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을 다 입으면 매무새만 확인하는 나와 다르게 사람들은 분주했다. 이름이나 이니셜 스티커가 붙어진 짧고 긴 것을 손에 들었다. 무리에 섞여 있는 새끼를 금방 알아보는 부모처럼 여러 개의 오리발이 섞인 통에서 자기 것을 잘 찾아냈다. 오리발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은 전용 가방을 들기도 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건 ‘마스터반’ 앞에 선 몇몇 사람들 어깨에 커다란 그물 가방이었다. 마치 물고기를 가득 낚은 낚시꾼 같았다. 수영을 마스터하려면 많은 장비가 필요해 보였다.
모든 영법을 흉내 내는 수준이 되자 나는 상급반이 되었다. 악동 샘은 5개월 동안 살아남은 20명을 앞에 두고 말했다.
“다들 언제 오리발 신나 궁금하셨죠? 제가 특별히 다른 반보다 조금 일찍 앞당겼어요. 다음 주까지 꼭 준비해 오세요! 이제부터 접영의 신세계를 맛보게 될 거예요”
수영복, 수경, 수모가 전부였던 우리에게 오리발은 레벨 업 보상으로 새 아이템이 주어지는 것 같았다. 오리발 가격은 2만 원부터 10만 원까지 다양했다. 말랑하고 단단한 강도 차이부터 고무, 실리콘 플라스틱 재질과 모양, 길이도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걸 골라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온라인 구입 특성상 직접 신어볼 수 없었고 구매후기만으로 결정해야 했다.
꽉 끼게 신어야 하는 오리발은 사이즈 선택이 중요하다. 신발은 살짝 크게 신어도 괜찮지만 오리발이 크면 물 안에서 벗겨진다. 종이 위에 발을 올리고 가장 튀어나온 발가락부터 뒤꿈치까지 길이를 쟀다. 막연히 알고 있던 발 사이즈였는데 신기하게 딱 235cm가 나왔다.
오리발을 신는 이유는 허벅지로 물을 누르는 연습 때문이다. 말랑하고 부드러운 오리발은 발목에 무리가 없는 대신 물을 미는 힘이 약했고, 단단한 오리발은 그 면적만큼 물을 미는 힘이 강해서 힘들지만 빠르다. 젊은 나는 나의 통통한 허벅지를 믿었다. 열심히 한다면 둘레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를 품고 단단한 오리발을 구입했다.
기다란 롱핀을 신고 접영 하는 것은 발에 로켓을 단 것과 다름없다. 파란 물은 파란 하늘이 되고 몸이 물 위로 붕 떴다.. 강사님이 발끝을 밀어주는 날이면 이륙하는 비행기에 탄 것 같았다.
오리발을 시작으로 장비가 늘었다. 가랑이 사이에 끼워 하체가 가라앉지 않게 도와주는 풀부이는 땅콩모양처럼 생겨서 땅콩이라고 불렀다. 권투선수가 입에 끼는 마우스피스에 긴 관을 붙인 모양의 스노클은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지 않아도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었다. 패들은 손에 물갈퀴가 생겨 많은 양의 물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수력이 쌓여도 고쳐야 할 자세는 변함없다. 세밀한 자세 교정이 필요한 만큼 장비는 늘어났고 짊어져야 할 가방도 무거워졌다. 어느새 나도 어깨에 그물 가방을 멘 낚시꾼이 되어있었다. 준비물이 많은 날의 손은 가끔 버겁긴 하지만 그 안에 쌓인 수영의 무게는 깊어질 거라고 믿는다.