열매를 맺게 되었다는 생각에 얼마나 뿌듯하고 감사한지...
예전의 나처럼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나의 경험들을 이야기해주고 싶어 글을 써보기로 했다.
물론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공감이 되고 또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글이 부디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몇 가지 말해주고 싶은 것들을 적어본다.
아무리 울고불고 부정한다 해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의미 없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시고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케어할지를 생각하세요.
자폐는 오로지 부모만이 고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는 부모가 노력하는 만큼 좋아집니다.
단, 조급함은 버리세요.
하루아침에 "뿅"하고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서서히 자신만의 속도로 따라와 줄 거예요.
우리는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을 해야 합니다.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주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
지난주보다 나은 이번 주는 아니어도
지난달 보다 나은 이번 달
일 년 전 보다 나은 올해는 분명히 옵니다.
그러니 세상이 무너진 듯 좌절하지 마세요.
물론 너무 속상하고 슬프겠지만,
그 감정을 너무 오래 끌고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눈물 흘릴 시간에 이 세상에 한 명뿐인 소중한 내 아이에게 말 한마디 더 해주고 눈 한번 더 맞춰 주세요.
그것이 정말 아이를 위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